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산다 - 첫 만남

나는 고양이 집사다. 냐아아아옹- 하는 우리 고양이 울음소리에 지배당하고 조종당하고 있는 고양이 한정 호구이기도 하다. (고양이가 울음소리로 사람을 조종한다는 것은 실화다) 매년 날씨가 추워지고 연말연시가 가까워져 오면 우리 고양이를 집에 처음 데려왔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에 와서야 모든 게 잘 풀렸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당시 상황만 놓고 보자면 나는 "이런 식으로 고양이를 입양하면 안 됩니다." 의 완벽한 예시였다. 

프랑스에 살면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학교도 다니고 일도 하느라 늘 바빴고 크게 외로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익숙한 모든 것 ― 가족, 친구, 음식, 문화 등 ― 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가랑비에 서서히 몸이 젖듯이 아마도 그렇게 내 속에 외로움과 비슷한 감정이 조금씩 쌓여갔던 것 같다. 여행하고 좋은 것들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런 공허함 말이다. 

사람이 그런 감정에 치닫게 되면 이성적인 사고 회로가 마비되는 걸까. 당시의 나는 '내가 돌봐줘야 하는 어떤 생명체가 있다면 내 삶에 활력소, 의미가 될 것 같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그렇게 나의 고양이 앓이는 시작됐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고양이 사진과 동영상을 찾아보고, 소파에 앉아 허공에 손을 왔다 갔다 움직이며 '지금 바로 이 순간 여기에 고양이가 있다면 이렇게 쓰다듬어 줄 텐데' 하는 소리를 하곤 했다. 그렇게 몇 달을 앓다가 1월 2일 아침, 충동적으로 남자친구 ― 현재의 남편 ― 와 함께 파리 북부에 있는 SPA 보호소로 향했다. 그렇게 고양이가 키우고 싶으면 한 번 가서 보기라도 하자는 남자친구의 제안이었다. (SPA는 프랑스의 동물 보호 단체다. 프랑스 전역에 보호소가 있어서 직접 가서 보고 동물을 입양할 수 있다) 

보호소에 도착해서 고양이들을 보고 싶다고 하니, SPA 직원이 고양이들을 모아 둔 건물로 안내해주었다. 방마다 7~8마리 쯤 되는 고양이들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 작은 방이기는 했지만 깨끗했고, 고양이들이 편히 쉴 수 있게 쿠션도 충분하고 바깥 공기를 쐬고 싶은 고양이들을 위해서 밖으로 연결된 발코니도 있었다. 방 입구에는 고양이들의 이름과 정보가 적힌 메모지가 있어서, 메모를 보면서 고양이들을 한 마리씩 살펴볼 수 있었다. 이 메모에는 이름과 나이, 어디에서 발견되어 어떻게 보호소로 오게 되었는지, 앓고 있는 질환이나 질병이 있는지, 중성화 수술을 했는지, 거주 형태는 아파트나 주택 중 어떤 쪽을 선호하는지 등의 정보가 적혀있었다.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 한 SPA의 겨울 캠페인. 보호소 동물들에게 겨울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한쪽 구석에서 계속 잠만 자는 Gus라는 고양이가 마음에 들었다. 얌전하게 누워서 내 손길에 갸릉갸릉 소리를 내는 뚱뚱한 Gus가 귀여워 이미 다른 고양이들은 내 관심 밖이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보니 남자친구의 코트 위로 등을 타고 올라가는 홀쭉한 주황색 고양이가 보였다. 마치 에베레스트라도 정복하겠다는 듯이 발톱으로 코트를 잡아가며 열심히 '등반' 중이었다. 등에서 떨어뜨려 놓으면 코트 속 품으로 파고들고, 품에서 빼내면 내 가방을 뒤적이며 가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천방지축 고양이. 얼굴이 삐쭉하니 볼품없이 말랐지만 똥꼬발랄하게 우리 커플 주변을 계속 맴도는 이 고양이가 꼭 "저를 좀 데려가 주세요" 하고 말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하도 정신 사납게 설치는 데다 입질까지 해서인지 얼마 전 있었던 SPA 오픈 하우스 입양 행사에서 유일하게 입양 가지 못한 고양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남자친구와 말없이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이 동시에 이 말썽꾸러기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그냥 한 번 보러 가자' 하고 나선 걸음에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없이 덜컥 고양이를, 이 뜨끈뜨끈한 생명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고양이를 입양하려고 계획하고 오는 사람들은 집에 고양이용품이며 사료 등을 다 준비해두고, 고양이용 이동장을 보호소로 가지고 와서 데려가는 게 보통이다. 우리는 그런 준비 하나 없이 갔기 때문에 SPA에서 준 파란색 상자에 고양이를 넣어서 상자 째 품에 안고 돌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 와서야 급하게 사료와 고양이 화장실과 모래를 사러 갔다. 그렇게 1월 2일 아침 고양이 없이 눈을 떠서, 같은 날 밤에는 고양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준비도 안된 집사 탓에 이렇게 생긴 상자에 담겨 집까지 오게 된 우리 고양이. 이따금 야옹 야옹 소리만 낼 뿐 얌전하게 있어줘서 다행이었다.

보통 고양이는 독립적이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은근히 외로움을 많이 타고 사람의 손길이 있어야 하는 동물이다. 나 역시 내 외로움과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이기적인 의도를 가지고 고양이를 입양한 사람이기 때문에 처음에 이런 고양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생활을 맞춰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고양이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그만큼 내 시간과 마음과 돈을 들이는 일이기 때문에 나처럼 충동적으로 쉬이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주변에 고양이가 예뻐서, 귀여워서, 저녁에 퇴근했을 때 혼자 있는 게 외로워서 키우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반려동물에게 충분히 전념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 전까지는 재고해보라고 말리는 편이다. 

지금 생각하면 모든 일을 완벽한 계획 없이는 실행하지 않는 내가, 그렇게 충동적으로 준비 없이 고양이를 데려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런 쪽으로는 이상하게 유독 협조적인 남편이 없었다면 못 했을 일이지만, 내 생애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 등짝을 에베레스트처럼 열심히 등반하던 똥꼬발랄한 청소년냥이는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얌전해질 것'이라는 우리의 희망과 달리 여전히 활발하게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산책냥이가 되었다. 이런 우리 냥이를 보면서 그 날 그때 ― 충동적이긴 했지만 ― 입양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큰 축복인지를 매일 되새긴다. 특히 모든 경계를 내려놓고 평온하게 잠든 모습을 보고 있자면, 모든 일이 다 잘될 것이라는 그런 유치한 꽃노래도 믿고 싶게 만든다. 고양이는 그런 존재다.

19살 노묘인 옆집 고양이와 대치 중인 모습. 둘은 애증의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