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방법 - (3) 계획표 작성

바이링구얼 교육의 목표 설정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던 이전 글에 이어, 오늘은 구체적으로 주간 계획표 작성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학창 시절 방학 때마다 일간 계획표를 짰다가 작심삼일로 실패해 본 기억 다들 있으시지요? 저는 사실 학창 시절 방학 계획표는 물론이고, 새해 계획도 안 세운 지가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실패하기 싫어서가 아닐까 싶어요. 그렇다면 계획표를 세워놓고 지키지 못하고 자꾸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마음만 너무 앞서서 지키기 힘든 계획을 과도하게 세웠기 때문일 거예요.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7단계에서 나오미 스타이너가 제안하는 주간 계획표는 생각보다 과하게 촘촘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발전 속도나 상태에 따라 수시로 유연하게 계획표를 수정하라고 조언합니다. 우선 계획표에 관한 좋지 않은 기억은 잠시 접어두고, 같이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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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에서 언어 인풋 최대화하기

 

집에서 목표 언어를 사용하는 범위를 멀리 확장할수록, 아이가 얻는 혜택은 커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숨이 막힐 정도일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가족에게 맞는 범위를 설정하시면 됩니다. 언어 인풋의 경우, 양 만큼이나 아이에게 해당 활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가 중요합니다. 나오미 스타이너가 제안하는 언어 인풋의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터넷 사이트 (예시: 미국 채널 PBS의 아동용 웹사이트 PBS Kids. PBS에서 방영하는 아동 프로그램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교육용 게임이나 자료를 구할 수 있습니다)

▶MP3 음성파일, 라디오: 오디오북이나 무료로 구할 수 있는 팟캐스트 등

▶교육용 컴퓨터 게임이나 장난감: 많이들 알고 있는 립프로그 같은 장난감이 좋은 예입니다.

▶TV: 다양한 영어 교육 채널. 한 연구에 따르면 PBS에서 방영하는 "세서미 스트릿 Sesame Street"과 "비트윈 더 라이온즈 Between the Lions"가 아이들의 일반적인 언어 발달을 향상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PBS 프로그램인 "아서 Arthur" 역시 특히 영어를 배우는 스페인어 구사자 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돕는다고 합니다.

 

미국의 국민 프로그램이나 다름없는 세서미 스트릿

▶영상과 DVD: 영상은 한 가지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보기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에게 더욱 효과적입니다. 특히 유튜브가 활성화된 요즘은 검색 한 번이면 여러 가지 양질의 영어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있어 유익한 자료 중 하나입니다. 바이링구얼 교육을 하는 양육자들은 아이가 영상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잠깐 멈춰 설명해주기도 하고, 혹은 모국어로 된 버전을 구할 수 있다면 모국어 버전을 먼저 시청하고 외국어 버전을 시청하게 하기도 합니다.

Q. 아이에게 TV나 유튜브 영상을 보여줘도 괜찮을까요?
A. 미국 소아청소년과 학회 (The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의 가이드라인은 미취학 아동부터 (약 4세 이상) 청소년은 하루에 TV 프로그램이나 영상을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이상 보지 않도록 권합니다. 물론 아무 영상이 아니라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가정하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만 2세 이하의 어린이는 TV를 아예 보지 않도록 권합니다. 다만 좋은 프로그램의 긍정적 효과도 있기 때문에 이 가이드라인에 대해서 시기상조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은 TV를 보는 이유가 특별한 교육적 목적이라면 가이드라인보다 하루 TV 시청 시간을 늘리는 것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제2외국어 습득의 경우, 인터넷, MP3 음성 파일, 교육용 컴퓨터 게임, TV, 그리고 영상과 DVD가 사실상 금광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매체를 통해 아이를 끊임없이 언어에 노출 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매체들은 재미있으므로 아이들은 언어 습득 과정에서 “공부한다”라고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더 좋습니다. 하지만 콘텐츠가 충분히 교육적인지는 아이에게 보여주기 전에 양육자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가 어리다면 아이가 멍하니 영상 자체만 보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양육자가 옆에서 아이의 반응을 유도하며 "적극적 시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지요.

 

▶널서리 라임 Nursery Rhymes, 영어 동요, 영어 동화책 등 "전통적인" 방식: 19세기부터 시작된 널서리 라임은 영어 교육의 전통 중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윙클 트윙클 리틀 스타 Twinkle Twinkle Little Star나 험티덤티 Humpty Dumpty가 널서리 라임의 유명한 예입니다. 라임은 힙합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미 친근한 단어지요. 한국어로는 압운 혹은 운을 맞춘다고도 표현합니다.

 

Twinkle, twinkle, little star, 
How I wonder what you are!
Up above the world so high,
Like a diamond in the sky.

