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만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여행팁 - 비행

지난 글 "뻔하지만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여행팁 - 준비"에서는 여행 출발 전 여행을 준비할 때 ―그중에서도 특히 비행기 여행―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뻔한 팁에 관해 이야기해보았다. 오늘은 해외여행을 할 때 은근히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기다리는 비행기 탑승 후 도움이 될만한 팁들을 몇 가지 꼽아보았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뻔하기는 하지만, 내가 비행기로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들, 그리고 비행기를 탈 때마다 지키고 있는 것들로만 골라보았다.

1. 전 세계 공항 와이파이 비밀번호, 미리 알아둘 수 있다?

공항에서 긴 시간 경유를 하거나, 일찍 도착해서 비행기 탑승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데 공항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막막하다. 무료로 와이파이를 무제한 제공하는 공항도 있기는 하지만, 일정 시간 동안만 무료로 와이파이를 제공하거나 아예 유료 와이파이만 제공하는 공항도 있다. 그래서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이 한둘씩 모여서 만든 페이지가 바로 "Wireless Password From Airports and Lounges Around The World" 즉, 전 세계 공항과 라운지 무선 인터넷 비밀번호라는 지도 페이지다. 이 지도를 열어보면 280개가 넘는 전 세계 공항을 리스트로, 또 지도에서 볼 수 있고 그 공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네트워크와 비밀번호 역시 알 수 있다. 이런 정보를 악용하면 안 되겠지만, 정말 급한 사정이 있을 때 임시방편으로 쓰기에는 좋을 것 같다.

위 링크로 들어가면 볼 수 있는 화면 모습

2. 기내에서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간식을 미리 챙긴다.

평소에 군것질 좋아하는 사람들은 장거리 비행을 할 때 영 입이 심심할 때가 많다. 물론 기내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들을 무료로 주기는 하지만 (혹은 돈을 내고 사 먹을 수 있다거나) 내 입맛에 별로 맞지 않을 때도 많고 모두가 잠을 자는 조용한 시간대에는 승무원에게 계속 부탁하기도 민망하고 미안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간단한 간식거리 (냄새가 나지 않고 부피가 크지 않은 과자나 젤리, 견과류나 말린 과일 등) 한두 개 정도는 미리 집에서 가지고 오거나 공항에서 사 가는 편이다. 

비행기에서는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없으므로 ―적어도 이코노미석에서는 그렇다― 간단하게 과일을 조금 가지고 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신 과일은 물러져서 물기가 새어 나오는 등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체리를 한 주먹 정도 들고 탄 적이 있는데, 신선한 체리는 생각보다 단단해서 가방 속에서도 물러지지 않고 괜찮았다. 또, 비행 중반에 한참 입도 텁텁하고 속도 니글니글할 때 신선한 과일을 먹으니 기분도 나아졌다. 특별한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체리는 잠을 깊이 자는데 도움을 주는 멜라토닌을 많이 함유한 과일이기도 하다.

3. 기내에서 먹는 음식에 주의한다. 

특히나 외항사를 타고 여행하는 경우, 치즈나 크림 등이 들어가 기름지고 헤비한 음식이 기내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잦다. 그리고 비행기의 국적을 떠나서 기내식은 대부분 간이 세게 되어있는 편이기도 하다. 기내식이 비행기 여행의 꽃이라는 생각으로 괜히 욕심을 내서 이렇게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을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가 여행 내내 속이 더부룩해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몇 번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차라리 기내식을 조금 덜 먹거나 안 먹더라도 편한 속으로 여행하는 게 더 낫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꼭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이 아니라도 평소 육지에서(?)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 음식이 기내식으로 나온다면, 절대로 아까워하지 말고 패스하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것 같다. 고도가 높은 비행기 안에서는 소화도 평지에서처럼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니 더욱 먹는 것에 조심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승무원 중에는 비행 중에 아예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높은 고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소화 기관이 착륙하는 순간부터 열심히 소화하려고 작동하다 보니 몸이 더욱 피곤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Wikimedia Commons

여행을 떠나기 전 항공사 사이트에서 미리 자신이 원하는 기내식을 무료로 신청할 수 있으니, 잘 알아본 다음 자신에게 맞는 기내식으로 신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항공사 별로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다양한 단계의 채식주의자를 위한 채식 식단, 유대교인을 위한 코셔, 무슬림, 유대교인, 힌두교인, 자이나교도 등 종교적 신념을 위한 식단, 당뇨식, 저지방/저콜레스테롤, 저열량, 저염, 유당 제한, 글루텐 제한 등 건강상 사유를 위한 식단, 생채소나 생과일 등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식단, 12세 이하 어린이와 유아를 위한 식단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특별식이 있다. 기내식 외에도 음료 서비스 때 무리해서 술을 많이 마신다거나,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홍차, 탄산음료 등을 많이 마시는 것도 비행 중 몸 상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조심한다.

