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만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여행팁 - 준비

나처럼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마음속에 '얼마 만에 한 번은 한국에 가겠다'라든가, '어떤 일이 있을 때 한국에 가겠다'라는 그런 자신만의 다짐, 계획, 혹은 목표 같은 게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최소한 2주 정도는 한국에 가는 걸 나름의 목표로 삼고 있다. 애초에 한국에서 우리 부부가 자리를 잡으려다가 프랑스로 다시 오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는 연차가 15일부터 시작하니, 크리스마스 때 2주 정도 프랑스에 갔다 오면 우리에게 남는 시간은 일주일뿐. 1년을 통틀어서 오롯이 우리 두 사람만을 위한 휴가는 일주일밖에 쓸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다행히 두 사람 다 연차를 눈치 보지 않고 2주씩 쓸 수 있는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그럭저럭 할 만 하긴 했지만, 프랑스에 살았으면 기본적으로 법으로 보장된 연차가 25일이라는 걸 알면서 마냥 만족할 수가 없었다. 

지금 프랑스에 살면서는 기본 연차 5주에 RTT라고 하는 추가 연차까지 ― 주 35시간을 초과한 근무 시간을 미리 가정해서 부여하는 연차― 총 9주의 연차가 있어서 1년에 한 번 한국에 2주 이상 방문하고도 원할 때는 충분히 휴가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이런 백스토리가 나오게 된 이유는 2018년 나의 첫 여행(!)으로 한국에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행을 준비하면서 나름 지난 10년 동안 유학 생활에 이민 생활, 그리고 여권이 가득차도록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는 뻔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여행 준비 팁을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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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항공권 검색은 기록이 남지 않는 인코그니토 모드/시크릿 모드로 한다. 

일반 모드로 같은 비행기 표를 여러 번 검색하면, 그 기록이 브라우저에 남아서 비행기표 가격이 더 비싸게 표시된다고 한다. 물론!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사이트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부터 습관이 돼서 자연스럽게 시크릿 모드를 사용하게 된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모드에서 찾았을 때 보다 시크릿 모드에서 같은 항공사, 같은 시간대 비행기 표를 더 싼 가격에 구매한 경험이 있기도 하다. 며칠, 아니 몇 시간 차이로도 바뀌는 게 비행기 표 값이기는 하지만 빈틈없이 준비해서 나쁠 것 없지 않은가.

2. 여행사 사이트를 통해 (특히 해외 사이트) 항공권을 예약할 때는 조심 또 조심!

여행사 사이트를 통해 항공권을 예약할 때는 예약 변경, 취소, 환불 시 고객센터 대응이 어떤지 후기를 한 번 알아보는 것이 좋다. 예전에 미국 사이트에서 저렴한 항공권을 예약했다가 취소해야 했을 때 홈페이지에서 고객센터 번호도 찾을 수 없고, 이메일 주소도 없어서 진을 뺐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취소와 환불이 안 되는 표도 아니었다는 게 더 화나는 일이다. 또, 저렴한 해외 여행사 사이트나 저가 항공 가격에 속지 말 것. 좌석 지정, 수화물, 예약 변경 옵션 등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추가 금액이 있을 수 있다. 이것저것 옵션을 더하다 보면 항공사 공식 사이트 가격과 크게 차이가 없는 도 때도 있다. 항공사 공식 사이트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때는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돈을 조금 더 내고라도 공식 사이트 이용하자.

3. 경유하는 비행기 예약 시 무조건 경유 시간이 짧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가난한 학생 시절, 장거리 비행을 할 때는 "그래, 열 시간 넘게 비행기 안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는 경유해서 잠시 몸이라도 뻗는 게 좋지."라고 자위하면서 경유 비행편을 많이 탔더랬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경유 시간이 24시간 이상이라서 관광하러 나갈 게 아니라면 직항이 무조건 백배 천배 낫다) 그러다 한 번은 3~4시간씩 긴 경유 시간이 싫어서 1시간 정도 되는 경유 편을 보고 기쁜 마음으로 예약을 했다. 상해 푸둥 공항을 거쳐 가는 중국 항공사 비행편이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에서 중국까지 가는 비행편이 대한항공과 공동 운항하는 비행기라 자동 경유가 안 돼서 중국에 도착했더니 게이트 밖으로 나가서 짐을 찾아서 새로 다시 부치고 체크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통 국제선을 탈 때는 아무리 늦어도 2시간 전에는 도착해서 체크인을 해야 하는 게 상식인데, 한 시간 경유 시간 안에 그 모든 것을 해야 한다니 멘붕이 왔다. 다행히 빨리빨리 한국인을 넘어서는 중국 공항 직원들의 신속 정확함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경유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내기는 했지만, 경유 시간이 짧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경유 시간이 짧을 때 앞 비행기가 연착되면 다음 비행기를 놓치는 일도 있다. 슬프지만 이것도 실제 경험담이라는 거... 물론 항공사 측에서 새로운 비행기로 예약해주고 호텔까지 제공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원래 예약한 날짜와 시간에 내 비행기를 타고 싶다고요!

