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자믄 무슨 재민겨 - 음식

이번 포스팅을 처음으로 보게 된 분들에게 간단히 배경 설명을 드리자면, 현재의 남편과 동거 6년 차 (그 중 결혼 생활 3년 차)인 글쓴이는 늘 수면 부족으로 고생하는 남편과 간간히 나타나는 남편의 몽유병 및 야경증 증상 때문에 2018년 목표를 "함께 잘 자기"로 세우고 실천해나가는 중이다. (함께 잘 자기 첫 번째 글부터 보려면 클릭→혼자만 잘 자믄 무슨 재민겨) 

지난 글 혼자만 잘 자믄 무슨 재민겨 - 실천 편에서는 숙면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지켜야 할 습관, 수면 위생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수면 위생 2번 항목을 보면 자기 전 3~6시간 이내에는 과식을 삼가라는 내용이 있었다. 많이 먹지 않는 것은 그럭저럭 지키기 쉬운 내용 같아 보인다. 그러다 한편으로는 먹지 "않는 것" 말고, 어떤 음식을 먹으면 도움이 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오늘은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한 번 알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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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

1. 체리 / 체리에는 우리 몸속에서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많이 함유되어있다고 한다. (멜라토닌도 알약으로 판매하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처방 약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 아이허브를 통해서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통관금지 되어서 면세점에 갈 일이 있을 때 사면 된다. 안타깝게도 남편한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체리는 한국에서 유독 비싼 과일 중 하나지만, 그래도 작년에 보니까 큰 마트에서는 제법 저렴하게 팔기도 해서 예전만큼 쉽게 찾아 먹기 힘든 과일은 아닌 듯 하다.

2. 우유 / 잠이 안 올 때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마시라는 것은 단순히 따뜻한 음료가 진정 효과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우유에는 아미노산 트립토판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아미노산 트립토판이 세로토닌 분비를 유도한다고 한다. 약간의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트립토판과 세로토닌이 잠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3. 재스민 쌀 /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주로 나는 재스민 쌀 ― 우리가 보통 안남미라고 하는 인디카 쌀과는 또 다른 얇고 긴 형태의 쌀 ― 은 당지수 (GI) 가 낮아서 소화가 빨리 되고, 혈당 지수는 천천히 증가시킨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잠자리에 들기 4시간 전에 재스민 쌀을 먹은 사람이 당지수가 낮은 다른 음식을 먹은 사람 보다 더 빨리 잠들었다고 한다. 연구진들은 당지수가 낮은 음식이 트립토판 생성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4. 바나나 / 바나나에 함유된 마그네슘과 칼륨이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어 잠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바나나에 포함된 탄수화물도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 적당한 양의 '건강한' 탄수화물은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5. 칠면조 고기 / 우유와 마찬가지로 트립토판을 함유하고 있어 도움이 된다. 단, 심각한 불면증을 겪고 있는 경우에는 한 끼 칠면조 고기를 먹는 것, 우유 한 잔 정도로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순간적인 효과보다는 나은 방향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6. 고구마 / 바나나와 마찬가지로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칼륨과 잠드는데 도움이 되는 건강한 탄수화물을 포함하고 있는 고구마. 칼륨은 바나나와 고구마 외에도 껍질을 까지 않은 감자, 파파야, 리마 콩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고구마는 우리나라 호박 고구마, 밤 고구마가 진짜 제일 맛있는 것 같다. 프랑스 고구마는 뭔가 자극적인 단맛이랄까. 빨리 한국가서 고구마 먹고 싶구먼 홀홀

