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프랑스 박물관의 밤: 그랑팔레 '달' 전시 La Lune

유럽 박물관의 밤 La nuit Européenne des musées이 뭐지?

1997년 베를린에서 처음 시작된 '박물관의 밤'은 일반 대중들, 그중에서도 가족 단위 방문객과 젊은 청년들이 부담 없이 박물관을 찾아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프랑스에서는 2005년 처음 시작되었다. 지금은 유럽 전역에서 거의 모든 박물관이 참여하는 큰 행사가 되었다. 박물관의 밤 날짜는 '세계 박물관의 날'인 5월 18일에 가장 가까운 토요일로 결정된다고 한다. 올해는 5월 18일이 마침 토요일이라 5월 18일에 개최되었다. 

 

박물관의 밤 딱 하루를 위해 특별한 전시가 기획되지는 않는다. 기존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전시 (주로 유료로 입장하는 전시)를 야간 특별 개장 시간에 무료로 볼 수 있다. 특별한 전시가 추가로 기획되지 않는 대신, 공연이나 강연 등 다른 행사가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개장 시간인 8시에 맞추어 도착해서, 1시간 이상 빗속에서 기다린 뒤 저녁 9시쯤에 입장할 수 있었다.

그랑팔레 '달 La Lune' 전시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국가에는 이런 행사들이 연중 다양하게 열린다. 그런 날에는 너무 당연하게도 특별한 날에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많은 방문객이 몰린다. 나는 평소에 줄 서서 오래 기다리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맛집도 잘 가지 않고 프랑스에 살면서도 이런 행사에는 지금까지 손에 꼽을 정도로만 참여했다. 올해는 마침 보고 싶었던 전시가 있었던 터라 큰맘 먹고 줄서기를 시도했다. 내가 보고 싶었던 전시는 그랑팔레 Grand Palais에서 4월부터 진행 중인 '달 La Lune' 전시였다. 

샤갈의 그림 푸른 풍경 Le paysage bleu를 이용한 La Lune 전시 포스터.

그랑팔레의 '달' 전시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역사 속 인간은 늘 달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관찰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의미로 달과 관계를 맺어왔다. 우리는 분명 닐 암스트롱이 처음 달에 발을 디딘 1969년 그때 이후로 달을 두려움의 대상, 불길함의 상징을 넘어선 다른 의미로 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 전시는 총 7개 파트로 나누어져 있지만, 전시의 부제목 '실제 여정부터 상상 속 여정까지'에서 알 수 있듯이 크게는 두 가지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아폴로 11호로 대표되는 관찰과 연구 대상, 그리고 천체 그 자체로의 달, 그리고 두 번째는 역사와 예술 속 사람들의 상상과 인식 속에 표현된 달이 그것이다. 총 190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작품의 종류로는 기록물, 사진, 그림, 조각, 설치 작품, 미디어 아트 등 정말 다양하다.

 

이번 박물관의 밤에서만 특별히 추가된 것은 전시장에 파리-도핀 대학교 학생들이 일일 도슨트로 곳곳에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 줬다는 것과 드뷔시의 Clair de Lune 연주에 맞춘 요안 부르주아 Yoann Bougeois 현대무용 공연이다.

 

2019년 박물관의 밤 그랑 팔레 La Lune 전시 특별 공연의 한 장면

이번 전시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은 러시아 사진작가 레오니드 티쉬코프 Leonid Tishkov의 Private Moon이라는 사진 작품이다. 나에게 달은 시기에 따라서 겉으로 보기에는 가득 차 있기도 하고, 기울기도 하지만 '달'이라는 근본 자체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과 남이 보는 내 모습이 아닌 내 자아 그 자체를 긍정하는 의미와 상징이다. 그랑팔레에 전시된 190여 점의 작품 중 대부분의 작품 속에서 달은 우리 삶의 배경이기도 하고, 숭배의 대상이기도 하고,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고, 불안함과 변덕스러움, 불길함과 부정의 상징이기도 하다. 나의 달이 슬픔과 괴로움, 외로움, 두려움 등 주로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인 것이 좀 속상해질 무렵 마주친 Private Moon은 La Lune 전시에서 거의 유일하게 달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ight walk with the moon. On top of the pond. The Urals. / privatemoon

Private Moon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달을 만나, 따뜻하게 보살펴주고 평생을 함께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표현하는 "Visual Poem" 시리즈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동의를 얻어 실제 Private Moon 촬영에 쓰인 달도 설치되어있었다. 레오니드 타쉬코프의 Private Moon 시리즈에 관심이 가는 분들은 privatemoon.ru 에서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같이 간 남편은 조셉 베르네 Joseph Vernet의 1771년 작, La Nuit; Un port de mer au clair de lune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는 '뒤바리 부인' 혹은 바리 백작 부인으로 알려진 Comtesse du Barry의 요청으로 베르네가 그린 작품으로, 평소에는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다. 사진으로는 미처 전해지지 않는 생동감이 있는 작품인데 화면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다. 