4. 비행기 좌석 선택할 때 복도 쪽과 창가 쪽 중 어디가 좋을지 모르겠다면...

5시간 이하의 단거리의 경우 중간자리만 아니라면 어느 쪽도 크게 상관없다.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비행의 경우 간단하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창가 석→나는 원래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고, 비행기나 차에 타면 바로 곯아떨어져서 쭉 자는 편이다. 편하게 자는 게 가장 중요하다. (창가 자리는 벽에 기대서 자기 편하다)

복도 석→나는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이라 남에게 눈치 보지 않고 화장실을 가고 싶다. 편하게 자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팔이나 다리를 편하게 뻗고 싶다. 운신의 자유가 가장 중요하다.

중간→어쩔 수 없는 경우 아니면 피하자.

나는 개인적으로 단거리, 장거리 상관없이 복도 쪽 자리를 선호한다. 화장실에 자주 가는 편이기도 하고, 시시때때로 스트레칭도 하려면 아무래도 복도 석이 좋다. 특히 나는 오른손잡이기 때문에 내 기준 오른쪽에 복도가 있는 좌석을 좋아한다. 밥 먹을 때도 옆 사람에게 부딪힐 일 없고,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거나 움직일 때도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줄 일이 없다. 반대로 왼손잡이라면 복도를 왼쪽에 두는 좌석이 좋겠다.

키가 180 이상 다리가 길어서 일반 좌석은 불편하다는 사람들은 비상구 자리를 필사적으로 사수하는 것이 좋겠다. 대신 비상구에 앉는 사람은 비상시에 승무원들을 도와 다른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신체 건강하고 영어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외에 자신이 타는 기종별로 어떤 자리가 좋은지 알아보려면 SeatGuru라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기종으로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이 타는 비행기 기종은 대부분 이티켓에 나와 있다.

5. 가능하면 같은 항공사, 같은 항공 동맹 내 항공사에 몰방한다.

학생 때는 늘 최저가로 검색해서 항공권을 예매하다 보니 항공사 마일리지를 모으지 못했던 게 내 인생에 몇 안 되는 후회 중 하나다. 대부분 이름이 있는 대형 항공사들은 "항공 동맹"이라고 해서 다른 항공사들과 연맹을 맺어 Frequent Flyer Program/상용 고객 우대 프로그램이라고 부르는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있다. 정말 크게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가 자주 타는 항공사와 같은 동맹인 항공사의 항공권을 예매해서 마일리지를 모으는 게 나중에 혜택이 된다. 우리나라 국적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각각 스카이팀과 스타 얼라이언스라는 동맹의 일원이다. 나는 어쩌다 보니 스타 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를 여러 번 타게 되어 이제는 유럽 내 저가 항공을 제외하고는 스타 얼라이언스에만 올인 중이다. 에어프랑스가 있는 스카이팀을 타는 게 프랑스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더 이득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부렀어. (거기다가 대한항공은 땅콩 회항 이 후로 영 마음이 끌리지 않으니까)

스카이팀 회원사: 대한항공, 에어프랑스/KLM, 중국 동방항공, 중국 남방항공, 알리탈리아, 가루다 인도네시아, 체코항공, 베트남항공, 델타항공 등 (자세한 것은 위키 페이지나 스카이팀 공식사이트에서)

스타얼라이언스 회원사: 아시아나, 싱가포르 항공, ANA,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 항공, 터키 항공, 타이 항공, 에바 항공, 에어차이나, 에어캐나다 등 (자세한 것은 역시 위키 페이지나 스타얼라이언스 공식사이트에서)

6. 중요한 정보는 휴대전화에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볼 수 있도록 저장해 둔다. 

여권이나 기타 여행에 필요한 문서들 (비자, 국제 면허증, 국제 학생증 등), 호텔 주소와 전화번호 (혹은 현지 지인의 주소와 전화번호), 항공권 E-Ticket, 비상용 신용카드 등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사진으로 찍어두거나 스캔본을 휴대전화에 미리 넣어두는 것이 좋다. 혹시 이티켓이나 다른 것을 인터넷으로 접속해야만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갑자기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인터넷이 없는 상황에서도 볼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두고, 여행 가기 전 부터 인터넷이 없어도 볼 수 있는지를 미리 확인해 본다. 요즘은 공항이나 비행기 안에서도 쉽게 USB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휴대전화가 꺼질까 봐 불안한 경우 종이 복사본을 준비해서 손가방에 가지고 있는다. 정말 이런 거까지 굳이 필요할까 싶은 문서까지 미리미리 챙기는 게 도움이 되는 순간이 온다.

7. 넷플릭스 모바일 앱에 있는 다운로드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자. 

