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정주행한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자타공인 넷플릭스의 충성스러운 덕후인 글쓴이는 매달 넷플릭스에서 정주행한 드라마를 소개하고 있다. 넷플릭스에는 드라마 외에도 영화, 다큐멘터리, 리얼리티쇼, 스탠드업 코미디, 예능 등 다양한 장르의 컨텐츠가 있지만, 이글에서는 그중에서도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중도 포기 없이 완주한 드라마들을 추천하려고 한다. 프랑스 넷플릭스를 기준으로 하므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닌 경우 한국 넷플릭스나 다른 나라 넷플릭스에는 아직 업로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추천지수

★★★★★ 강력 추천

★★★★☆ 추천 (약간의 주의가 필요할 수 있음-잔인함, 선정성, 지루함, 이야기가 산으로 감, 등)

★★★☆☆ 줄거리나 설명을 읽고 나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 크게 추천하지 않음

★☆☆☆☆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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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드리드 모던걸 Las Chicas del Cables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태어나 처음으로 보게 된 스페인 드라마, 마드리드 모던걸. 영어 제목은 스페인어 원제를 그대로 번역한 케이블 걸스 Cable Girls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의 직업은 "케이블 걸" 즉, 전화 교환원이 있던 시절, 1920년대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한다. 10년 전 시골에서 첫사랑 남자친구와 함께 마드리드로 상경한 날, 기차역에서 남자친구를 잃어버려 헤어지게 된 이후로 도둑질을 일삼으며 살아온 주인공 알바 (알바가 이름 맞습니다). 우연히 마드리드 최대 통신 회사에 전화 교환원으로 위장 취업하게 되면서 만난 세 친구와 첫사랑, 그리고 새로운 사랑까지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펼쳐진다. 1920년대 스페인은 아직도 여자가 남자에 종속되어 사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 그런 시대를 거스르는 당당한 알바와 세 친구는 말 그대로 "모던걸"이자, 모던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여성들이다. 특히 보수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 결혼과 사랑, 그리고 동성애자, 트랜드젠더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뤄서 흥미롭다. 

전반적으로 내용 전개 자체는 한국 드라마, 특히나 어른들이 좋아하는 주말 드라마나 아침 드라마, 저녁 막장 드라마 좀 봤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예상하지 못한,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알고 봐도 걱정되고, 알고 봐도 긴장되고, 알고 봐도 공감되는 그런 마력이 있는 드라마다. 나도 처음 몇 개 에피소드를 볼 때 '흠, 그다지 큰 재미는 없는데?'라고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첫 시즌을 거의 앉은 자리에서 다 보고 말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대부분 하루에 한꺼번에 전 에피소드를 오픈하니까 많은 사람이 오픈된 날 여러 에피소드를 연달아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일주일에 하나씩 에피소드가 나오는 TV 드라마보다 "클리프 행어"가 없거나 약한 편인데, 마드리드 모던걸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데도 불구하고 매화 끝날 때 마다 다음 에피소드가 궁금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시즌 수: 2

다음 시즌 예정: 시즌3 제작 확정

추천지수: ★★★★☆ (약간 진부할 수 있음)

