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 맴매, 때찌 해도 괜찮을까?

프랑스를 여행하는 사람들, 혹은 프랑스에 산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의외라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 바로 프랑스 부모님들이 생각한 것보다 엄격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길거리에서 떼쓰는 아이의 뺨을 때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이들을 내가 원하는 것보다 더 자주 만났다. 물론 이런 문제도 세대 나름으로, 내가 보고 이해한 바로는 현재 아이를 양육하는 젊은 세대의 부모들은 체벌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고, 금지하는 법도 제정되는 등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이야기로 넘어와 보자. 나는 한국에서도 엄하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다행히도 크면서 부모님께 한 번도 체벌을 받은 적이 없다. 내가 받은 최악의 벌이라면 몇 시간 동안 아빠 설교 듣기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벌보다도 효과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아빠 미안...!) 하지만 집에서 체벌하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지금은 여러 규제가 생겨났지만 내가 학교에 다니던 때만 해도 학교에서 교사들이 특별한 규제 없이 체벌을 하곤 했다. 교사들이 너무나도 당당하게 몽둥이에 "사랑의 매"라고 적고 그게 대단한 유머와 센스인양 들고 활보하던 그때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엔 대한민국 젊은 청년 중 체벌 한 번 받지 않고 자란 사람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체벌에 대한 제재가 생긴 이후로 요즘 학교 풍경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억울하게 혹은 교사의 개인적인 감정이 섞인 체벌을 받아본 기억이 누구라도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장난꾸러기 내 짝꿍이 교실 앞으로 불려 나가 멍석말이하듯 몽둥이질 당하는 걸 본 기억은 아직도 정말 생생하다. 그 선생님이 촌지를 받는 비리 교사였다는 것은 나중에 성인이 되고 엄마에게 들어 알게 되었다. 추측뿐이지만 그 아이의 부모님은 아마 촌지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당시 나는 말을 잘 듣는 아이였기 때문에 매질은 피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 외에도 선생님 눈 밖에 나서 뺨을 맞은 아이, 한 명이 잘 못 했지만 연대 책임으로 다 같이 몽둥이를 맞은 일, 혹은 운동장을 수십 바퀴 돌았던 일 등 누구라도 이런 일들을 직, 간접적으로 겪었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일은 '체벌'이라는 단어가 과소평가일 만큼 사실 무자비한 폭력에 가깝다.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있는 '사랑의 매' 사진/네이버 검색결과 

이렇게 명백히 폭력으로 느껴지는 종류의 체벌은 누구라도 문제로 인식하고 법적인 제재까지 가한다. 하지만 큰 문제의식 없이 손으로 가볍게 엉덩이나 등을 때리는 행위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문제는 그렇게 어렸을 때 맞은 기억이 있는 성인들 중 생각보다 많은 이가 "나도 어렸을 때 부모님께 맞았지만, 지금 잘 컸잖아?"라고 생각하고 큰일이 아니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심리학자 앨런 캐즈딘은 ― 현 예일 육아 센터장 (Yale Parenting Center)이자 전 미국 심리학협회장 ― 연구 결과 엉덩이 때리기 (Spanking) 같은 가벼운 체벌은 "효과가 없는 끔찍한 짓이며, 어려서 자주 그렇게 맞고 자란 어른들은 젊은 나이에 암이나 심장질환 혹은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줄리 마는 아동학대와 방치 (Child Abuse and Neglect)라는 학회지에 엉덩이 때리기는 피해자의 이후 삶에서 보이는 폭력적인 행동, 반사회적 행동, 불안, 우울 증상과 관계가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텍사스 주립대학교의 연구진들은 어린 시절 체벌을 받은 경험과 데이트 폭력 가해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기도 했다. 이 모든 연구에서 말하는 체벌의 수준은 우리가 흔히 맴매, 때찌라고 부르는 가볍게 엉덩이를 때리는 정도를 말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어른은 별거 아니라 생각해도 아이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체벌. 사진/Chicaco Tribune

맴매, 때찌라는 단어는 어떤가? 우리 언어생활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체벌과 폭력을 의미하는 유아어를 아이가 아주 어릴때 부터 사용하기도 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등짝 스매싱이나, ~~~좀 맞자, 맞을래? 같은 표현들을 장난식으로 가볍게 사용하기도 한다. 폭력적인 의미는 거의 다 사라지고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체벌과 폭력의 문제점을 인지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문제의 심각성을 흐리는 언어 표현들을 사용할 때는 어느 정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학계의 연구 결과를 차치하고서라도, 한때 아이였던 경험으로 자신이 체험한 체벌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기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체벌을 하지 않아야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체벌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해가 된다는 연구 결과는 수십년에 걸쳐 쌓이고 쌓여있다. 그 외에 어떤 육아법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많이 있다. 그런데도 단순히 더 빠르고 순간적인 결과를 위해서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닐까. 이 글을 읽는 모든 부모님들에게는 부끄럽게도 나는 아직 부모보다는 아이에 가까운 사람으로, 육아의 고됨을 피부로 느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것 만큼은 부모가 되지 않고도 알 수 있다. 그 어떤 아이도 스스로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한 아이는 없다. 그렇게 부모에 의해 태어난 아이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사회에 나가기까지는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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