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고양이 데리고 가기

이 글은 몇 해 전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이주할 때 작성했던 글을 재포스팅하는 것이다. 혹시나 프랑스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갈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마 꼭 프랑스가 아니어도 유럽 연합 국가는 대부분 규정이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구체적인 규정은 다를 수 있으니 이런 과정이 있다는 정도로 참고만 하시길 바란다.

---

올 초에 프랑스의 동물보호단체인 SPA에서 맥스를 입양해 데려올 때만 해도 내가 같은 해 한국에 들어올 거라는 생각을 크게 못 했더랬다. 물론 혹시나 한국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맥스는 무조건 데려간다는 마음으로 입양을 하기는 했지만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던 거다.

프랑스에서 고양이를 한국으로 데려오려면 한국에 들어가려고 하는 날로부터 최소한 두 달 전에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서류를 준비할 때 중요한 것은 타이밍 계산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과정이 앞에 단계가 완성되어야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식으로 순차적이라 앞 단계에서 어그러지면 다른 것들은 미리 준비할 수도 없어서 더욱 그렇다. 준비하면서 가장 도움이 됐던 웹사이트는 아무래도 주프랑스대사관 홈페이지였다. 내가 이 글에서 설명하려고 하는 모든 과정과 지역에 따라 검역과 위치나 아포스티유 서비스 위치 등이 구체적으로 대사관 홈페이지에 나와 있으니 반려동물을 데려갈 계획이 있는 분들은 북마크, 즐겨찾기, 혹은 프린트해 두고 꼼꼼히 읽어보는 게 좋다. →대사관 반려동물 한국 검역절차 정보 페이지

과정 요약

광견병 예방접종 - 광견병 항체 검사 - 수의사한테 검역증명서 받기 - 도청 수의 검역과에서 확인 도장 받기 - 검역증명서에 아포스티유 받기

이 모든 과정 전에 준비해야 할 것

냥이 마이크로칩, 냥이 EU 여권

맥스는 우리가 SPA에서 입양해왔을 때부터 이미 마이크로칩이 이식되어 있었고, EU 여권도 SPA에서 만들어두어서 이 과정은 내가 직접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데려왔을 때 이미 2살이었기 때문에 제일 먼저 해야 했던 일은 광견병 예방접종을 시키는 것이었다. (반려동물이 생후 3개월 이상이면 광견병 접종 필수)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맥스를 데려가 예방접종을 시키고 한 달 정도를 기다린 다음 다시 동물병원에 가서 광견병 항체가 있는지 검사를 해야 했다. 

이렇게 생긴 EU용 여권이 필수로 있어야 한다. 모양은 조금씩 다른 듯하다. 사진/mister-animal

광견병 항체검사를 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출국일로부터 최소 1개월 전에 해야 한다는 점. 날짜 계산을 잘 해야 한다. 그리고 항체검사는 동물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피를 뽑아 특수컨테이너 같은 데 담아서 프랑스 정부에서 지정한 국제공인검사 연구소에 보내야 한다. 어떤 연구소로 보낼지는 동물병원에서 알려주니 크게 걱정할 것 없다. 제일 겁나는 건 항체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몇 주가 소요되는데, 항체가 없다거나 정해진 수치보다 낮다거나 검역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엔 다시 접종하고, 기다렸다 블러드샘플을 보내고 등등 모든 걸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비행기 일정에 못 맞출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연구소에서 "좋은 결과"를 받아들고 나면 도청 검역과에 전화해서 미리 RDV를 잡는다. 헝데부는 출국날짜로부터 1주일 이내로만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급하게 하기보다는 검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바로 전화로 예약하는 편이 좋다.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 기왕이면 오전 시간대로 잡는 편이 좋다. 그 이유는 조금 있다가...