2. 슈츠 Suits

나를 처음 미드의 세계로 인도했던 장본인이자, 현재 넷플릭스 계정을 같이 공유하고 있는 친오빠가 처음 넷플릭스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미국 법정 드라마 슈츠 Suits를 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나는 '살인자 만들기' Making a Murderer 보려고 처음 가입했다. 정말 잘 만든 범죄 다큐멘터리다. 강추! ★★★★★)예전부터 오빠는 법정 드라마를 좋아해서 미드 보스턴 리갈, 앨리 맥빌, 일드 히어로까지 다 찾아보곤 했었는데, 나는 법정 드라마보다는 범죄 수사 드라마 쪽 취향이라 오빠가 좋아하는 슈츠도 여태껏 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사실은 재밌는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나면 뭔가 헛헛하면서 이 드라마 저 드라마 다 찔러보게 된다) 슈츠 파일럿을 보고 빠져들어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시즌5까지 정주행을 마쳤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만 영입하는 뉴욕의 명문 로펌인 피어슨 하드먼을 배경으로 하는 슈츠는 그중에서도 피어슨 하드먼의 스타 변호사, 하비 스펙터와 그의 문제투성이 천재 어소시에이트 마이크 로스를 주인공으로 한다. 한 번 본 것은 다 이해하고, 한 번 이해한 것은 영원히 기억하는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인 마이크가 문제투성이인 이유는 그가 로스쿨은커녕 대학 졸업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하비와 마이크 그리고 하비의 충성스러운 비서 도나까지 세 사람뿐. 하비는 마이크의 비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지키면서, 한 번도 패소한 적이 없는 엘리트 변호사로서의 명성까지 함께 지켜야 한다. 

내가 슈츠의 대표 이미지로 법정에서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아니라, 하비와 마이크 두 사람이 사무실에 앉아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슈츠에는 법정보다 피어슨 하드먼 사무실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비 스펙터 스타일 자체가 법정으로 가기 전에 합의를 통해 해결한다는 주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에피소드 당 케이스 하나 해결하는 식―마지막 장면은 항상 사무실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면서 위스키를 마시는 두 사람의 뒷 모습으로 줌아웃 하는―의 법정 드라마를 좋아하면 슈츠는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에피소드 안에 케이스가 해결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가 있고, 가장 큰 문제는 마이크의 비밀을 지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법정 드라마는 아니다. 그리고 마이크가 천재라는 사실 때문에 왠지 원맨쇼처럼 마이크 혼자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케이스를 해결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은근히 헛똑똑이 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메인 캐릭터 중 하나인 레이첼 역의 메건 마클이 영국 해리 왕자와 약혼함과 동시에 하차하게 되어 시즌8이 제작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래도 제작진은 시즌8을 제작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시즌 수: 7 (넷플릭스에는 시즌5까지 업로드)

다음 시즌 예정: 시즌8 제작 미정

추천지수: ★★★★☆

3. 블랙미러 Black Mirror

블랙미러 이번 시즌 에피소드 중 Arkangel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번에 본 것은 1월에 새로 나온 시즌 4다. 블랙미러의 첫 시작은 영국 드라마였다. 영국의 채널4에서 시즌 1과 2, 총 두 개의 시즌을 방영했다. 이후에 넷플릭스가 판권을 사서 12개의 에피소드를 두 개 시즌에 나눠서 각각 시즌3과 이번에 나온 시즌4로 제작하고 방영했다. 그래서 시즌 1부터 정주행해보면 처음 두 시즌은 굉장히 '영국스러운' 느낌이 있고 배경 자체도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반면, 시즌 3과 4는 그런 영국 특유의 색이 옅거나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블랙미러는 일반적으로 에피소드가 연결되는 드라마가 아니라, 각 에피소드가 개별적인 이야기가 있는 독립적인 구성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어떤 시즌의 어떤 에피소드부터 보던지 크게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나름대로 블랙미러 만의 '세계관'이 있고 모든 에피소드는 이 같은 세계관 안에서 일어난다는 설정이라서 가능하면 시즌 순, 에피소드 순으로 차례대로 보는 게 제일 완전하게 블랙미러를 즐기는 방법이다. 특히 이번에 나온 시즌4의 "블랙 뮤지엄 Black Museum"이라는 에피소드에 지금까지 모든 시즌에서 나왔던 설정이나 상징 등이 이스터 에그처럼 잔뜩 들어있어서 찾는 재미가 있다.

