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 - 캐러멜푸딩편

일도 잘하고 자기관리도 잘하고 매사에 맺고 끊기를 잘하는 출판사 영업직원 아메타니 칸타로. 그에게는 "달콤한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인즉슨, 달달구리 디저트를 너무 좋아해서 외근을 끝내면 항상 도쿄 디저트 맛집을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그렇게 맛있는 디저트를 영접하고 나면 그대로 끝이 아니라 본인이 운영하는 디저트 리뷰 블로그 아마블로에 꼭 리뷰도 남기고 있다. 업무가 끝나면 디저트를 먹으러 가야 하기 때문에 늘 철저하게 업무 시간을 지켜왔던 칸타로가 오늘은 웬일인지 늦게까지 야근을 하면서 사무실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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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맛있는 디저트를 더욱 맛있게 먹는 방법! 바로 늦은 밤에 먹는 것. 더울 때 먹어야 제맛인 빙수의 참맛을 즐기기 위해서 무더위에 히트텍까지 입고 영업을 나갔던 칸타로 답게, 오로지 디저트를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 야근을 자청하고 있다. 손에 든 것은 퇴근하는 부장이 출출할 때 먹으라고 주고 간 도넛. 하지만 이따위 도넛에 마음을 뺏길 순 없다. 왜냐?

칸타로는 오늘 캐러멜 푸딩을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난히 출렁거리는 푸딩.

거래처와 회식이 있어서 퇴근한다던 부장은 나가다 말고 다시 돌아와서 칸타로에게 회식에 같이 가자고 온갖 털 난 애교를 다 떨기 시작했다. 오늘의 끈끈이는 부장님이셨군요.

결국, 접대 자리에 같이 온 칸타로. 촉촉 달콤새콤 맛있어 보이는 탕수육도 거절하고 회식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탕수육 따위를 먹으면 캐러멜 푸딩은 끝이라고. 이 와중에 칸타로는 탕수육에 들어간 파인애플이 못마땅하다. 파인애플 단맛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금 당장이라도 과일 안미쓰의 바다로 보내주고 싶단다.

중화요리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로 나온 안닌도후 (안닌두부). 우유와 한천으로 만든 젤리 혹은 푸딩 같은 느낌의 디저트다. 원래 중국에서는 살구씨 (안닌)를 가지고 만들었는데, 일본에서는 주로 아몬드 에센스를 넣어 만든다고 한다. 어쨌든 칸타로는 푸딩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뽀얗고 탱글탱글한 안닌두부마저 포기했다.

1차만 같이 가자고 온갖 징그러운 애교를 다 떨더니만 이제 또 2차까지 같이 가자고 하는 부장을 바라보는 칸타로의 모습. 술 권하고 회식 강요하는 상사를 바라보는 모든 직장인의 모습이 아닐까. 푸딩 하나 맛있게 먹자고 야근에, 중식당에서 음식은 입에도 안 대고 안닌두부까지 포기했는데, 여기서 무너지는 것인가.

다행히 거래처 서점에서 전화가 와서 탈출에 성공한 칸타로. 캐러멜 푸딩. 지금 너에게로 칸타로가 간다.

오늘의 주인공 가게, 에세 두에. 

상호: 에세 두에 Esse Due

주소: 6-11-13, Akasaka, Minato, Tokyo

영업시간: 점심영업 11am-3pm, 저녁영업 6pm-11pm

오랜만에 등장한 칸타로의 뒤태 샷. 1998년에 개점한 아는 사람만 아는 이탈리아 음식점. 이곳에 오늘의 주인공 디저트가 있다.

어후 피자도 너무 맛있게 생긴 것. 화덕에서 구운 나폴리 피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들을 판매한다.

피자 너무 맛있어 보여서 한 컷 더. 정말 내가 딱 좋아하는 크기에, 도우 두께, 굽기 정도. 완벽하다.

칸타로가 주문한 오늘의 주인공, '농후 크림 푸딩' 뭔가 유독 일본어를 있는 그대로 한국어로 직역한 듯한 느낌이 많이 난다. 이탈리아어로는 크레마 카르멜라타 Crema Carmellata 라고 부르는 디저트라고 한다.

푸딩인데 조각으로 잘려서 단단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란 칸타로. 이리저리 흔들어보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는 농후 크림 푸딩이다.

식감은 또 엄청 부드럽다고 한다. 표면이 단단한 데 비해서 속에는 기포 하나 없어 더 식감이 부드럽다고.

에세 두에의 푸딩은 노른자, 설탕, 바닐라빈, 우유, 생크림 이 다섯 가지 재료만으로 맛을 낸다. 크기는 지름 20cm가 넘게 만드는데 이 정도 크기의 푸딩을 중간까지 거품 없이 균일하게 익히는 것도 엄청 대단한 기술이라고 한다.

매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조건에 따라서 익히는 시간을 조절한다. 셰프의 경험이 뒷받침하는 장인의 작품 그 자체다. 프랑스 플렁 Flan 이랑도 조금 비슷한 것 같고, 포르투갈 푸딩이랑도 비슷해 보인다. 하긴, 노른자 설탕 바닐라 우유 생크림 이 재료들로 만드는 디저트가 없는 유럽 국가는 아마 없을 듯.

아마블로에 농후 크림 푸딩 리뷰를 올리고 집에 가려는 칸타로 앞에 다시 나타난 부장님. 아까 음식점에서 안닌두부를 먹지 않은 칸타로를 보고 따로 챙겨주려고 포장을 해 왔다. 따흐흑 감동이야. 부장님 덕분에 결국 푸딩뿐 아니라 안닌두부까지 먹게 된 칸타로.

기분 좋아진 칸타로. 둘이서 2차를 가자는 부장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고 같이 걸어가는 훈훈한 모습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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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디저트를 몰래 먹는 그 기쁨을 보여주었던 지난 에클레어 에피소드에 이어, 오늘은 늦은 시간에 먹는 디저트의 기쁨을 보여준 칸타로. 칸타로의 행보를 보니, 한때 화제가 되었던 각종 음식 맛있게 먹는 방법 글이 생각난다. 주먹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전쟁통인 척 하면서 먹는다든가, 죽을 맛있게 먹으려면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운 환자인 척하면서 먹는다든가 하는 그 글 말이다. 디저트가 주는 1차원적인 기쁨을 더 극대화하기 위해 온갖 변태 같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칸타로인데, 이러다 어디까지 갈는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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