또 결과가 나오면 동물병원에 가서 "이 고양이는 건강상태도 좋고 광견병 항체 검사도 통과했습니다." 하는 검역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이 검역증명서에는 고양이의 Puce electronique (마이크로칩) 번호가 정확하게 기재돼야 한다. 숫자 맞게 적혔는지 확인 또 확인. 처음에 이 검역증명서를 받아들고는, 메모장 찢어 적은 듯한 느낌에 '이거 진짜 공식적인 증명서 맞아?' 의심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파리 수의 검역과에 가서 "고양이 데리고 외국에 가는 것 때문에 미리 약속했는데요." 하면 담당자한테 안내해준다. 약속한 담당자 이름이 뭐냐고 물어서 모른다고 했지만 역시 큰 문제는 없었다. 이제부터는 그냥 준비해간 검역증명서, 항체검사결과지, 냥이 여권을 보여주고 검역증명서와 여권에 수없이 많은 도장들을 받기만 하면 끝! 내 경우는 약속 시간보다 거의 15~20분 일찍 도착해, 한 3분 기다리고 도장 찍는 과정은 한 5분 걸려 끝난 듯! 괜히 우리 아이가 거절당하면 어쩌지 긴장할 필요는 전혀 없을 것 같다. 프랑스에서 오피가고 비자 갱신하고 체류증 받고 알로까시옹받고 등등 이런 거 다 겪은 사람이라면, 프랑스에서 와서 한 일 중에 가장 쉬웠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아까 언급했던 수의검역과 약속을 될 수록 오전 일찍 잡는 게 좋은 이유는, 기왕이면 같은 날 고등법원가서 아포스티유도 받으면 편하고 좋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 번 움직이는 거, 어차피 한 번 밖에 나간 거 하루만에 솨솨솩! 그리고 이때는 파리에서 살던 집에서 나와 남편 가족과 파리 근교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한 번 파리 갔을 때 모든 걸 해야만 했다.

아포스티유를 받기 위해서 파리에서는 생샤펠이랑 바로 붙어있는 대법원으로 간다. 생샤펠 들어가는 줄 말고 왼쪽에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 곳으로 들어가서 소지품 검사하고 들어가면 바로 부스 같은 게 나오는데 거기서 "아포스티유 받으려고요" 하면 지도 같은 걸 주면서 여기로 가세요. 짚어준다. 생각보다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꼭 받아들고! 가운 입고 돌아다니는 변호사들을 구경하면서 가다 보면 아포스티유 창구가 나온다. 번호표 받아들고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가서 "고양이 데리고 외국으로 가려고 하는데요, 검역증명서에 아포스티유 받으려고요" 하면 아포스티유 딱지 쾅쾅 붙여주신다. 한국에서는 아포스티유가 비싸지는 않지만 유료인데, 이때 따로 돈을 내지 않았다. 지금은 몇 년이 지나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대법원 가려고 줄 섰는데 이상하게 줄이 길다. Sainte Chapelle 이라고 적힌 이 표지판이 보인다. 그러면 잘 못 선 겁니다. Palais de Justice 줄에 잘 서기. 사진/mikestravelguide

프랑스에서 해야 했던 건 여기까지. 다른 곳에서 뭐 출발공항에서 검역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런 말을 본 적 있는데, 샤를드골 어디에 물어도 그런 얘기는 없었다. (대신 한국에서 프랑스로 올 때는 출국 전 검역신청서를 미리 작성해야 한다) 공항에서 해외 검역을 위해서 따로 할 일은 없지만, 반려동물을 데리고 타려면 항공권을 예약하고 난 뒤에 항공사에 따로 연락해서 반려동물 운송 확약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반려동물 운송비는 당일에 무게를 재고 공항에서 지불하니 그에 대한 준비 및 시간 계산을 잘 해야 한다. 

이후에는 프랑스에서 모든 서류를 완벽하게 준비해가기만 하면 한국에 도착해서도 큰 문제는 없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검역하는 곳으로 가서 (짐 찾고 출구로 나가기 전에 사무실이 있었다) 준비해 간 검역증명서, 냥이 여권, 항체 검사결과지를 보여줬더니 마이크로칩 스캔 한 번 해보고 바로 보내 주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들었던 비용은 오직 광견병 접종비 + 항체 검사 비용뿐. 접종비가 한 40유로, 검사 비용이 80유로 정도 해서 총 120유로 정도 들었던 것 같다. (비행기 운송 비용은 포함하지 않은 해외 검역 준비 비용이다. 운송 비용은 무게에 따라 다른데 맥스의 경우 6킬로 정도고 30만 원 내외로 나왔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맥스를 다시 한국에서 프랑스로 데려올 때 과정도 적어보겠지만, 한국은 정말 반려동물 데리고 해외 나가려면 동물병원에서 부르는 게 값이다. 이런 해외 검역 절차에 대해서 잘 알고 전문적으로 하는 수의사가 많이 없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나는 그중에서도 나름 양심적인(?) 가격으로 절차를 진행해주시는 수의사분을 만나 진행하기는 했지만, 연락하는 곳마다 이리저리 널뛰는 가격을 듣고 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혹시나 과정이 복잡할까, 비용이 비쌀까 걱정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프랑스로 고양이 데리고 가기 읽기

반려동물 관련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