 

라임은 언어 발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라임을 통해서 비슷한 소리 중에서 미묘한 차이를 감지해내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조합의 소리를 완전히 익히는 것은 영어로 말하고, 읽고, 쓰는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아이에게 직접 널서리 라임을 가르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영어 동요 CD나 파일, 영상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모든 활동 중 그 어떤 것도 독서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에게 목표 언어로 책을 읽어주는 것 (그리고 나중에 아이가 어느 정도 언어에 숙달되면 아이 스스로 읽도록 하는 것)은 언어 발달에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독서는 언어 인풋의 마르지 않는 샘물이기도 합니다. 또한, 당장에 아이가 모든 단어를 다 이해하는지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가 글을 읽기 전까지는 책 속에 있는 그림이 아이의 이해를 도울 것입니다.

 

2.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도움 알아보기

 

목표 언어를 할 수 있는 친구, 이웃, 친척, 혹은 가족, 외국어 교육에 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 도서관, 외국인 보모, 해외여행, 언어 모임, 공교육, 학원 등 방과 후 교육, 가정 방문 과외, 가정용 언어 교육 프로그램 (ex-로제타스톤), 외국어 캠프 등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도움을 최대한 알아봅시다.

아이가 영상에 집중을 할 정도의 나이라면, 외국에 사는 친척과 영어로 대화하도록 한다든지, 방과 후 영어로 진행하는 놀이 수업에 참여한다든지, 휴가를 목표 언어를 하는 나라로 간다든지 하는 방법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아이가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나이가 된다면 가정에서 로제타 스톤이나 텔 미 모어 같은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단, 프로그램이 아이의 수준에 맞는지 꼭 먼저 확인하는 것만 기억하세요.

 

3. 주간 계획표 작성하기

 

1번과 2번을 통해서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언어 인풋을 줄지 나름의 리스트를 만들었다면, 이제 계획표에 각 활동을 언제, 누가 주도할지만 결정해서 작성하면 됩니다. 먼저 몇 년째 두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고 있는 한 가족의 예시를 보겠습니다.

 

▶예시: 제인과 마이크 부부
엄마인 제인은 대학에서 기초 스페인어를 배웠지만 다 잊은 상태이고, 아빠 마이크는 외국어를 한 번도 배워본 적 없음. 5년 전 아들 제임스가 만 4세, 딸 에밀리가 만 2세 때 두 사람은 직접 스페인어 수업을 들으며 아이들을 이중 언어 구사자로 키우기로 함. 두 사람의 목표는 아이들이 스페인어로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 것 (레벨2) 이다.

 

마이크, 제인, 제임스, 에밀리의 주간 이중 언어 교육 계획

 

아이가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누가 주도할 것인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를 적으세요. 언어 활동은 매일, 한 주에 걸쳐 골고루 배치되도록 계획하세요. (가능하면 하루에 적어도 한 가지 활동)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오전						어린이용 스페인어 TV	스페인어로 브런치
점심
오후	베이비시터 테레사가 아이들과 스페인어로 이야기한다.
저녁	스페인어로 TV 시청, 가족이 다 같이 스페인어 DVD 시청 수요일 저녁에는 마이크와 제인은 스페인어 회화 수업을 들으러 간다.

제인과 마이크가 작성한 계획표에 나오미 스타이너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 줍니다:
- 우선 다양한 활동이 일주일 내내 골고루 배치되어 있어 아주 좋은 계획표이다. 
- 초등학생들은 언어를 빨리 배우기 때문에, 제임스가 중학교에 갈 때쯤 되면 이미 중학교 수준의 스페인어는 너무 쉬워질지도 모른다. 그때는 새로운 언어를 가르치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제인과 마이크는 아이들을 위해 세운 목표를 수정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4년간 아이들이 받은 언어 인풋의 양을 고려할 때 아이들은 앞으로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목표에 읽기와 쓰기 능력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주간 바이링구얼 교육 계획표 양식 다운로드 ↓

주간 교육 계획.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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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시간이 적혀있지는 않지만 아마 제임스와 에밀리가 받는 스페인어 인풋은 베이비시터와 보내는 시간을 제외해도 최소 언어 노출량인 일주일에 5시간은 거뜬히 넘을 것 같네요. 어떤가요? 여러분도 계획표를 작성하고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나요? 마음은 있지만, 아직도 어떤 방식으로 언어 인풋을 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분도 있겠지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앞으로 차차 아이의 영어 바이링구얼 교육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매체와 방법을 소개할 예정이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 바이링구얼 교육은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니까요. 다음 글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7단계"의 간단한 결론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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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8 - [PARENTING] -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방법 - (2) 목표 설정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방법 - (2) 목표 설정

Reference(s): Steiner, N. (2008). 7 steps to raising a bilingual child. New York, NY: A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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