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서 간 식당 (하) - 까펠라 51, 폴리아스 드 바코

주말여행으로 2박 3일 다녀온 포르투갈 포르투. 평소 여행 다닐 때 맛집을 검색해서 꼭 찾아간다거나 하는 편도 아니고, 삼시 세끼+일정 중 가끔 휴식차 가는 카페 외에는 먹방 욕심도 별로 없는 우리 부부가 비 내리는 포르투에서 간 식당 네 군데를 소개하려고 한다. 항상 지나가다가 끌리는 곳 혹은 걷다 지쳐 가장 가까운 곳으로 들어가는 편이다 보니 여행에서 실망스러운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잦은 편인데, 포르투에서는 실패 없이 맛있는 여행을 한 것 같아 기분 좋게 글을 쓴다.

→포르투에서 간 식당 (상) - 카페 산티아고, 까마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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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까펠라 51 Capela 51

여행 둘째 날 아침 포르투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서 아침부터 열심히 언덕을 오르내리며 구경하러 다녔다.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이미 점심시간이 꽤 지난 시간. 일요일인 데다 점심 영업시간이 많이 지나 지나가다가 아직 영업하고 있는 곳이 있으면 아무 데나 들어가자고 생각하고 들어간 곳이 까펠라 51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상호가 Capela 51 - The Coffee Spot이라고 나오는데 정말 언덕 올라가다가 쉬면서 커피나 한잔 할까 하고 가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런데 끼니로 먹을 만한 메뉴도 상당히 많다. 보통 조그마한 식당에 메뉴가 이렇게까지 많을 때는 그중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까펠라 51처럼 가격이 이렇게까지 저렴할 때는 더 의심된다. 우선 과일주스 메뉴가 있길래 나는 오렌지+사과+당근주스, 남편은 사과 주스를 시켰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둘 다 2유로 미만이었다. 싼 가격에 대충 시중에 파는 주스를 섞어서 내오겠거니 생각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생과일로 방금 짠 주스가 나왔다. 크기가 큰 건 아니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생과일주스가 나와서 놀랐다. 

식사로는 배가 고프긴 했지만, 저녁도 먹어야 하니 간단하게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시켰다. 남편은 포르투 로컬 치즈와 돼지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 나는 트로피컬 샐러드. 샌드위치를 먹은 남편은 매우 만족. 샐러드의 경우 값비싼 재료는 하나도 들어간 것 없지만 채소와 과일, 치즈 등 들어간 재료 전부 신선했고 신경 써서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 잔까지, 가격은 전부 합쳐 10유로 정도밖에 안 되는 정도였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60썽팀...!! 정말 믿기지 않는 가격이다. 프랑스에는 아무리 저렴한 곳도 최소 2유로는 줘야 하는데 말이다. 추측일뿐이지만 서빙하는 아저씨와 할머니는 아마도 모자지간인 것 같았다. 두 분 다 너무 친절하고, 특히 할머니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기분 좋게 팁을 듬뿍 남기고 나왔다. 일부러 찾아갈 만한 식당은 아니지만, 포르투를 여행하면서 우연히 지나가다 만나게 되면 들어가 보라고 추천해보고 싶은 곳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는 아닌듯했지만 까펠라 51 근처에 있는 비르투데스 공원 Jardim Passeio das Virtudes도 같이 들러보면 좋은 곳이다. 지도에서는 잘 표현이 안 되지만 계단식 논처럼 생긴 계단식 공원인데, 대지가 높아 탁 트인 경치를 볼 수 있고, 사람이 많지 않아 연인과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다.

상호: 까펠라 51 Capela 51

주소: Rua das Taipas 51, 4050-600 Porto

영업시간: 7:30am-7pm (월-금) / 8am-3pm (주말)

