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자믄 무슨 재민겨 - 침실

나는 각종 수면 장애를 달고 사는 남편과 몇 해째 함께 살며 올해는 조금이라도 수면의 질을 높여보고자 "(나만 잘 자기보다는) 함께 잘 자기"를 목표로 세우고 공부 & 실천하고 있다. (자세한 배경 설명은 여기서 읽기) 지금까지는 숙면을 위한 기초 중의 기초 생활 습관이라고 할 수 있는 수면 위생부터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도 알아보았다. 

최근에는 이사를 준비 중이어서 무엇보다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고 있는 분야가 바로 어떻게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되도록 침실을 꾸밀까 하는 것이다. 새로 이사하는 집에서 딱 한 가지에 아끼지 않고 돈을 들인다면 아마도 침대를 선택할 것 같다. 지금까지 독립 스프링 매트리스를 써 왔는데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는 매트리스인데도 우리 부부에게는 생각보다 잘 맞지 않아서 새로운 매트리스는 정말 심혈을 기울여 골라야 할 것 같다. 매트리스를 고를 때만큼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공주와 완두콩" 속 공주에 빙의해서 예민하게 고르는 거지.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왕자가 자신이 결혼할 사람이 진짜 공주인지 아닌지 테스트하기 위해서 침대에 수십 개의 깃털로 만든 부드러운 매트리스를 깔고 그 밑에 완두콩 하나를 넣어둔다. 대부분 사람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어떤 공주가 다음 날 아침 침대 속에 딱딱한 게 들어있어서 잠을 설쳤다고 말하는 걸 듣고 이 여자는 진짜 공주구나! 하고 결혼했다는 이야기)

안데르센 원작 동화 공주와 완두콩. 사진/majorityoftwo

사실 이미 지난 글에서 수면 위생에 관해서 이야기하면서 간단하게 몇 가지 침실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방법을 언급했었다. 

9. 수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든다. 매트리스와 베개는 무조건 편안해야 한다. 침실은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정도로 유지하되, 약간 낮은 온도에서 더 잠을 깊이 잘 수 있다. 15도~19도 정도가 이상적이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침실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장치―암막 커튼, 안대, 귀마개, 백색소음 기계, 가습기, 선풍기 등―를 사용하도록 한다.

오늘은 위에서 이야기 한 내용과 더불어 침실 환경을 숙면에 도움이 되도록 꾸미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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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어도 취침 시간 약 1시간 전부터는 침실의 조명을 낮추고 빛을 차단해서 수면에 적합한 밝기를 유지한다. 이렇게 해서 뇌에 "이제는 잠 잘 준비를 할 시간이다."라는 신호를 주는 것.

2. 침실은 내가 가장 마음과 몸이 편한 장소여야 한다. 침실 벽 색깔이나 장식 등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꾸미고, 자질구레하고 지저분한 것이 없도록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를 정리해서 잠자리에 들 때는 항상 침대가 깨끗하고 뽀송뽀송하다면 기분도 좋아지고 마음도 편해진다. 침실의 색상은 따뜻한 계열 색보다는 회색이나 파란색 같은 차가운 계열의 색이 더 좋다.

3. 침실 온도는 약 15도~19도 정도로 약간 선선한 정도가 좋다. 어느 정도 온도가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지는 개인차가 있으니 여러 온도로 실험해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온도를 찾는다.

4. 온도뿐 아니라 침실의 습도 또한 중요하다. 특히 덥고 습한 여름철에 잠을 쉽게 이룰 수 없는 이유 역시 공기 중 습도가 높으면 내 몸에서 땀을 쉽게 배출할 수 없어서 체온 조절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습도는 30%~50% 정도가 편하게 호흡하기에도 좋고,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 건조해서 가장 적당하다. 습도계를 통해서 습도를 점검하거나, 겨울에는 습도를 감지해서 조절해서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가습기를 장만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5. 알레르기나 천식, 비염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밤새 재채기나 기침을 한다거나, 코가 막혀 훌쩍이다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공기청정기를 침실에 틀어두면 어느 정도 알레르기 발생 물질이나 먼지, 오염물질 등을 걸러줘서 숨쉬기 편한 환경으로 만들어준다. 공기가 깨끗해지면 숨쉬기 편안해지고 잠을 깊이 자는데도 도움이 된다.