숙면에 방해가 되는 음식

1. 베이컨 치즈버거 / 뭔가 굉장히 구체적이지만, 베이컨 치즈버거로 대표되는 기름진 패스트푸드 음식을 통틀어서 말한다고 봐 주시길. 자기 전 지방이 많이 함유된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위산이 많이 분비돼 속이 쓰리게 되고, 위장과 식도 사이에 있는 하부식도괄약근을 느슨하게 해서 위산이 역류하거나 엉뚱한 곳으로 가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수면의 질을 떠나서 애초에 이렇게 기름지고 짠 음식이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2. 와인 / '어? 나는 레드와인 딱 한잔 하면 잠이 솔솔 잘 오던데.' 하는 분들도 있겠다. 수면 위생 글에서도 나왔듯이 와인 뿐 아니라 잠자기 전 알코올 섭취는 숙면에 방해가 된다. 알코올은 몸속에서 분해되면서 잠자는 동안 여러 번 깨게 만들기도 한다. 또, 코골이를 심하게 하는 예도 있다고 하니 본인은 괜찮다고 해도 상대를 위해서라도 술은 좀 자제해야겠다.

3. 다크 초콜릿 / 초콜릿 중에서도 특히 다크 초콜릿에는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어 많이 섭취하는 경우 자기 전 커피를 마신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초콜릿에 포함된 테오브로민이라는 성분은 심장박동을 증가시키고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크 초콜릿은 자기 전이 아니라 한창 졸리는 낮에 먹어야겠다. 다크 초콜릿뿐 아니라 카페인을 함유한 커피, 레드불 같은 에너지드링크, 콜라 등 탄산음료, 홍차 등도 자기 전에는 피해야 할 대상이다.

4. 인도 커리 / 인도 커리 뿐 아니라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은 숙면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호주에서 진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저녁 식사 때 타바스코소스와 머스타드 소스를 많이 곁들여 먹은 사람이 밋밋한 식사를 한 사람보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얕은 수면을 했다고 한다. 늘 숙면을 하지 못해 고민인 사람이라면 야식으로 맵고 짠 불닭, 떡볶이 등은 아쉽지만 보내줘야 할 때다.

5. 닭고기 / 닭고기를 포함한 어떤 종류의 단백질도 자기 전 밤에 먹으면 숙면에 방해가 된다. 자는 동안에는 소화 속도가 반으로 떨어지는데, 단백질을 섭취하면 이 속도가 더 느려진다고 한다. 거기다 자는 것 보다 소화하는 데 몸이 더 집중해서 꿀잠 자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자기 전 치맥 = 기름진 (X) 닭고기 (X) 알코올 (X) 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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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는 이 외에도 트립토판과 마그네슘이 많이 함유된 아몬드, 멜라토닌 분비에 도움이 되는 꿀, 오트 등이 있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라 하더라도 수면 위생 수칙에 나와 있듯이 잠자기 바로 전에 많이 먹는다면 결국 수면에 방해가 되겠지. 포인트는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잠자리에 들기 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두고 적당히 먹는 것이다. 

이 외에도 재스민 쌀이 당지수가 낮은 음식 중에서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한국에서는 늘 통통하고 찰기 있는 쌀을 먹었지만, 프랑스에 살면서는 한국 쌀이 구하기 힘들어 자연히 바스마티나 재스민 쌀 같은 롱그레인 쌀을 먹고 있다. 마트에서 늘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쌀이나 샀었는데, 이제는 잘 보고 재스민 쌀을 구매하도록 해야겠다. 앞으로도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은 계속 찾아볼 예정이다. 2018년 목표 함께 잘 자기 프로젝트는 계속되니까. To be continued...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 요약

1. 체리, 우유, 재스민쌀, 바나나, 칠면조 고기, 고구마, 아몬드, 꿀, 오트 등 GOOD

2. 멜라토닌, 트립토판, 마그네슘, 칼륨이 함유된 음식

3. 당지수(GI)가 낮은 음식

4.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은 숙면에 방해가 되므로 피할 것!

5. 카페인이 포함된 커피, 다크초콜릿, 홍차, 에너지드링크, 탄산음료 등 NO!

6. 단백질 보다는 건강한 탄수화물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