2. 폴리아스 드 바코 Folias de Baco

이 글은 폴리아스 드 바코 때문에 쓰게 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포르투 여행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식당,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문지방이 닳을 정도로 들락거리는 단골이 되었을 것 같은 곳, 폴리아스 드 바코다. 일단 위치가 좋다. 포르투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지나가는 상벤투역에서도 가깝고, 클레리고스 타워와 PORTO. 조형물에서도 가까운 위치다. 일요일이면 많은 식당이 문을 닫는 포르투에서, 일요일에도 영업하는 곳이라는 점도 나름 큰 장점이다. 폴리아스 드 바코는 기본적으로 Taberna라고 하는 술집이다. 도우로 계곡 근처 포도밭에서 주인이 직접 재배하고 만드는 와인을 판다. 잔으로도 병으로도 팔고, 맛을 본 뒤에 마음에 들면 따로 사 갈 수도 있다. 폴리아스 드 바코의 가장 큰 특징은 와인부터 메뉴 전부 포르투 & 포르투 근교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다는 점이다. 와인은 주인이 직접, 그 외 치즈나 채소, 빵 등 모두 자신의 이웃이나 친구가 키운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것을 공수해온다고 한다.

폴리아스 드 바코에는 "Taste of Douro Valley"라고 하는 저녁 메뉴가 있다. 메뉴에 포함되는 것은 2인 기준 와인 두 잔 (주스나 물로 변경 가능), 각종 빵과 올리브, 치즈 플레이트, 스모크햄 플레이트, 토리카도 (포르투갈식 부르스케타), 그릴드 소시지, 후식으로 커피 두 잔 (물로 변경 가능)이고 가격은 1인 12유로다. 위에 사진이 폴리아스 드 바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져온 Taste of Douro Valley 메뉴의 모습이다. 우리는 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같은 가격의 베지테리언 메뉴를 시켰다.

참고로 베지테리언 메뉴는 치즈가 포함되기 때문에 비건 메뉴는 아니다. 제일 먼저 일반 메뉴와 똑같이 약 네 가지 종류의 빵 한 바구니와 주인이 직접 짠 향긋한 올리브유, 역시나 네다섯 가지 종류의 치즈가 나오는 치즈 플레이트, 식사 끝날 때까지 다 먹지 못한 올리브가 나온다. 와인도 맛있다. 내가 시킨 로제보다는 남편이 시킨 레드 와인이 정말 맛있었다. 한 병 사 올걸 이제 와서 후회된다.

다음으로 사진 찍는 걸 깜빡했지만 엄청난 양의 샐러드가 나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샐러드 Roquette.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roquette이라고 부르는 채소랑 한국에서 루꼴라라고 부르는 채소가 같은 것인지 몰랐는데, 이 글을 쓰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어서 나오는 것이 사진에 보이는 베지 파이. 루꼴라 샐러드와 고구마 칩이 곁들여져 나온다. 채소 파이는 특별하게 뭔가를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엄청 맛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면 양이 적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먹었을 때 '이제 배부른데 아직도 하나 남았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것이 포르투갈식 브루스케타, 토리카도다. 토마토 토리카도랑 프로슈토 토리카도를 주문했다. 베지테리안 메뉴기는 하지만 토리카도는 마음대로 고를 수 있어서 프로슈토를 시켜봤는데 토마토 토리카도가 더 맛있었다. 역시나 루꼴라가 올라가 있다. 먹으면서 아무래도 지금이 루꼴라철이거나, 루꼴라 풍년을 맞은 이웃이 있나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루꼴라를 좋아하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식당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후식으로 제공하는 경우는 잘 못 봤는데, 폴리아스 드 바코는 저녁 영업만 하는 곳이라 그런지 디카페인을 선택할 수 있어서 좋았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남편은 디카페인을 마실 거면 커피를 왜 마시냐고 했지만, 다음 날 일찍 일어나서 공항으로 가야 하니 디카페인으로 선택. 선택지가 있다는 건 좋은 것이여.

폴리아스 드 바코의 모든 메뉴는 따로 주문할 수도 있다. 와인도 잔으로, 병으로 주문할 수 있고, 빵, 치즈 플레이트, 햄 플레이트, 토리카도 등 전부 개별로 시킬 수 있다. 저녁 식사를 든든하게 하고 2차로 와인을 마시러 온 손님들은 와인에 곁들일 간단한 안주로 메뉴를 시켜 먹는 경우도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예약이 안 된다는 점이다. 웨이팅이 긴 편은 아니지만 거의 항상 사람이 많은 편인듯했다. 포르투 여행 계획이 있는 사람들 누구에게라도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다.

상호: 폴리아스 드 바코 Folias de Baco

주소: Rua dos Caldeireiros 136, Porto

영업시간: 6:30pm-1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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