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일본에서 시작된 '콘마리 KonMari' 정리법 열풍, 이제는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가 된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

'새해에는 집 좀 깨끗하게 정리하고 살리라' 다짐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인지, 지난 1월 1일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까지 내놓았다. 가족과 함께 LA로 이주하여 살고 있는 곤도 마리에가 미국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집에 직접 찾아가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도와주는 리얼리티쇼다. 그는 첫 저서 人生がときめく片づけの魔法 (한국 번역판: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영어 번역판: The Life-Changing Magic of Tidying Up)의 큰 성공을 시작으로 총 다섯 권의 책을 출판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제일 돋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첫 저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일 것이다. 2011년 첫 출판 되어 지금은 약 30개국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일본과 유럽에서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였고, 2014년 미국에 출판된 이후로 거의 전 세계 정리계의 바이블이 되었다.

 

자신의 저서 영어 번역판 The Life-Changing Magic of Tidying Up을 들고 앉아있는 곤도 마리에

나는 영어 번역판으로 2015년 처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한창 "미니멀리즘"에 빠져있을 때였다. 10년 넘게 한국과 외국을 왔다 갔다 오가면서 살았기 때문에, 곤도 마리에 정리법을 몰랐을 때도 나는 물건을 잘 버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물건을 잘 버리는 것이 곧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미니멀하게 산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미련 없이 물건을 잘 버리고, 또 한 번 이주할 때마다 요리조리 중고로 잘 팔기도 했지만, 어느 한곳에 정착했다 싶으면 갖가지 물건을 잘 사다 모으고 또 잘 정리하지 못하는 타입이다. 곤도 마리에가 책에서 말하는 '깔끔하지 못한 세 가지 유형의 인간' (1) 못 버리는 인간 (2) 물건을 제자리에 안 두는 인간 (3) 1번과 2번의 혼합형 중 나는 2번, 물건을 제자리에 안 두는 인간인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미니멀리즘은 늘 관심은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혹은 못 하는) 수많은 일 중 하나다.

 

그렇다고 곤도 마리에가 필요한 물건만 사고, 최소한의 것들로만 미니멀하게 살라고 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곤도 마리에는 책에서 "와! 너무 좋다. 마음에 든다."라고 느껴지는 물건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뭐라 하건 사도 괜찮다고 말한다. 다만, 모든 물건에 제 자리를 정해주고, 그 자리를 꼭 지키라고만 말한다. 따라서 곤도 마리에 정리법이 곧 미니멀리즘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려고 하는 사람은 곤도 마리에 정리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왜냐고? 곤도 마리에 정리법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철칙이 바로 어떤 것을 버릴지 말지 결정하는 것과 물건을 어느 자리에 둘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콘마리" 정리법이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최종 결과물이 "미니멀"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시작 지점보다 가진 물건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곤도 마리에 정리법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1. 내가 가진 물건을 곤도 마리에가 정한 카테고리와 순서에 따라 정리한다. 보통 사람들은 정서적 가치가 높은 물건을 정리하기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순서는 비교적 정서적 가치와 희소성이 적은 것부터 정서적 가치와 희소성이 높은 물건 순으로 한다. 곤도 마리에가 추천하는 순서는 옷, 책, 서류, 기타 잡동사니, 기념품/수집품 순이다.

2.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물건은 한자리에 모두 꺼내서 한눈에 내가 가진 물건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보이도록 한다.

3. 어떤 물건을 버릴지보다는, 내 공간에 두고 싶은 물건이 무엇인지 결정하도록 한다. 어떤 물건을 버리고, 어떤 물건을 남길지 결정하는 기준은 "이 물건이 나에게 기쁨을 주는가? Does this spark joy?"이다. 한국 번역판에서는 "설레는" 물건으로 번역하였다. 이 결정을 할 때는 그 물건을 손으로 만지고 들어보고 충분히 느끼는 시간을 가진다. 더이상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린다.

4. 이 모든 과정은 가능하면 짧은 시간 안에, 한 번 만에 끝내도록 한다. 가능하면 음악도 듣지 않고, 조용한 환경에서 심사숙고하여 진행한다. 음악이 꼭 필요하다면 가사나 두드러진 멜로디가 없는 경음악으로 선택한다.

5. 남겨둘 물건을 모두 정했다면, 그 모든 물건을 위한 자리를 지정한다. 카테고리별로 자리를 지정하고, 이 모든 자리는 가능하면 가깝게 둔다. 그렇게 한 번 정한 자리는 무조건 지킨다. 집안이 어수선하고 어질러지는 이유는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뼈 때리는 곤도 선생님의 말씀...!) 따라서, 자리를 지정할 때는 '꺼내기 쉬운지' 보다는 '제자리에 두기 쉬운지'를 기준으로 한다.

 

주로 물건의 금전적 가치, 유용성 등으로만 물건을 사고, 팔고, 버리고 했던 사람들에게 "이 물건이, 이 옷이 나에게 기쁨을 주는지" 생각해보라는 곤도 마리에의 조언은 신선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리를 업으로 삼고, 다른 사람이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자신의 비즈니스인 그가 책에 "정리는 매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정신 차리라"고 적은 것을 보고 나는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위 요약 4번에서 알 수 있듯이 곤도 마리에는 이 정리 과정은 가능하면 딱 한 번만 하라고 조언한다. 정리는 일상이 아니라 특별한 일이라고. 우리가 정리를 매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정리가 제대로 된 정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콘마리 정리법으로 한 번제대로 정리하고 나면, 그 이후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때때로 설레지 않는 물건을 버리고, 남겨두기로 한 물건은 사랑으로 관리하는 것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관리에는 정해둔 제자리에 물건을 두는 것이 포함된다.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린다"는 기준은 우리가 죄책감에 어쩔 수 없이 고이고이 모시고만 있던 물건들을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사두고 읽지 않은 책, 혹은 반만 읽고 언젠가는 마저 읽어야지 생각했던 책, 사용하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은 물건, 편지, 사진 등. 곤도 마리에는 선물의 의미는 받는 행위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 편지도 마찬가지다. 선물이나 편지를 받은 그 순간 설렜고 기뻤던 그 마음이 중요한 것이고, 그 마음은 물건을 버린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물건이건 지금은 쓸모를 다 했거나 더이상 설레지 않는다 해도, 곤도 마리에는 처음 물건을 샀을 때 혹은 선물 받았을 때 느꼈던 기쁨만으로도 그 물건은 해야 할 역할을 다 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 물건에는 감사를 표한 뒤 작별을 고하면 되는 것이다.

 

The Life-Changing Magic of Tidying Up에서 한 편으로는 신선한 충격이자 사고의 전환을 불러일으킨 구절은 바로 이것이다.

"The space in which we'll live should be for the person we are becoming now, not for the person we were in the past."

 

우리가 사는 공간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위한 공간이지, 과거의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 혹시 나는 과거의 나를 위한 공간에서, 필요 없는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는 않은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바라는 삶의 어떤 것인가? 그런 공간을 만들려면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인가?

 

결론: 곤도 마리에의 The Life-Changing Magic of Tidying Up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은 단순히 깨끗하게 정리된 집에서 살고 싶은 사람에게도, 인생의 전환점에서 서서 새로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하는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곤도 마리에 공식 홈페이지도 한 번 구경해보시길: https://konmari.com/

KonMari – Founded by Marie Ko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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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s: Konm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