4. 하의는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편한 것으로, 신발은 신고 벗기 편한 것으로

개인적으로 비행기를 탈 때 다른 것은 몰라도 하의만큼은 정말 편한 것으로 입으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나도 여행의 설렘을 이기지 못하고 공항 패션을 완성하기 위해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예쁜 옷을 입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짧은 여행 후에도 몸이 고단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까, 멋보다는 무조건 편한 것이 우선순위가 되었다. 내가 여행할 때 절대 입지 않는 것은 몸에 밀착되는 바지다. 일단 그런 바지를 입으면 비행기 안에서 다리를 굽히기가 너무 불편하다. 또, 평소에는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만 좁고 불편한 이코노미석에 앉아있다 보면 바지의 단추도 배를 너무 압박하는 것 같고, 심지어는 바지에 달린 뒤 주머니 때문에 엉덩이가 배기는 것 같기도 하고 예민하게 느껴진다. 

쭉쭉 늘어나는 레깅스나 고무줄 바지, 트레이닝복이나 통이 넓은 와이드팬츠 등이 가장 편한 것 같고, 아예 하의를 입지 않아도 되는 맥시 원피스 같은 것도 생각보다 편하다. (짧은 원피스는 노노!) 하의가 편해야 비행 중에 일어나서 다리를 스트레칭하거나 앉아서 다리를 주무를 때 더욱 편하기도 하다. 장시간 비행 시에 앉아있기만 하고 스트레칭이나 다리 마사지를 하지 않으면 혈액 순환이 잘 안 돼서 다리가 붓고 피로해지니 아무리 길어도 2시간에 한 번씩은 꼭 스트레칭과 다리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신발은 보안 검색 시에 벗어야 할 수도 있고, 비행기 안에서도 신었다 벗었다 할 때가 있어서 최대한 신고 벗기 편한 것으로 신는다. 여름에는 샌들이나 슬리퍼 종류를 신는 게 제일 편하다. 물론 기내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신발을 벗고 있을 때는 신발이나 발 위생에 특히 신경 쓰도록 하자. 그리고 신발을 벗고 있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신발을 벗고 앞 좌석 사이 팔걸이 쪽으로 다리를 걸치는 등 매너 없는 행동은 하지 말자.

5. 기내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한다면 이북리더기를 추천!

여행 갈 때 기내에서 읽을 책과 여행 중에 읽을 책까지 책을 여러 권 가지고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북리더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미리 다운받아 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걸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몇 시간 하고 나면 질리기도 하고 스크린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눈이 피로하기도 해서 오래 하지는 못한다. 거기다가 하필 내 자리 스크린만 고장이 나서 10시간이 넘는 비행에 멍 때리면서 가는 경험을 한 뒤로는 항상 비상용 책을 몇 권씩 들고 타곤 했다. 주로 해외에서 볼 수 있는 페이퍼백 도서의 경우 여러 개 들고 타도 사실 무게가 얼마 되지 않아서 괜찮은데, 한국 책은 한 권만 들어도 꽤 무거워서 여러 권을 가지고 다니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 

그러다 이북 리더기 킨들을 산 뒤로는 킨들 하나만 들고 다니면 그 안에 책이 수없이 들어있으니 이보다 더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킨들은 한 번 충전해두면 배터리가 며칠씩 가니까 (하루에 독서 시간이 길지 않다면 일주일도 넘게 간다) 갑작스레 휴대전화가 꺼져도, 내 자리에 스크린이 고장 났어도 걱정 없다. 거기다 기내 불을 다 끄고 수면을 유도하는 취침 시간에는 책을 읽고 싶어도 독서등을 켜는 게 옆 사람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눈치 보일 때가 있는데, 대부분 이북리더기에는 백라이트 기능이 있어서 어둠 속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 보다 눈 피로도 덜하다. 여행을 자주 다니거나, 이사를 자주 해서 그때 마다 무거운 책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사람이라면 필수템인 것 같다.

킨들은 내가 2017년에 사길 잘 한 물건 중 하나이기도 하다.

6. 비행 중 필요할 만한 것들은 미리 생각해보고 손가방에 넣고 발밑에 둔다. 

짐을 쌀 때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필요 없는 물건들은 부치는 수화물에, 공항에서나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필요할 수도 있는 물건은 기내 수화물에 넣는다. 이때 비행 중 내 자리에서 필요할 만한 것들은 캐리온이 아니라 작은 손가방에 따로 넣어서 꺼내기 쉬운 발밑에 두는 것이 좋다. 기내에 들고 타는 여행 가방은 그 크기가 아무리 작아도 발밑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오버헤드 빈에 넣게 되어있다. 물론 비행 중에도 필요하면 기장이 안전하다고 표시했을 때 오버헤드 빈을 열어 캐리어를 꺼낼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좌석 간 복도가 좁은 이코노미석에서는 오버헤드 빈에서 가방을 꺼낸 다음 열어서 물건을 찾고 할 만한 공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거기다가 이때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시간이라 나 때문에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막게 되어 불편을 초래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비행 중에 급하게 필요할 만한 물건은 많지 않지만, 아래에 나열한 물건들은 꼭 손가방에 챙겨 발밑에 두는 편이다. 

