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자믄 무슨 재민겨 - 실천

지난 글 '혼자만 잘 자믄 무슨 재민겨'에서 커플로서 두 사람이 같이 잘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과 개인적으로 내가 마주한 어려움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평소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남편에 대한 걱정과 2018년에는 남편과 나 모두 꿀잠 자는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런 글을 쓰게 되었다. 오늘은 꿀잠을 위해 지켜야 할 것들, 수면 위생 Sleep Hygiene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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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생은 건강한 수면, 즉 숙면을 위해서 지켜야 할 생활 습관을 통틀어서 말한다. 건강한 수면 습관을 지니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들, 혹은 불면증이나 여러 수면 장애를 고치기 위한 치료법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바깥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꼭 제일 먼저 손을 씻는다든지,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재채기할 때는 팔로 가리고 하는 것과 같은 위생 습관처럼, 숙면을 위해서 지켜야 할 습관을 수면 위생이라고 하는 것이다. 잠을 깊게 못 자고 늘 선잠을 자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몸이 피곤한 것과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예민한 상태가 된다. 잠을 푹 잘 자는 것만으로도 다음 날 생산성이 높아지고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아래는 대표적인 수면 위생 규칙 10가지다.

1. 나이에 따라 추천하는 적정 수면 시간만큼 자도록 한다. 그리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한다.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편차를 두 시간 내외로 유지하도록 한다. 단, 하루에 7시간, 8시간은 꼭 자야 한다는 적정 수면'량'에 집착해서 늦게 잔 날에는 더 늦게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는 때도 있는데, 이런 습관이 불면증의 지름길이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다. (참고로 나이에 따른 적정 수면량은 아래와 같다. 26~64세의 성인은 하루 7~9시간 (±1시간) 정도 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사진/sleepfoundation

2. 숙면을 위해서 잠자리에 들기 3~6시간 이내에는 커피, 흡연, 술, 과식을 삼간다. 과식도 좋지 않지만, 배가 너무 고파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저녁을 이른 시각에 먹어 배가 출출한 경우 따뜻하게 데운 우유 한 잔과 빵 반 조각 정도로 가볍게 배를 채운 뒤 잠자리에 든다. 음주의 경우 적당한 양의 알코올 섭취는 빨리 잠드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잠자리에 들기 얼마 전에 술을 마시면 몸이 알코올을 분해하기 시작하는 새벽녘쯤부터 수면을 방해한다.

3.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을 한다. 가능하면 오전에 하는 것이 좋다. 너무 늦은 시간에 운동하면 오히려 몸이 깨어나서 잠들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부분은 개인의 편차가 있으므로 (사람에 따라서 자기 전에 운동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되는 예도 있음) 스스로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알아보아야 한다.

4. 되도록 휴식은 침실에서만 취하도록 한다. 또한, 침실은 가능한 잠 잘 때만 사용하도록 하고, 항상 쾌적하고 조용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잠자려고 누웠을 때 잡념이 떠오르거나 뒤척이는 경우 억지로 잠들려 하지 말고 바로 일어난다. 하지만 잠이 안 온다고 침대에서 컴퓨터를 하거나 책을 보거나 TV를 보는 것은 좋지 않다. 마음을 편히 가지고 책을 읽는 등 방 밖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졸리면 침대에 눕는다. 침대=잠자는 곳이라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5. (한국에서는 지키기 어려운 항목일지 모르겠지만)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한다.

6. 낮잠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후 2~3시 사이에 30분 이내로 짧은 낮잠을 자는 것은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불면증이 심하면 피한다. 또한, 시간만 있으면 눕는 습관은 수면 위생에 좋지 않다. 

7. 손목시계는 벗고 방 안에서 시계를 치운다. 자다가 깨서 중간에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보는 것은 좋지 않다. 또한, 잠이 오지 않는다거나 중간에 깼다고 해서 불을 켜지 않는다. 침실은 항상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소음이 심한 경우 귀마개, 방 안이 밝으면 안대 등을 사용해서 불필요한 자극은 최대한 차단해주는 것이 좋다. 대신 낮 동안 햇볕을 많이 쬐도록 한다. 낮에는 햇볕을 많이 쬐고, 밤에는 최대한 어둡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수면-기상 리듬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8. 베드타임 루틴, 즉 잠자리에 들기 전 루틴을 만들어 꾸준히 실행한다. 잠들기 전 정기적으로 같은 일들을 반복해서 하면, 몸이 스스로 잠들 시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적응하게 된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목욕을 하고, 책을 읽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등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자신만의 습관을 만들면 된다. 특히 잠들기 전에는 감정적인 대화나 행동은 삼가도록 한다.

9. 수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든다. 매트리스와 베개는 무조건 편안해야 한다. 침실은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정도로 유지하되, 약간 낮은 온도에서 더 잠을 깊이 잘 수 있다. 15도~19도 정도가 이상적이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침실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장치―암막 커튼, 안대, 귀마개, 백색소음 기계, 가습기, 선풍기 등―를 사용하도록 한다.

10. 그래도 불면증이 심하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수면제를 복용한다. 단, 처방해준 용량을 철저히 지켜 단기간 복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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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경우 술, 담배, 커피 이 중 어떤 것도 하지 않는데 왜 이렇게 잠을 잘 자지 못할까 늘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나와 남편이 12개의 리스트 중 지키고 있는 것보다 지키지 않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는 것은 수많은 수면 위생 중 하나일 뿐인 것을. 이 중에서도 우리 부부가 가장 노력해야 할 것은 침대에서는 잠만 자는 것 (4번) 인 듯하다. 항상 자기 전 침대에서 한 시간 정도는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최소 30분 정도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둔 채로 자연스럽게 잠드는 것이 우리의 일상적인 베드타임 루틴이기 때문이다.

불면증이나 몽유병, 야경증 같은 수면 장애는 아니어도 자다가 중간에 잘 깬다든지, 낮에 늘 졸린 것, 그리고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역시 수면 위생이 좋지 않다는 신호라고 한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 위의 리스트를 참고해서 자신의 수면 위생 습관을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위의 12가지 수면 위생 수칙만 잘 지켜도 올해의 목표인 수면의 질을 확 높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마구 샘 솟는다. 2018년, 함께 잘 자기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