요즘에는 기내 엔터테인먼트가 워낙 잘 되어있기는 하지만, 국적기가 아닌 경우 영화와 드라마에 한글 자막이 없는 경우도 많고, 하다못해 영어 자막도 없는 경우가 간혹 있다. 넷플릭스 구독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앱에서 넷플릭스에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기기에 다운로드해서 인터넷 연결 없이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는 그 나라 넷플릭스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그런 드라마나 영화도 다운로드 받아서 볼 수 있다.

8. Travel Light! 짐은 가볍게 또 가볍게. 

짧은 기간 여행일 경우 최대한 짐을 줄여서 모두 수화물로 부치고 비행기에는 기내용 여행 가방 없이 간단한 가방만 들고 타도 여행의 질이 달라진다. 무거운 짐은 다 부치고 핸드백이나 백팩만 가볍게 들고 면세점으로 향하는 그 기분은 해 본 사람만이 아는 자유로움이다. 부작용은 너무 손이 가벼워서 면세점에서 충동구매로 양손을 무겁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2박 3일 이하 정말 짧은 여행이거나 출장인 경우는 힘들더라도 기내용 수화물 하나로 짐을 줄여서 부치는 수화물을 없앤다. 그럼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 심사만 지나면 가방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호텔로 갈 수 있어서 시간을 은근히 많이 아낄 수 있다. 이 팁은 특히 출장러들에게 추천한다. 

또 짐을 쌀 때 평소에 자기가 쓰는 모든 물건을 다 챙겨가려고 욕심을 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필요할 것 같고, 저것도 있으면 좋긴 좋지 하면서 한둘 씩 늘어나는 짐) 적어도 여행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은 가능하면 빼도록 하자. 우리의 목표는 지금 내 생활을 그대로 여행지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새로운 생활, 경험을 만끽한 다음 다양한 기념품으로 가방을 두둑이 챙겨오는 것이니까 말이다. 

9. 가벼운 재질로 쉽게 접을 수 있고 부피가 작은 가방 꼭 챙기자. 

특히 여행지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많이 사서 올 계획이 있다면 이런 가벼운 가방은 필수다. 기내에 캐리온 가방 하나에 핸드백 하나 정도만 허용한다고 하기는 하지만, 아주 저가 항공이 아닌 이상 캐리온 위에 더플백 같은 것 하나 정도 올리고 거기에 핸드백까지 있어도 제재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혹시나 기내에 들고 타지 못해서 수화물로 부치더라도 딱딱하고 무거운 여행 가방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보다는 가벼운 재질의 가방을 부치는 게 이득이다. 대부분 항공사가 추가 수화물을 과금할 때 개수가 아니라 킬로당 추가금으로 받기 때문이다.

10. 격식 있는 옷 하나 정도는 챙긴다.

외국으로 여행 가서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기분을 낸다든지, 오페라나 발레 등 공연을 보러 간다든지 할 때 드레스코드가 엄격한 곳들이 있다. 그런 계획이 있다면 여자들은 차분한 원피스에 샌들이나 운동화가 아닌 신발, 남자들은 청바지가 아닌 바지에 깔끔한 셔츠 그리고 운동화가 아닌 신발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꼭 미리 계획을 해 둔 것이 아니라도 여행지에서는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저녁 초대를 받는다든가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격식 있는 자리에 입을 수 있는 옷 하나쯤은 여유롭게 챙기는 것이 좋다. 특히나 장기간 체류하는 여행을 할 때는 더더욱 필수다. 배낭여행을 하더라도 내가 언제 어떻게 좋은 식당에, 격식 있는 자리에 갈지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꼭 예의를 갖추는 자리가 아니라 여행지에서 친구나 연인과 함께 클럽이나 바에 가더라도 드레스 코드가 있는 곳이 있으니 미리 대비해서 나쁠 것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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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어떤 나라에 언제 여행을 가는 게 가장 좋을까 궁금한 사람들은 아래 표를 참고해서 여행 일정을 정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표 외에도 구글에서 '나라별 여행하기 좋은 달' 혹은 '나라별 여행 적기'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비슷하게 정리된 표를 많이 볼 수 있다. 

사진/딩고 트래블

'나는 위에 표처럼 여행 적기나 날씨, 날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저렴하게 여행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라는 사람들을 위한 한 가지 팁은 스카이스캐너 같은 사이트에서 수시로 검색을 해 보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스카이스캐너에서 도착지를 "모든 곳 Everywhere"로 출발과 오는 날은 "가장 저렴한 달"로 두고 검색을 한다. 그럼 현재 기준 각 나라별로 가장 저렴한 표를 보여준다. 그중에 내 스케쥴과 예산에 맞는 표가 있으면 우선 예약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간에 우선 예약하면 가게 될지어다. 모두 2018년에도 Bon Voyage!

스카이스캐너에서 가장 저렴한 달로 검색한 결과. 사진/Skysc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