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방법 - (2) 목표 설정

이전 글에서는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7단계"라는 책을 바탕으로, 바이링구얼 교육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여러 개의 언어를 배울 능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양육자가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충분히 바이링구얼로 키울 수 있다는 점이 글을 읽은 많은 분에게 가장 인상 깊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지난 글 끝에서 미리 말씀드렸듯이, 바이링구얼 교육을 위해 어떻게 적절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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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표 언어를 선택한다.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언어적 인풋(목표 언어에 대한 노출), 꾸준한 노출, 그리고 바이링구얼 교육에 대한 양육자의 강한 의지입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잠시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 왔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영어를 꾸준히 하지 않아 나중에는 영어를 배우지 않은 아이와 크게 다름없어진 경우를 주변에서 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려면 양육자는 가능하면 아이가 일주일에 최소 5시간에서 10시간 정도 꾸준히 노출될 수 있는 언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를 시작하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노출의 양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여러분이 선택하는 목표 언어는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영어가 될 수도,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혹은 중국어나 일본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영어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2.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고 싶은 이유와 망설이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어떤 언어를 선택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언어를 아이에게 가르치려는 동기를 확실히 인지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언어를 배우기 힘들어하거나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날이 분명히 올 겁니다. 그때 양육자의 동기나 의지가 확실하지 않다면 아이를 설득하기 어렵겠지요. 이 책의 저자 나오미 스타이너는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양육자와 아이가 꾸준히 제2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와 두 언어를 (혹은 그 이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영어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 머리가 지끈거리는 분들 많으시죠? ㅎㅎ

만약 여러분이 단일어 구사자라면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데 있어 가장 망설여지는 이유는 아마 아이와 함께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도 영어에 손을 놓은 지 한참 되었는데, 학생 때도 영어를 싫어했는데, 잘 못 했는데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을 것이고요. 저자 나오미 스타이너는 언어를 배우기에 늦은 때는 없다고 말합니다. 단지 언어를 어린 나이부터 배우기 시작하면 원어민에 가깝게 유창해질 확률이 높아질 뿐이지요.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부모가 아이와 같이 언어를 배우며 시행착오를 겪고 결국에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이의 언어 학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Q. 아이는 7개 언어까지 배울 수 있다고 하셨는데, 목표 언어를 하나만 선택해서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거 아닐까요?
A. 지금 여러분이 선택하는 언어는 집에서 주로 가르칠 언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아이가 나중에 세 번째 (혹은 그 이상의) 언어를 배울 기회가 없으리란 법은 없지요. 실제로 연구 결과, 바이링구얼이 아이가 세 번째 언어를 배우려고 할 때, 두 번째 언어를 배우는 단일어 구사자 또래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쉽게 발전한다고 합니다. 물론 새로운 언어를 더할 때마다, 각 언어에 충분히 노출해야한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3. 언제부터 시작할지 결정한다.

아이가 바이링구얼이 되는 데에는 두 가지 주요한 방식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가 태어나 3년 이내에 두 개의 언어에 동시에 노출되는 경우입니다. 우리는 이 방식을 동시 이중 언어 습득 Simultaneous Bilingualism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아이가 한 언어를 먼저 배우고 이후에 두 번째 언어를 배우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순차 이중 언어 습득 Sequential Bilingualism이라고 합니다. 

탄탄한 제1 언어 (모국어)는 사실 제2외국어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첫 번째 언어에서 얻은 능력이 두 번째 언어로 전이 Transfer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중 언어 교육을 시작하는 타이밍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언어를 도입하면서 아이의 제1 언어 능력을 계속해서 확고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아이에게 제1 언어로 충분한 양의 인풋을 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은 두 개의 언어로 충분한 교육을 받고 연습한다면, 두 언어를 동시에도 혹은 순차적으로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오미 스타이너는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동시에 교육하기가 더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에게도 말 그대로 태어난 첫날부터 두 개의 언어로 말하라고 강력히 권합니다. 참, 여기서 “더 쉽다”라는 것은 주로 양육자인 여러분에게 더 쉽다는 뜻입니다. 

 

4. 아이가 제2외국어를 얼마나 능숙하게 하기를 바라는지 결정한다.

이 책에서 나오미 스타이너는 바이링구얼을 3단계로 구분합니다. 이 중에서 어떤 단계를 목표로 삼을지 정하셔도 되고, 여러분 나름의 목표를 세우셔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발전 속도에 따라 이 목표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레벨 1: 제2외국어를 이해할 수 있다. 이 레벨은 “수동적” 바이링구얼이라고도 부른다. 
레벨 2: 제2외국어를 어느 정도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 이 레벨에 해당하는 사람은 해당 언어로 대화를 할 수 있고 편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레벨 3: 두 개의 언어로 말하고, 읽고 쓸 수 있다. 

5. Reality check! 4번에서 정한 목표가 여러분의 상황에서 현실적인지 고민해본다.

4번에서 정한 언어 숙달 능력 목표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것도 함께 올라갑니다: 

(1) 언어 인풋의 양 
(2) 언어 인풋의 복잡한 정도 (예를 들어, 아이가 한 언어를 읽고 쓸 수 있는 정도를 원하면, 글로 표현된 자료가 필요합니다) 
(3)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시간 

아이가 성취할 언어 능력의 수준은 해당 언어를 말하고 공부하는데 보낸 시간과 직결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따라서 4번에서 정한 목표와 여러분과 아이가 제2외국어에 할애하는 시간과 노력을 적정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부모님들은 때로 아이가 일이 년 내에 제2외국어를 완전히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제2외국어를 자주 듣고 말하는 아이는 그 정도 시간이면 목표 언어로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 말하기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제2외국어로 읽기와 쓰기 같은 높은 수준의 학업적 능력을 갖추기를 원한다면, 이에 걸리는 시간은 5년에서 10년까지도 늘어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바이링구얼 교육은 장기전입니다!

 

6. 두 언어 중 한 언어가 더 우세하리라는 것을 이해한다.

특히 한국에 살면서 한국인 양육자와 시간을 보내고,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에게는 당연히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우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완성된 바이링구얼도 두 언어를 균형 있게 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사실은 둘 중 한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거나, 더 편하게 느끼는 등 우세한 언어와 그렇지 않은 언어로 나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바이링구얼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시간이 우리의 편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아이들의 미래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바이링구얼로 가는 길도 결국에는 한 단어 한 단어 배워나가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겁먹지 말고 지금 바로, 한 단어로 시작해서 점점 높게 쌓아나가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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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을 통해서 막연하게 '우리 아이도 외국어를 잘했으면 좋겠다'하는 바람에서 '우리 아이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어떤 언어를 어떤 수준으로 했으면 좋겠다'하는 조금 더 구체적인 생각까지 왔다면 이미 시작의 반은 한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나오미 스타이너가 제안하는 바이링구얼 교육 실행 계획표 작성과 실제 이를 실천하고 있는 가족들의 예를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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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방법 - (1)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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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Steiner, N. (2008). 7 steps to raising a bilingual child. New York, NY: A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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