블랙미러의 장르는 기본적으로 SF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SF라고 하면 떠올리는 전자 기계음 뿅뿅 나고 우주나 우주선을 배경으로 하는 그런 SF가 아니다. 겉보기에는 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과 비슷하지만, 어딘가 어긋나고 다른 디스포티아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해서 더 재미있다. 블랙미러를 보고 나면 이런 이야기가 마냥 공상일 뿐이라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어딘가 맞닿아있어 불편하면서도 실제로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그게 바로 블랙미러의 매력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레전드 에피소드는 시즌3의 "샌주니페로 San Junipero"다. 이 에피소드는 TV 영화 부문에서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내 기준 좋았던 에피소드로는 시즌1 "1500만 메리트 Fifteen Million Merits" 시즌2 "화이트 크리스마스 White Christmas" 시즌3 "추락 Nosedive" 그리고 시즌4 "악어 Crocodile"와 "Hang the DJ"다.

시즌 수: 4

다음 시즌 예정: 시즌5 제작 미정

추천지수: ★★★★★

4. 피키 블라인더스 Peaky Blinders

피키 블라인더스는 1919년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 영국 버밍햄을 배경으로 한다. 제목 "피키 블라인더스"는 주인공 토미 쉘비의 가족인 쉘비가가 이끄는 갱단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주인공 토미 쉘비가 이끄는 갱단 피키 블라인더스의 권력 다툼과 생존을 위한 다양한 투쟁을 중심으로 한다. 시즌1은 그중에서도 피키 블라인더스를 제거하기 위해서 윈스턴 처칠이 보낸 경찰 체스터 캠벨과 토미 쉘비의 갈등, 그리고 빌리 킴버가 이끄는 라이벌 갱과의 권력 다툼이 중심 줄거리다. 드라마는 실존했던 피키블라인더스라는 갱단의 실화를 각색하여 만들었다. ※스포일러주의 궁금하신 분만 더보기 클릭※ 

실제 역사에서 피키 블라인더스는 빌리 킴버가 이끄는 갱 버밍햄 보이즈에 져서 흡수되었다. 드라마는 "만약에 피키 블라인더스가 버밍햄 보이즈를 이겼다면?"이라는 실제와는 다른 가정에서 출발한다. 

시즌2는 이로부터 2년 뒤 버밍햄을 넘어서 런던 남부와 북부까지 세력을 확장하려는 피키 블라인더스의 이야기를 그린다고 한다. 사실 아직 피키 블라인더스는 시즌1 밖에 완주하지 못해서 스포일러 당할까 봐 걱정돼서 다음 시즌 이야기는 자세히 찾아보지도 못하겠다. 

피키 블라인더스는 정말 주인공 킬리언 머피의 발견이 아닐까 싶다. 인셉션이나 다크 나이트 등 배트맨 시리즈에서 킬리언 머피를 봤지만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 하는 멋진 배우인지 몰랐는데, 피키 블라인드에서는 갱 리더 토미 쉘비 그 자체다. 킬리언 머피가 사실 갱단의 리더라고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이미지의 배우는 아닌데, 본인 자신도 그걸 잘 알고 목소리를 저음으로 낮추고, 자세를 교정하는 등 노력해서 감독을 설득했다고 한다. 거기다 피키 블라인더스를 촬영할 때는 완전히 메소드 연기로 토미 쉘비에 빙의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촬영이 끝나도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고. 킬리언 머피가 출연했던 영화의 각본을 쓴 작가의 말로는 킬리언 머피의 실제 성격은 엄청 착하고 소탈하고 가족적이라고. 헐리웃의 하이라이트를 즐기는 것 보다는 빨리 집에 가서 아이들 보는 걸 더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이 1차 대전 참전 후 PTSD를 앓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이끄는 가족과 갱의 리더로서 책임감이 막중해 속으로는 늘 갈등하는 토미 쉘비 캐릭터에 몰입하다보면 빠져나오기가 쉽지도 않을 것 같다.

시즌 수: 4

다음 시즌 예정: 시즌 5 제작 확정 (그런데 2019년 방영 예정)

추천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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