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소고기 대신 콩을 먹는다면

미국의 시사주간지 디 애틀랜틱 The Atlantic에서 재밌는 동영상과 함께 기사를 읽었다. "모든 사람이 소고기 대신 콩을 먹는다면 If Everyone Ate Beans Instead of Beef"라는 제목의 기사와 같은 타이틀의 동영상이 그것이다. 해당 기사는 헬렌 하워트를 비롯한 실제 과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모든 미국인이 그들의 밥상에 단 한 가지 변화를 준다면, 바로 소고기를 콩으로 대체한다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계산한 연구다. 

이전에 채식주의에 관련된 글을 통해서 사람들이 채식을 선택하게 되는 여러 이유 중 환경 보호를 위한 것도 있다는 점을 간단히 언급한 바 있다.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지만, 채식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통해서 그 생각이 약간은 바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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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처음으로 연구자들이 Ecoanxiety 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심리학 협회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의 설명에 따르면 기후 변화 현상을 지켜보면서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설명하는 용어라고 한다. 환경, 생태 등을 나타내는 Ecology와 불안을 의미하는 Anxiety를 합성하여 만든 새로운 용어다. 물론 실제 불안장애의 종류로 분류되는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실제로 많은 미국인이 환경에 대해 걱정하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많은 이들이 개인이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개별 주 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주는 파리 협약을 지켜나가겠다고 선언한 곳도 있다) 예를 들면 개인 소유의 자동차를 경차로 바꾸거나 전기차 혹은 하이브리드로 바꾸는 것, 자신의 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화석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 혹은 최대한 샤워를 하지 않는 것(!) 등 그 노력의 형태는 다양하다. 하지만 그만큼 개인의 금전적 투자가 늘어나거나 혹은 생활 양식에 큰 변화를 주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이야기했던 헬렌 하워트를 비롯한 연구진들은 소고기를 먹는 대신 콩을 먹는 선택을 하는 것만으로 생각보다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 협약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포했지만,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은 202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의 17%를 (2005년 기준 대비*) 2050년까지는 80% 이상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그 목표를 이루기 어려운 상태.

하지만 하워트의 연구팀에 따르면 다른 어떤 노력이나 변화도 없이, 오로지 모든 미국인이 소고기 대신 콩을 먹는 것 만으로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의 43~72%까지 근접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결과가 가능할까?

축산업, 특히 해당 시나리오에서는 '소고기'를 만들어내는 데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미국 메탄가스 배출량 전체의 37%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 더 기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나 소를 키울 때 주로 대두를 먹이는데 이 양이 정말 엄청나다고 한다. UN에 따르면 전 세계 땅의 3분의 1 정도를 이렇게 가축을 키우거나 혹은 가축을 위한 먹이를 키우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런 이유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소고기 수출국 중 하나인 브라질은 어마어마한 양의 가축 먹이를 키워내기 위해서 아마존 삼림을 베어내고 있다. 소를 키우고 먹이기 위해서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삼림을 훼손하고, 그 영향과 피해가 돌아오는 악순환의 고리인 것이다.

소에게 콩을 먹여서 고기를 생산하고, 그렇게 생산된 고기를 먹음으로써 단백질을 섭취하는 이런 구조는 사실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중간 단계 없이 인간이 콩을 통해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방법이 여러모로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효율/비효율을 따지기 전에 단순히 영양분 섭취 목적이 아니라 소고기가 맛있어서 먹는다는 이들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은 하워트가 연구한 시나리오는 오직 '소고기'만을 콩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은 그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연구는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 미국의 전 국민이 한 번에 소고기를 포기하고 콩을 먹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작은 선택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 채식을 생각해보긴 했지만, 식생활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사람이라면, 소고기 대신 콩을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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