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정주행한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 3 Binge-Worthy Netflix TV Shows

미드를 비롯한 해외 드라마/예능 좋아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일주일을 기다려서 한 편씩 감질나게 보는 걸 즐기는 사람과 한 번에 연달아서 몰아보기 위해서 한 시즌이 끝나기를 열심히 각종 스포일러를 피해가며 기다리는 사람. 나는 후자 쪽이라 넷플릭스의 시스템을 좋아하고, 기꺼이 넷플릭스의 호갱으로 살고 있다. 폭식(Binge Eating)과 폭음(Binge Drinking)에 쓰이는 단어인 Binge를 합성한 빈지워칭 Binge Watching 이라는 신종용어가 나타나게 된데도 넷플릭스 특유의 스트리밍 서비스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VOD 다시 보기 결제 시스템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드라마/예능을 접할 수 있지만, 타이틀별로 혹은 시즌별로 결제를 해야 하는 방식이 조금 보다 질리거나 약간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끝까지 정주행을 못 하는 병에 걸린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 변덕 심한 내가 최근 한 달 사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면서 한 번에 정주행을 완료한 넷플릭스 드라마 몇 개를 추천하려고 한다.

1. 마인드헌터 Mindhunter (2017-)

'범죄자들은 타고나기를 나쁜 놈으로 타고나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라는 믿음이 만연해있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다. 요즘이야 프로파일러나 범죄 심리학이 주목받고 있고, 범죄 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로 인정받고 있지만, 범죄 수사에 심리학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시대에 두 명의 FBI 요원이 현장에서 그 중요성을 느끼며 심리학 교수와 콜라보를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연구하는 모습이 관련 전공자로서는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FBI 요원들이 주인공이고 살인 사건과 범죄자들이 여럿 나오지만, 이 드라마를 일반적인 범죄 수사 드라마로 보기에는 뭔가 맞지 않는다. CSI나 로앤오더처럼 매회 마다 새로운 사건이 있고 요원들이 추리해나가면서 막판에 사이다로 탁!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페이스도 느리고 특별히 일어나는 사건도 많지 않아 지겨울 수 있다. 심리학이나 범죄 관련 전공자는 이거 수업에서 들었던 얘기가 아닌가 하는 데자뷔와 함께 왠지 모를 희열을 느끼며 재밌게 볼 수 있을 듯. 전공자가 아니어도 데이비드 핀처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핀처가 제작한 드라마라는 이유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

넷플릭스에 시즌1이 풀리기도 전에 이미 시즌2 제작이 확정되어 있다고 한다. 총 5시즌으로 이루어질 예정.

2. 오펀 블랙 Orphan Black (2013-2017)

마약 거래나 사기로 먹고살던 다크한 주인공 사라가 어느 날 기차역으로 들어오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사람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것을 보고 그 사람의 신분을 훔치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SF/스릴러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몇 화만 보다 보면 뻔해지는 부분이니 얘기하자면, 사라가 자신이 과학 실험의 일부이자 몇 명이나 될지 알 수 없는 클론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되고 다른 클론들을 만나게 되면서 사건이 진행된다. 생명 과학이나 유전자는 1도 모르는 사람이라 오호 이럴 수도 있나 하면서 봤지만, 과학도들은 이게 말이 되냐 코웃음 치며 흥미를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이 클론이라는 설정상 주연 배우가 일인다역을 하는데, 그 연기를 보면서 감탄하는 것만으로도 오펀 블랙은 정주행할 가치가 있다. 시즌1에서부터 시즌5까지 총 10개가 넘는 캐릭터를 직접 연기했는데 보면서 위화감이 없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개성이 있고 다르게 느껴진다. 진심 대단하다. 후일담으로 인터뷰한 것을 보니 매번 연기하기 힘들어서 은근히 몇몇 캐릭터가 죽기를 바란 적이 있다고 한다. 제작진이 캐릭터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하나 추가하는 대신 한 두셋 정도 죽여주려나?" 생각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답답한 고구마 서사를 싫어하는데 그런 부분은 별로 없고 시즌마다 시원하게 문제 해결해주는 편에다가 벡델 테스트 거뜬히 통과할 법한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라 신선하고 재밌었다.

2017년 상반기에 시즌 5를 마지막으로 종영이 됐다. 결말도 꽤 꽉꽉 닫힌 결말이라 완결 난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듯하다.

3. 굿 플레이스 The Good Place (2016-)

사후 세계를 시트콤으로 이렇게 웃기면서 밝게 다룰 수 있다니. 주인공 엘레노어는 자신이 죽어서 "굿 플레이스" 라고 하는 곳에 왔다는 걸 알게 된다. 산타할아버지가 우리가 착한 아인지 나쁜 아인지 어디선가 다 보고 계신 것 마냥, 현생에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누군가는 지켜보면서 점수를 매기고 있고, 총 점수에 따라서 굿 플레이스나 배드 플레이스로 가게 된다는 설정이다. 엘레노어는 현생에서 순진한 노인들에게 사기 쳐서 약을 파는 세일즈맨이었고, 여러모로 봤을 때 굿 플레이스에 가기엔 무리인 캐릭터. 본인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실제로 굿 플레이스에 왔어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현생에서 성인처럼 살아온 동명이인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메인 캐릭터 중 하나가 생전에 윤리학 교수였던 설정이라 가벼운 시트콤인데도 불구하고 간혹가다 생각해볼 만한 철학적/윤리적 문제를 하나씩 던져주기도 한다. 시트콤답게 미국 내 다양한 팝 컬쳐 레퍼런스가 엄청나게 버무려져있어서 미국 팝 컬쳐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은 이게 뭐가 웃기다는거지.. 할 수도 있는 단점이 있다. 주인공 크리스틴 벨은 개차반 같은 역할을 해도 왠지 사랑스럽다.

현재 시즌 2까지 나와 있고 시즌 3 제작도 확정되었다.

→넷플릭스 추천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