• 여권 / 출국 심사, 비행기 탑승 시, 비행기 안에서 입국 카드 작성 시, 입국 심사 시 등 해외 여행 시에 여권은 항상 내 손에 닿는 곳에 둔다. 
• 펜 / 입국 카드나 세관 신고서 작성 시 필요하다. 승무원이 들고 다니면서 빌려주기는 하지만 성격이 급해서 항상 내 펜을 들고 다닌다. 이 외에도 심심할 때 종이에 끄적끄적 낙서하기도 한다. 
• 휴대전화 충전기 / 휴대전화 충전기를 포함해서 내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전자 기기의 충전기는 가방에 꼭 챙겨서 다닌다. 요새는 공항이나 기내에서도 쉽게 충전할 수 있어서 적어도 휴대전화는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에 100%로 충전하는 편이다.
• 휴대전화, 킨들, 기타 심심풀이용 엔터테인먼트 (스도쿠나 십자말풀이 등)
• 간식이나 약 / 복용하는 약이 있는 경우 꼭 손가방에 챙기고, 이 외에도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나 지사제는 각각 두 알 정도는 항상 지니고 다닌다. 진통제나 지사제는 몇 알만 손가방에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수화물로 부치거나 캐리온에 넣어둔다. 간식도 언제 먹고 싶을지 모르니 캐리온이 아니라 손가방에 넣어둔다.
• 클렌징 워터와 로션 / 기내는 정말 건조하다. 그래서 로션이나 에센스 같은 걸 바르고 싶은데 왠지 세수도 하지 않은 얼굴에 바르기는 찝찝하고, 그렇다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자니 좁아서 불편하고 수건도 없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작은 사이즈의 공병에 클렌징 워터를 넣어서 코튼 패드 몇 개와 같이 들고 타거나, 아예 코튼 패드에 클렌징 워터를 듬뿍 묻혀서 비닐백이나 작은 케이스에 넣어서 가지고 탄다. 그러면 비행하는 동안 언제든지 필요할 때 얼굴을 닦아내고 로션을 바를 수 있어서 좋다. 클렌징 워터와 로션은 둘 다 액체류기 때문에 기내에 들고 탈 때는 기내 반입 기준에 맞는 사이즈인지 확실히 확인한다. 기내 반입 기준은 용기 하나당 100ml까지다. 전에 120ml짜리 튜브형 로션을 거의 다 쓰고 조금밖에 남지 않아 괜찮겠지 생각하고 손가방에 넣었는데, 인천 공항 보안 검색에서 뺏긴 적도 있다. 용기 안에 들어있는 양이 아니라, 용기 크기 자체도 보는 것 같다.

7. 도착한 첫날 현지 시각 기준으로 평소 자는 시간에 자도록 한다 

시차 적응이 뭐죠? 먹는 건가요? 하던 시절도 있었더랬다. 어느샌가 점점 시차 적응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여행 기간이 2주인데, 시차 적응하는데도 2주 정도가 걸리는 지경이 되었다. 이제 좀 시차에 적응이 돼서 살만하면 다시 돌아갈 때가 돼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또 돌아가서 1~2주 정도 고생해서 시차 적응을 해야 한다. 내가 생각할 때 시차 적응에서 가장 중요한 골든 타임은 도착한 바로 당일과 그다음 날인 것 같다. 그 이틀 안에 내가 정상적으로 로컬들이 자는 시간에 자고 일어나지 못하면 남은 기간 고생길이 열리는 것. 그래서 한 가지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도착하는 날, 그 시간이 몇 시건 간에 그날 밤 현지 시각 기준으로 내가 평소에 자는 시간에 잠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평소에 프랑스에서 11시에서 12시 사이에 잔다면, 한국에 가더라도 한국 시각으로 11시~12시 사이쯤에 잔다. 지금 1월 기준으로 한국 시각 11시이면 프랑스는 벌건 대낮, 한창 활동할 시간인 3시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눈을 붙인다. 

그리고 아무리 잠이 와도 10시 전에는 되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피곤해서 10시 전에 잠들면 높은 확률로 새벽 2시나 3시쯤에 말똥말똥한 상태로 잠이 깬다. 그리고는 다시 잠들지 못하고 뜬 눈으로 새벽을 보낸 다음 아침 9시에서 10시쯤 활동을 시작할 시간에 미친 듯이 잠이 오기 시작한다. 시차 적응에 완벽하게 실패하는 시나리오다. 그래서 가능하면 10시 전에는 아예 숙소로 돌아오지 않는다. 몸이 조금 피곤하더라도 숙소에는 짐만 두고 나가서 밖에서 뭔가 활동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운다. 첫날 저녁에 내가 가고 싶었던 식당에 간다거나, 하이라이트 야경 관광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파리에 가족이나 친구가 처음 오면, 첫날 밤에 꼭 센강 유람선을 타러 간다. 야경이 예쁘기도 하고 시차 적응에도 도움이 된다. 사진/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