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서 간 식당 (상) - 카페 산티아고, 까마푸

주말여행으로 2박 3일 다녀온 포르투갈 포르투. 평소 여행 다닐 때 맛집을 검색해서 꼭 찾아간다거나 하는 편도 아니고, 삼시 세끼+일정 중 가끔 휴식차 가는 카페 외에는 먹방 욕심도 별로 없는 우리 부부가 비 내리는 포르투에서 간 식당 네 군데를 소개하려고 한다. 항상 지나가다가 끌리는 곳 혹은 걷다 지쳐 가장 가까운 곳으로 들어가는 편이다 보니 여행에서 실망스러운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잦은 편인데, 포르투에서는 실패 없이 맛있는 여행을 한 것 같아 기분 좋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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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페 산티아고 Cafe Santiago

사진/fodors

우리가 묵었던 에어비앤비 직원이 프란세지냐 맛집으로 추천해준 카페 산티아고. 본인이 포르투에서 가장 좋아하는 프란세지냐라고 강추해서 포르투에서 첫끼로 먹으러 갔다. 프란세지냐 Francesinha 는 나름 포르투의 전통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에 처음 만들어졌으니 전통 음식이라기엔 좀 그런가 싶지만, 포르투 어디를 가나 프란세지냐를 팔고 있어서 이만하면 전통 음식으로 인정해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프란세지냐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이 프랑스의 크로크무슈를 포르투갈식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름 프란세지냐는 포르투갈어로 French를 귀엽고 친근하게 부르는 Frenchie, Little Frenchie라는 의미라고. 

우리가 주문한 건 프란세지냐 산티아고. 아무래도 식당 이름이 들어갔으니까 제일 자신 있는 메뉴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시켜보았다. 프란세지냐는 크로크무슈 혹은 크로크마담과 비슷한 샌드위치에 소스를 끼얹고, 프렌치프라이를 곁들여 먹는다. 현지인들 말로는 저 소스가 제일 중요해서, 식당마다 자신들만의 비법이 있다고 한다. 또 현지인들은 자기가 최고로 여기는 단골 프란세지냐 맛집이 다들 있다고. 사진에 작게 보이는 노랗고 빨간 음료는 Super Bock이라는 포르투갈 맥주다. 포르투 식당이나 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국민 맥주인 듯. 노란 것은 병맥주로 파는 레몬 맛, 오른쪽은 생맥주에 까시스 시럽을 탄 것. 맥주 두 잔에 프란세지냐까지 12유로로 엄청 저렴한 가격에 프랑스 거주인들(=우리 부부)은 이미 흥분 상태. 기본적으로 소스 없이 마른(?)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크로크무슈나 크로크 마담보다 훨씬 낫다고 극찬했다. 내 느낌에는 왠지 오므라이스 같은 느낌이 들었고, 실제로 크로크무슈에 오므라이스 소스처럼 만들어서 프란세지냐처럼 끼얹어 먹어도 맛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현지인이 추천해줘서 왔는데, 알고 보니 나름 굉장히 유명한 맛집인 것 같았다. 한국인 손님들도 여럿 있었고, 우리가 나갈 때쯤에는 왠지 맛집 유튜버(?)로 추정되는 커플이 들어와서 촬영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실컷 맛있게 먹고 나와서 길을 돌았는데 Cafe Santiago라고 적힌 곳이 두 곳쯤 더 보여서 '엇...! 우리가 간 곳이 원조가 아니었나?'하고 당황했지만, 나중에 추천해준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냥 장사가 너무 잘 돼서 분점으로 확장한 거라고 한다. 관광객들이 포르투에서 필수로 방문하는 J.K. 롤링 카페 혹은 해리포터 카페로 유명한 "마제스틱 카페 Majestic Cafe"와 아주 가깝다.

상호: 카페 산티아고 Cafe Santiago

주소: R. de Passos Manuel 226, 4000-382 Porto

영업시간: 12pm-11pm (일요일 휴무)

2. 까마푸 Camafeu

사진/boacamaboamesa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미리 알아보고 예약까지 하고 갔던 까마푸.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리뷰가 너무 좋아서 망설이지 않고 예약했다. 예약은 까마푸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메신저로 쉽게 할 수 있었다. 특이하게 건물 2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꼭 가정집 같은 느낌에 크기도 크지 않아서, 누군가의 아파트에 초대받아서 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 속 모습은 햇빛이 드는 낮이지만, 실제로 까마푸는 점심 영업을 하지 않아서 저녁에 갔을 때 모습은 약간 달랐다. 사진보다 더 아늑하고 로맨틱한 분위기고 전체적으로 매우 조용해서 같이 온 일행과 조용히 대화하면서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다.

스타터로 주문한 캐비어를 곁들인 연어 타르타르. 옆에 하얀 소스는 레몬 크림이라 전반적으로 가볍고 상큼하게 먹을 수 있어 스타터로 완벽했다. 입맛을 확 돋워 주는 메뉴. 스타터 중에서는 제일 가격이 비싼 메뉴였는데도 9.5유로. 

남편이 메인으로 시킨 오리 라자냐. 맛은 상상할 수 있는 맛이었다고. 가격은 17유로.

내가 주문한 로스트한 문어. 문어에 무슨 약이라고 친 건지, 태어나 이렇게 부드러운 문어는 처음 먹어봤다. 부모님이 문어를 비롯한 모든 해산물을 좋아하셔서 한국에서도 자주 먹었는데, 쫄깃한 문어는 먹어봤어도 이렇게 입에서 녹아버리는 문어는 처음이었다. 유럽 문어랑 한국 문어는 종자가 다른 것일까. 그런데 내 입맛에는 쫄깃한 문어가 더 좋다. 작은 그릇에 담긴 소스가 시트러스 계열 소스일 줄 알았는데 올리브유 소스여서 아쉬웠다. 먹는 내내 레몬 하나만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격은 19유로.

이미 메인 메뉴를 먹고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디저트는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하다가 테이스팅 메뉴를 시켜서 남편과 나눠 먹기로 했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테이스팅 메뉴를 시키면 까마푸에서 파는 모든 디저트를 조금씩 맛볼 수 있다. 초콜릿 무스, 아몬드 파이, 코코넛 아이스크림 등 대여섯개 정도 디저트를 맛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가격은 8유로. 여기에 포트 와인 한잔, 탄산수 한 병까지 해서 총 가격은 60유로 정도. 포르투갈 평균 물가에 비하면 비싼 편이긴 하지만 한 사람당 30유로 정도에 저녁식사를 전식, 본식, 디저트까지 3코스로 맛있고 배부르게 먹은 셈이니 프랑스 물가를 생각하면 저렴한 것 같다. 까마푸 주변에 요즘 현지인과 관광객들에게 핫한 바들이 많으니 저녁 먹고 2차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상호: 까마푸 Camafeu

주소: 4050 293, Praça de Carlos Alberto 83, Porto

영업시간: 6:30pm-11pm (일, 월 휴무)

↓까마푸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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