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방법 - (1) 오해와 진실

다언어 국가가 아닌 한국에서도 이제 2개 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나 "플러스"가 아니라 필수가 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영어가 그런 필수 언어로 통용되지요. 아무래도 학업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사실상 단점이 없는 몇 안 되는 (어쩌면 유일한) 활동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7단계 (원제: 7 Steps to Raising a Bilingual Child)"의 저자 나오미 스타이너는 미국 보스턴에서 활동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입니다. 그는 다언어 국가인 스위스에서 자라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약간의 이탈리아어까지 할 수 있는 멀티링구얼입니다. 여기에다 미국에서 수련의 생활을 하고 지금까지 살고 있으니 영어를 완벽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멀티링구얼로 자란 본인의 경험과 자신의 아이들을 영어-프랑스어 바이링구얼로 키우고 있는 경험, 그리고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부모님과 아이들을 진료하고 상담한 결과에 연구를 더해 집필한 책이 바로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7단계"입니다.

 

이 책은 철저히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가족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므로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여기서 모든 7단계를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유학 보내지 않고도 바이링구얼로 키울 수 있을까? 꼭 비싼 학원이나 학교에 보내야만 바이링구얼로 키울 수 있을까? 일찍부터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혼란을 주지 않을까? 등등 궁금한 것이 많은 분들에게 어느 정도 답변을 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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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바이링구얼 Bilingual을 간단히 정의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나오미 스타이너는 이 책에서 바이링구얼을 "두 개 이상의 언어로 말하고, 읽고, 쓰고, 혹은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똑똑한 아이만이 바이링구얼이 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NO! 모든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여러 개의 언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몇몇 언어학자들은 아이가 혼란에 빠지지 않고 다른 언어 7개까지 배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7개 언어를 동시에 배우게 되면 그만큼 각 언어에 대한 노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유창해지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차차 알아볼게요) 아기의 두뇌는 여러 언어를 배우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습니다. 단, 아이가 6개월쯤 접어들면 아이의 뇌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뇌 내 신경 경로가 노출이 많은 언어를 더 잘 받아들이도록 특화되면서 강화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노출되지 않은 언어를 흡수하는 능력은 줄어들게 됩니다. 바이링구얼 교육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려다가 언어 발달만 늦어지는 거 아닌가요?

- NO! 두 언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말을 늦게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일시적인 지연 외에 다른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없습니다. 
연구 결과 두 언어의 어휘 총량을 고려하면, 바이링구얼인 아이는 단일어 구사자인 또래와 같은 양의 어휘를 알고 있다고 합니다. 약간의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줄어들고, 유치원에 들어갈 시기가 되면 대부분 사라집니다. 그 이후에는 이중 언어 구사자/바이링구얼인 아이가 단일어 구사자인 아이보다 뛰어난 단어 이해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언어 발달의 지연은 만 5세가 되기 전에 주로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려면 부모가 외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NO! 단일어 구사자 부모도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울 수 있다. 
제2외국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해도 여전히 바이링구얼 가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그리고 이 블로그에서 제공하는) 이중 언어 활동과 자료를 이용해 부모가 아이와 함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 그 방법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모는 아이에게 롤모델이 되고, 이중 언어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아이를 인도합니다. 물론 주로 돈이 더 많이 들기는 하지만 주변의 도움과 다양한 방법 (ex- 영어유치원, 외국인 보모, 원어민 과외 등)을 활용하면 부모가 언어를 배우지 않고도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울 방법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장기적으로 더 지속가능한 교육을 위해서 부모님이 같이 언어를 배우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블로그의 궁극적인 목표도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언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거 아닌가요?

- YES & NO! 아이들의 뇌는 기본적으로 다른 언어를 배우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충분한 언어적 자극은 필수입니다. 빈약한 언어 환경은 아이를 “수동적인” 바이링구얼*로 만들 수 있습니다. (* 언어를 이해할 수 있지만,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는 못하는 단계) “사용하지 않으면 잃어버린다”라는 표현으로 언어 학습을 완벽하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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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한 내용은 단순히 나오미 스타이너라는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언어학자, 심리학자, 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를 통해 증명한 내용입니다. 나오미 스타이너가 이 책에서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이링구얼 교육에 있어서 "나중에"는 "영원히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고요. 또 "뭐라도 하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라고요. 바이링구얼을 넘어 멀티링구얼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 아이. 바이링구얼 교육 더 미루지 말고 일단 시작하세요! 저 또한 앞으로 이 블로그를 통해서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어떻게 내 가족과 내 아이를 위해 적절한 바이링구얼 교육의 목표를 세울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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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8 - [PARENTING] -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방법 - (2) 목표 설정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방법 - (2) 목표 설정

Reference(s): Steiner, N. (2008). 7 steps to raising a bilingual child. New York, NY: A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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