 

그랑 팔레 '달' 전시는 2019년 7월 22일까지 계속된다.

 

La nuit; Un port de mer au clair de lune. 1771. Huile sur toile. Joseph Vernet / Louvre

프랑스에 온다면 주시해야 할 특별한 날

이번 박물관의 밤을 놓쳤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프랑스에는 박물관의 밤 말고도 무료로, 혹은 야간 개장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방문할 수 있는 특별한 날이 더 있다. 

 

먼저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을 만한 매달 첫 번째 일요일. 이날은 박물관, 미술관을 포함해서 많은 유료 관광지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성수기에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꼭 미리 잘 확인하자.

- 매달 첫 번째 일요일에 항상 무료인 관광지: 퐁피두 센터, 오랑주리, 오르세 박물관, 피카소 박물관, 캐브랑리 박물관 등
- 10월 1일부터 3월 31일 사이 첫 번째 일요일에만 무료인 관광지: 로댕 박물관
- 11월 1일부터 3월 31일 사이 첫 번째 일요일에만 무료인 관광지: 개선문, 콩시에르주리, 팡테옹, 생샤펠, 등

 

매달 첫 일요일 무료 개방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루브르 박물관의 경우 매달 첫 토요일에 무료 야간 개장을 한다. (일반 개장을 마치는 오후 6시부터 저녁 9시 45분까지, 예약 없이 무료입장)

 

유럽 유산의 날 Les journées européennes du patrimoine도 있다. 박물관의 날과 비슷하게 매년 개최된다. 차이점이라면 박물관이 아니라 역사적인 유적지 등을 무료나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할 수 있거나 평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유적이나 유물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나라에 따라서 날짜는 8월부터 11월까지 달라진다. 2019년 프랑스에서는 9월 21일과 22일 양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백야 축제 La Nuit Blanche가 있다. 백야 축제는 이름 그대로 밤새도록 진행되는 문화 축제다. 이날은 박물관의 날이나 유럽 유산의 날과 비슷하게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무료로 방문하거나, 다양한 장소에서 예술 공연이나 설치 미술 등 문화 활동을 밤새도록 즐길 수 있다. 프랑스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유럽 다른 나라나 전 세계 각국에 있는 행사다. 올해는 10월 5일 토요일에 예정되어있다. 

 

위에 적은 것 외에도 크고 작은 문화 행사 등이 많은 편이므로, 유럽으로, 특히 프랑스로 여행 갈 때는 내가 머무는 동안 이런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지는 않는지 꼭 미리 확인해보고 일정을 짜는 것이 좋겠다.

 

프랑스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문화 행사
매달 첫 번째 토요일	루브르 박물관 무료 야간 개장 (6 pm-9:45 pm)
매달 첫 번째 일요일 (연중)	퐁피두 센터, 오랑주리 박물관, 오르세 박물관, 피카소 박물관, 캐브랑리 박물관 등 무료입장
매달 첫 번째 일요일 (10월 1일부터 3월 31일 사이)	로댕 박물관 무료입장
매달 첫 번째 일요일 (11월 1일부터 3월 31일 사이)	개선문, 콩시에르주리, 팡테옹, 생샤펠, 등 무료입장
박물관의 밤 La nuit des musées	5월 18일에 가까운 토요일 저녁. 프랑스 대부분 박물관 무료입장
유럽 유산의 날 Les journées européennes du patrimoine	9월. 프랑스 유적지, 유명 관광 명소, 등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 비공개된 유적, 유물 공개 등
백야 축제 La nuit blanche	10월. 밤새도록 진행되는 문화 예술 축제. 박물관, 미술관 등 무료 야간 개장 및 다양한 장소에서 문화 행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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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s: fnacspectacle / privatemoon / louv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