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정주행한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자타공인 넷플릭스의 충성스러운 덕후인 글쓴이는 매달 넷플릭스에서 정주행한 드라마를 소개하고 있다. 넷플릭스에는 드라마 외에도 영화, 다큐멘터리, 리얼리티쇼, 스탠드업 코미디, 예능 등 다양한 장르의 컨텐츠가 있지만, 이글에서는 그중에서도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중도 포기 없이 완주한 드라마들을 추천하려고 한다. 프랑스 넷플릭스를 기준으로 하므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닌 경우 한국 넷플릭스나 다른 나라 넷플릭스에는 아직 업로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2월에는 총 6개의 드라마를 시작해서 그중 3개만 중도 포기 없이 정주행할 수 있었다. 거의 2월 내내 한국에 갔다 오느라 시도도 적었고 완주도 적었다. 그나마 완주한 드라마들도 파리-인천 간 비행기에서 대부분 정주행한 것이니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추천지수

★★★★★ 강력 추천

★★★★☆ 추천 (약간의 주의가 필요할 수 있음-잔인함, 선정성, 지루함, 이야기가 산으로 감, 등)

★★★☆☆ 줄거리나 설명을 읽고 나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 크게 추천하지 않음

★☆☆☆☆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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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이의 집 La Casa de Papel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1월에 이어 다시 한번 스페인 드라마를 정주행 목록에 추가하게 되었다. 한국 일일드라마나 미니시리즈 같은 느낌이 다분했던 마드리드 모던걸 Las Chicas del Cables 과는 다르게 '종이의 집'은 타이트한 각본으로 짜여진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드는 드라마다. 종이의 집은 철저하고 완벽한 계획을 가진 '프로페서'를 중심으로 여러 분야에 재능을 가진 도둑들이 힘을 합쳐 조폐국에서 2,400 백만 유로, 즉 한화로는 2조가 넘는 돈을 훔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는 드라마다.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도둑들이 서로의 과거나 개인 신상에 대한 것은 공유하지 않고 도쿄, 헬싱키, 모스크바 등 도시 이름을 딴 가명을 사용하며 몇 달 동안 단 한 번의 완벽한 기회를 위해 준비하는 과거의 모습과 조폐국에서 인질을 잡고 경찰과 대치하며 돈을 훔쳐 달아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재의 모습,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계획하고 외부에서 조종하며 리드하는 프로페서와 그를 잡기 위해 수사하는 형사 라켈의 모습까지 시공간을 왔다 갔다 교차로 보여주며 극이 진행된다. 한국어 타이틀인 '종이의 집'은 돈을 찍어내는 조폐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제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지만, 영어 타이틀은 Money Heist로 조금 더 줄거리를 반영해서 지었다. Heist라는 단어는 보통 돈이나 귀금속 등을 크게 훔치는 것을 의미하는데, 영화나 드라마 장르에서 하이스트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오션스 일레븐이나 이탈리안 잡 같은 영화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탄탄한 각본과 연출, 주·조연급 누구하나 빠지지 않는 구멍 없는 연기까지 조화를 이뤄서 숨을 참으면서 재밌게 정주행했다. 하이스트 장르를 좋아하는 남편에게도 강추했지만 길어야 2시간 정도 안에 타이트하게 하이스트 과정을 그리는 영화와는 달리 10개 이상의 에피소드로 나눠진 드라마의 특성이 남편의 취향에는 맞지 않아 완주를 못했다고 한다. 스페인에서는 70분짜리 총 15개 에피소드로 완결이 난 시리즈인데 넷플릭스에서 가져오면서 처음 9개 에피소드를 13개의 에피소드로 편집해서 Part 1로 나왔다. 남은 6개 에피소드도 아마 편집해서 9개에서 10개 정도의 에피소드로 구성해서 Part 2가 나올 것 같다. 나는 영화처럼 빠른 호흡으로 절도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주인공들의 감정과 배경, 준비 과정을 보여주는 데서 흥미를 느꼈다. 나에게 그나마 진입 장벽이라면 스페인어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접해보지 않아 생경한 언어의 사운드 때문에 간혹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이럴 때는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영어 더빙을 켜고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로 입도 잘 맞춰서 더빙했다는 느낌이었다.