6. 스파나 마사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부드러운 마사지 테라피스트의 손길에도 스르륵 잠이 오지만, 은근히 릴랙스하는데 한몫하는 것이 좋은 향기가 나는 에센셜 오일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라벤더 향 캔들을 피운다든지, 혹은 에센셜 오일을 캔들로 데워 향을 내는 오일 버너를 이용해서 침실을 내가 좋아하는 향으로 채우면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혹은 가습과 아로마테라피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가습기 겸 에센셜 오일 디퓨저를 쓰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라벤더 외에 숙면에 도움이 되는 에센셜 오일로는 베티버, 카모마일, 일랑일랑, 베르가못, 샌달우드, 시더우드 등이 있다.

7. 침대 시트는 일주일에 한 번 세탁한다. 이주일에 한 번 정도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라면 자주 세탁하도록 한다. 그리고 감기에 걸렸다가 나은 경우라면 무조건 침대 시트와 이불 등을 세탁해서 혹시나 남아있을지 모르는 균을 없애준다. 침대 시트를 일주일에 한 번 세탁하는 게 너무 힘들다면, 적어도 베개 커버라도 일주일에 한 번 세탁하도록 하자.  

8. 자신이 자는 자세에 따라 적절한 베개를 고른다. 등을 대고 똑바로 누워 자는 사람이라면 낮은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목 부분에는 조금 더 도톰하게 올라와서 목을 보호해줄 수 있다면 더 좋다. 메모리폼 베개도 좋은 옵션이다. 엎드려서 자는 사람은 아주 낮은 베개나 아예 베개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괜찮다. 엎드려 자는 것은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에 가능하면 옆으로 누워 자거나 배에 어느 정도 압박이 있는 것이 좋다면 바디필로우를 안고 자도록 한다.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은 약간 단단한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척추를 위해서 무릎 사이에 베개를 끼고 자도록 한다. 그리고 베개는 1년 반 정도에 한 번씩은 새것으로 교체한다. 베개를 반으로 접었을 때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베개는 교체할 시기가 됐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9. 잠자리에 들기 최소 30분 전부터는 침실에서 모든 전자기기를 쓰지 않도록 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태블릿, 텔레비전 등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해서 잠드는 데 방해가 된다. 혹시나 침대 머리맡에 디지털 알람시계가 있다면 그 시계에서 나오는 불빛도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얼굴 쪽으로 비치지 않도록 돌려두거나, 알람 시계를 고를 때 빛이 나지 않는 것으로 고른다.

10. 실제 숙면과 어떠한 관계도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호텔 침대에서는 항상 꿀잠 자는 분들, 집에서도 침대를 제대로 갖춰서 호텔에 온 기분을 내고 싶다는 분들을 위한 베딩 가이드.

사진/Mat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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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위에 이야기한 것들 중에서 가습기 겸 에센셜 오일 디퓨저는 꾸준히 쓰고 있는데, 가습기의 역할은 미미하지만, 디퓨저의 역할은 아주 충실하게 잘 해주고 있다. (내가 쓰고 있는 디퓨저는 프랑스 아마존에서 30유로 정도 주고 산 저렴이인데,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꼽히기도 했고 좋은 리뷰도 많아 믿고 샀는데 가격 대비 간편하게 쓰기 좋다)

어째 점점 이론만 빠삭해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새집에 이사해서 새롭게 침실을 꾸밀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지금 사는 집 침실에서부터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것들―널브러진 물건들 정리하기, 잠자기 30분 전부터는 스마트폰 보지 않기 등―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요즘 들어서 어떤 이유 때문인지 남편도 남편이지만 불면증이라고는 모르던 내가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있어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하루빨리 실행에 옮겨야 할 것 같다. (여담이지만 달라진 걸 꼽자면 1월 초 =부터 먹기 시작한 종합비타민인데, 카페인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상관이 있으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