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홈즈'만 있냐, 프랑스에는 '아파트 사냥꾼'이 있다.

'뭘 좋아할지 몰라 이집 저집 준비해봤어'
바쁜 현대인의 집 찾기를 위해 직접 나선 스타들!
그들의 리얼한 발품중개배틀
구해줘! 홈즈 

 

리얼 발품 중개 배틀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올 설 연휴 첫 파일럿 방송으로 방영한 뒤,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일요일 예능으로 정규 편성된 구해줘! 홈즈. 유튜브에서 '룸투어' 혹은 '하우스투어'같은 콘텐츠가 한창 인기를 끌기도 했던 만큼, 남의 집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점, 실제로 바빠서 발품 팔아 이런저런 매물을 보러 다닐 수 없는 학생이나 직장인 1인 가구 등이 많은 점 등 다양한 요소가 잘 맞아떨어진 이유였을 것이다. 사연이 있는 가족이 살던 집을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전문가가 살만하게 고쳐주고 공개하던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나 아침 방송 등에서 특이한 집을 공개하는 코너 등 집에 관련된 예능, 교양 프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진짜 내 주변 가족, 친구가 살법한 집을 요목조목 뜯어서 보여주고 게다가 월세면 월세, 전세면 전셋값까지 확 오픈한 프로는 처음이기에 많은 시청자가 신선함을 느끼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MBC 일요일 예능, 리얼 발품 중개 배틀 "구해줘!홈즈"

하지만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구해줘! 홈즈의 구성이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을 것이다. 월~금 매일 저녁, 혹은 주말 오후 M6 채널만 켜면 구해줘! 홈즈와 거의 같은 구성의 중개 배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은 "Chasseurs d'appart'" 한국어로는 아파트 사냥꾼 정도가 되겠다. 프랑스 살면서 스테판 플라자 Stéphane Plaza, 이 아저씨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은 없을 것. (Chasseur d'appart' 말고도 스테판 플라자가 직접 매물을 찾아주는 Recherche appartement ou maison, 집이 잘 안 팔리는 사람에게 조언도 해주고, 집도 고쳐주고, 팔아주기까지하는 Maison à vendre까지 M6 채널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 거기다 프랑스 Ile-de-France 지역을 중심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부동산 중개 체인까지 운영하고 있으므로, 체감상 거의 부동산계의 고든 램지 같은 느낌이다)

 

실제 공인중개사, 넉살 좋은 이웃집 아저씨 스타일의 스테판 플라자 Stéphane Plaza가 진행하는 프랑스판 구해줘! 홈즈 Chasseurs d'appart'

구해줘! 홈즈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Chasseurs d'appart'는 연예인 패널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오로지 일반인 출연자(의뢰인)과 실제 공인중개사들이 출연하는 정말 말 그대로 "중개 배틀"이라는 점이다. 구해줘! 홈즈는 의뢰인이 직접 모든 매물을 방문한 뒤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 코디가 소개하는 매물을 영상으로 본 다음 최종 선택을 한다. 방송을 통해 소개하는 여섯 개의 매물 중 최종 선택받은 매물만 의뢰인이 직접 방문한다. 하지만 의뢰인들이 선택한 집에 실제로 이사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프랑스 Chassuer d'appart'의 경우 의뢰인이 중개인들과 함께 직접 매물을 방문한 다음 최종 선택을 하고, 선택한 매물이 마음에 든 경우 실제로 판매자에게 매매를 위한 오퍼를 넣을 수도 있다. (물론 매물을 소개한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구해줘! 홈즈가 조금 더 다양한 매물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Chasseurs d'appart'는 실제로 의뢰인이 원하는 매물을 찾아주는 데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는 느낌이다.