시즌 수: 1

다음 시즌 예정: Part 2 나올 예정

추천지수: ★★★★★

2. 루시퍼 Lucifer

한때는 하나님의 최애 아들인 천사였지만 타락하여 하나님을 거역하고 지하 혹은 지옥으로 추방당했다는 타락 천사, 루시퍼가 주인공인 버디 수사물. 타락 천사 루시퍼와 버디 수사물이 웬 조합이냐 싶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이 생뚱맞은 조합의 드라마 도입부에는 이런 설명이 나온다.  

In the Beginning...

The angel Lucifer was cast out of Heaven and condemned to rule Hell for all eternity.

Until he decided to take a vacation...

성경 느낌으로 번역해보자면 '태초에 하나님이 천사 루시퍼를 천국에서 내쫓으사 그로 하여금 영원히 지옥을 다스리도록 하였다. 루시퍼가 휴가를 떠나기 전까지는...' 한 마디로 원래는 지옥을 지키고 있어야 할 루시퍼 (aka 풀네임 "루시퍼 모닝스타")가 지긋지긋한 지옥 생활을 청산하고 휴가를 가기로 하는데, 휴가 장소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였다는 것이다. 현재 LA에서 Lux라는 클럽을 운영하면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루시퍼는 사람들이 강렬하게 원하는 것, 그 욕구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자기 입으로 털어놓게 만드는 능력과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성적으로 끌리게 하는 강력한 섹스 어필까지 가지고 있다. 샤이니의 명곡 루시퍼 가사를 인용하자면 바로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가진 루시퍼인 것. 이런 루시퍼가 우연히 하이틴 스타 출신 살인 수사 전문 형사 클로이 데커의 수사에 도움을 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파트너로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 다니게 된다. 에피소드마다 다른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은 한 에피소드 안에 말끔하게 해결된다. 초반에 루시퍼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라는 나름 참신한 설정에 매력을 느껴 시작했다가 전형적인 범죄 수사물의 패턴 반복과 뻔한 클리셰의 유치함과 오글거림 때문에 중도 포기할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부담 없이 가볍게 시간 때우기에는 또 이런 뻔한 클리셰 드라마만 한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시즌 1을 정주행하기는 했지만 시즌2까지 넘어갈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킬링타임용으로 가벼운 수사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시도해볼 법하다.

시즌 수: 3

다음 시즌 예정: 현재 시즌3 방영 중 (시즌4 확정된 바 없음)

추천지수: ★★★☆☆

3. 슬기로운 감빵생활 Prison Playbook

tvN에서 최근 방영이 끝난 드라마라서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글에 포함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어쨌든 넷플릭스에 올라와있고 정주행한 것은 사실이니 추가하게 된 슬기로운 감빵생활. 나에게 드라마 덕후 유전자를 물려준 아빠의 강력 추천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던 야구 선수 김제혁이 여동생을 성폭행하려던 남자를 쫓아가 폭행하는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폭행이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해 결국에는 구치소를 거쳐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슈퍼스타 김제혁이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돌아보고 고민하는 모습,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사람들과의 관계와 변화 등에 대해서 그린다.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라 일단 신선함에 큰 점수를 준다. 하지만 여기저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영향을 받은 듯한 설정과 스토리가 눈에 띄어 아쉬움도 남는 작품이다. 여러 시즌에 걸쳐 캐릭터별 백 스토리를 소개하면서 캐릭터를 심화해나가는 오뉴블에 비해 한 시즌 내에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그런 점에서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정웅인, 성동일, 정경호 등 몇몇 배우를 제외하고는 주인공 김제혁 역의 박해수부터 교도소 수감자를 연기하는 배우 대부분이 티비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들인 데다 연기도 잘해서 분명히 보는 재미는 있는 드라마다. 슈퍼스타 김제혁 역의 박해수, 문래동 카이스트 역의 박호산, 유한양/해롱이 역의 이규형, 법무부가 키운 자식 법자 역의 김성철, 뼛속까지 타고난 2인자 똘마니 역의 안창환 등 모두 나름 연극과 뮤지컬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라고 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재밌게 시청한 사람들은 결말에 약간 아쉬움을 느끼며 시즌 2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으로 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들어낸 신원호 PD의 작품이니만큼 더욱 시즌2에 기대를 거는 이가 많은 것 같다. 

시즌 수: 1

다음 시즌 예정: 확정된 바 없음

추천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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