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와 리스본

사진 속 이 장소는 어디일까?

저 빨간 다리 금문교 아니여? 그럼 샌프란시스코겠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마 대부분이지 않을까.

실제 주변인들에게 비슷한 사진을 보여주고 "여기 어디게" 물었을 때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뭐 이런 뻔한 걸 묻느냐는 듯이 "샌프란시스코 아니야?" 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왠지 함정인 것 같은 의심이 든다면 정답이다. 사진 속 장소는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이니까.

샌프란시스코는 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로 손꼽는 곳이다. 친구들과 긴 시간 동안 살면서 여행하면서 추억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도 그렇고, 특유의 자유로운 문화와 분위기가 좋았다. 리스본에 처음 가게 된 것은 2014년 부모님과 여행하면서였다. 부모님과 해외를 여행하는 게 처음이었고, 옆에 의지할 수 있는 친구 없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의지하는 여행은 생전 처음이었기 때문에 여행 전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리스본을 여행 코스에 넣고 준비를 하다 보니 보면 볼수록 낯설지 않은 느낌이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곳 같은데...' 금문교와 비슷해도 너무 비슷한 사진 속 다리가 결정적인 힌트였다. 리스본은 샌프란시스코와 비슷한 점이 정말 많은 곳이었다. 일란성 쌍둥이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이란성 쌍둥이 혹은 형제자매 정도는 될법한 유사함,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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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덕과 오르막

↑리스본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와 리스본에는 각각 7개의 언덕이 있다. 두 도시를 도보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오르막 언덕길을 오르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샌프란시스코의 언덕이 훨씬 가파르긴 했지만, 두 도시 모두 언덕을 올라 위에서 아래로 도시 전망을 내려다 볼 때의 경치와 그 기쁨은 말로 할 수 없다.

2. 현수교

↑샌프란시스코의 Golden Gate Bridge

↑리스본의 Ponte de 25 Abril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누구라도 헷갈릴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과 같은 빨간색 현수교와 리스본의 현수교는 사실 비슷해 보이는 게 정상일지도 모르겠다. 두 다리 모두 같은 건축가가 설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배다른 형제들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길이 2,737m, 리스본의 Ponte de 25 Abril이 길이 2,277m로 사이즈 면에서도 비슷하다. 

3. 트램

↑샌프란시스코의 언덕을 올라가는 트램

↑리스본의 언덕을 올라가는 트램

두 도시 모두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옛날식 트램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관광객들에게는 교통수단 이상의 색다른 모습이자 경험이 된다. 특히 부모님과 함께 간 리스본에서 아빠가 예전에는 서울에도 이런 트램이 있었다면서 향수에 젖어 드는 모습을 본 것도 나에게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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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샌프란시스코와 리스본 모두 "웨스트 코스트" 라는 점 -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의 서부에 위치, 리스본은 유럽 대륙의 서부에 위치 - 그리고 두 도시 모두 지진의 영향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해낸 아픔과 극복의 역사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리스본의 경우 1755년 대지진으로 도시의 거의 대부분이 망가져 지금 우리가 리스본을 여행하며 볼 수 있는 모습은 지진 이후 복구한 모습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리스본 대지진으로부터 150년도 더 지난 1906년에 지진의 피해를 보고 거의 40만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홈리스가 되는 피해를 보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와 리스본 둘 중 고민하는 주변인들에게 추천한다면 이런 정도의 기준으로 추천할 수 있겠다.

힙스터 문화를 좋아하고 즐기며, 역사와 유서 깊은 유적지 혹은 관광지 방문보다는 큰 도시를 방문하는 것을 좋아한다. 날씨가 조금 우중충한 것도 나름대로 분위기 있어 좋다고 생각하며, 어차피 여행은 돈을 쓰러 가는 건데 물가가 비싼 건 크게 상관없다. → 샌프란시스코

시끌벅적한 도시보다는 관광지면서도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며, 유적지 (수도원, 성당, 성, 등) 관광하는 것을 즐긴다. 날씨가 우중충한 것은 견딜 수 없으며, 물가가 비싸지 않아 같은 예산이라도 넉넉하게 쓸 수 있는 것이 좋다. 유럽 다른 도시도 여행하는 경우 위치가 영 동 떨어져 있어 동선 짜기가 조금 복잡하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 리스본

여러 공통점과 함께 각자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두 도시, 샌프란시스코와 리스본. 두 도시는 분명 형제 도시라 할 만큼 비슷한 점이 많지만, 분위기가 꽤 다르기 때문에 둘 중 한 도시에 가 보고 좋았다고 해서 무조건 다른 도시도 좋아할 것이라고 장담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 가 보았다면 리스본에, 리스본에 가 보았다면 샌프란시스코에 한 번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넌지시 추천하고 싶다. (단, 겨울에는 조금 참아주세요. 따뜻할 때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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