 

	한국 구해줘! 홈즈	프랑스 Chasseurs d'appart
구성	각 연예인 네 명으로 이루어진 덕팀과 복팀의 대결. 한 회에 팀 당 세 개의 매물 소개 (총 여섯 개)	일주일 동안 특정 지역에서 실제 활동하는 공인중개사 세 명의 대결 (한 명 당 매물 한 개 소개. 총 세 개)
승패	의뢰인이 결정	의뢰인이 선택한 매물을 소개한 공인중개사가 승점 1점 획득. 의뢰인이 실제 매물을 매매하기 위해 오퍼를 하는 경우 3점 획득. 월~목까지 결과를 바탕으로 승점이 높은 두 사람이 금요일에 대결하여 최종 승자 결정. (역시나 의뢰인이 결정)
상금	의뢰인에게 이긴 팀의 이름으로 이사 지원금 전달	최종 우승한 중개사에게 1000유로 지급 (의뢰인이 실제로 오퍼를 한 경우 3000유로)
특징	의뢰인이 소개되는 매물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연예인 코디가 방문한 영상으로 대체. 마지막 최종 선택된 매물만 직접 방문.	의뢰인이 매물 직접 방문. 최종 선택한 매물을 매매하기 위해 오퍼를 넣을 수 있다.

스테판 플라자가 진행한다고 적기는 했지만, 프로그램의 특성상 매주 프랑스 전역 곳곳을 돌면서 대결을 진행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특별히 사회자 없이 진행되며, 스테판 플라자는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보면서 리액션만 하는 정도다. 구해줘! 홈즈와 비슷하게 일반인 의뢰인이 자신이 원하는 집 혹은 아파트의 조건을 전달한다. 화면에는 나오지 않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지역을 원하는지도 명시한다. 가끔 여름 휴가 시즌 특집을 제외하고는 거의 항상 매매만 다루기 때문에, 구해줘! 홈즈 보다는 조건이 더 많고, 구체적이고, 까다로운 편이다. 아래 캡처 화면의 커플을 예로 들면, 최소 110 제곱미터 넓이 (약 33평)의 현대적인 주택 (즉, 뜯어고칠 것이 많이 없어야 한다는 뜻), 방 두 개 (둘 중 하나에는 옷방이 붙어있을 것), 이탈리아식 샤워실, 넓은 거실, 개방형 주방, 벽난로, 조용하고 다른 집이 보이지 않은 정원, 최대 예산 27만 유로 (한화 약 3억 6천만 원), 지역은 보르도를 포함하여 보르도 근교 도시 여덟 군데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Chasseurs d'appart' 일반인 의뢰인의 중개 의뢰 장면

대결에 참여하는 세 명의 공인중개사는 일주일 동안 총 의뢰인 다섯 명의 의뢰를 받아 매일 매물 하나씩을 소개해야 한다. (금요일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는 두 명의 중개사 중 승점이 더 높은 사람은 매물 두 개를 소개할 수 있으므로 총 6개를 소개하는 셈) 최종 우승 상금이 1000유로, 많아야 3000유로이기 때문에 실제 매매를 성사시켰을 때 중개사들이 받는 수수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고, 좋은 매물을 많이 따내는 것이 중요한 공인중개사에게는 전국 방송에 한 번 나오는 것이 (그리고 가능하면 우승까지 하는 것이) 우승 상금 이상의 홍보 효과와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일주일 동안 같은 중개사들이 매물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어 이 중개사가 소개하는 매물은 다 별로네, 나랑 안 맞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부동산 가격이 비싼 지역에서 사는 나로서는, '세상에 같은 가격에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대궐 같은 집에서 살 수도 있구나' 하고 수시로 충격을 받기도 한다.

 

MBC 구해줘! 홈즈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미를 위해 특이하고 보여줄 것, 놀라운 점이 많은 매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매물이 현실과는 좀 동떨어졌다는 비판. 그리고 위치를 특정해서 알리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추측으로 매물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으므로 내부 구조를 구체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높인다는 지적. 또한, 사례를 받고 홍보를 해주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 등 관심만큼이나 걱정스러운 반응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세난, 주택난, 부동산 가격 거품, 1인 가구를 위한 적절한 매물 부족 등 부동산 관련 문제는 늘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주제인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이슈 자체를 자주 조명할 수 있는 프로의 존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프랑스생활 관련 글 더 보기

 

Photo credit: i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