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이야기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넷플릭스 SF 추천

SF가 뭔데? 그 막 우주선 나오고 외계인 나오고 그런 거 아니야? 하는 분들을 위한 포스팅. 사실 내가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사이언스 픽션, 공상 과학은 무조건 우주선 타고 우주에 다니거나, 혹은 시대 배경이 백 년, 천년, 아니 알 수 없을 정도로 먼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래서 무조건 SF 하면 일단 알레르기 반응이 먼저 올라오는 SF 혐오자(?)였다. (근데 또 닥터후는 재밌게 봤다는.. 대중없는 나의 취향) 알고 보니 내가 생각한 우주 이야기 중심의 SF도 SF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하나의 하위 장르일뿐, SF에는 그보다 더 많은 하위 장르가 있었다. 어쨌든, 오늘은 나처럼 우주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을 만한 넷플릭스 SF 작품을 몇 개 추천하려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추천지수
★★★★★ 강력 추천
★★★★☆ 추천 (약간의 주의가 필요할 수 있음-잔인함, 선정성, 지루함, 이야기가 산으로 감, 등)
★★★☆☆ 줄거리나 설명을 읽고 나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 크게 추천하지 않음
★☆☆☆☆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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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시아 인형처럼 Russian Doll

한국에서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Orange Is the New Black의 니키 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 나타샤 리온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주연으로 열연한 러시아 인형처럼. 여기서 러시아 인형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인형 속에 인형 있고, 또 그 인형 속에 다른 인형이 들어있는 '마트료시카'다. 극의 주요 설정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다. SF의 장르, 소재로 치면 시간이 같은 시점으로 돌아가 계속 반복되는 '타임 루프'물이다. 주인공 나디아 (나타샤 리온)는 자신의 36번째 생일에 차에 치여 죽었다... 고 생각했지만 왜인지 다시 자신의 생일 파티가 한창인 친구네 집 화장실로 돌아와 있다. 꿈인가 생신가 분간도 안 가는 상태로 시간은 가고 다시 한번 사고로 죽게 되지만 여전히 친구네 화장실로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자 이제 자신이 제정신이긴 한 것인지, 정말로 죽었다가 자꾸 살아나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러시아 인형처럼은 여러 번의 다양한 죽음과 시간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면서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나디아에게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시즌1을 모두 본 사람들은 엔딩이 꽤 꽉꽉 닫힌 결말이라 시즌2가 나올까 싶을 수 있지만, 의외로 이 드라마를 처음 기획할 때 세 시즌으로 기획하고 넷플릭스에 제안했다고 하니, 시즌2도 기대해본다. 

시즌 수: 1 
다음 시즌 예정: 시즌2 제작 미확정 (3시즌으로 기획했다고 하니 가능성 있음)
추천지수: ★★★★★ 

 

2. 레인 The Rain

아 나 이런 소재 이런 드라마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런데 넷플릭스 권태기 때 너무 볼 게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한 레인. 그런데 어라 생각보다 재밌네? 하고 그렇게 며칠 만에 완주해버렸다. 개인적으로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덴마크 드라마다. 여느 날과 다름  없던 어느 날 남매 시몬과 라스무스는 영문도 모른 채 아빠를 따라 벙커에 들어가게 된다.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를 지닌 비 때문에 급하게 대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과학자인 아빠는 조금만 맞아도 죽게 되는 비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며 떠나버리고 고등학생 시몬과 초등학생 라스무스만 벙커에 남게 된다. 6년 동안 아빠가 미리 준비해둔 벙커에서 살아온 시몬과 라스무스는 드디어 벙커를 떠나 바깥세상으로 나가기로 한다. 모든 인류가 사라진 듯 보이는 바깥세상에서 이 남매는 자신들처럼 살아남은 동지들을 만나 함께 가게 된다. 극의 진행은 워킹데드 같은 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 작품에서와 비슷하게 생존자들의 관계와 그들이 마주하는 장애물 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시즌 수: 1 
다음 시즌 예정: 시즌2 확정 (2019년 업로드 예정)
추천지수: ★★★★☆

 

3. 얼터드 카본 Altered Carbon

오늘 소개하는 작품 중에 그나마 제일 우리가 SF 하면 떠올리는 미래 이야기에 가까운 얼터드 카본. 얼터드 카본에서 그려내는 미래에는 우리의 의식과 기억을 디지털화해서 저장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어떤 이들은 신체만 바꿔가며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얼터드 카본은 특수 전투 훈련을 받은 주인공 타케시 코박의 정신이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이의 몸에 '다운로드'되어 깨어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타케시 코박을 현생으로 돌려놓은 사람은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가진 로렌스 뱅크로프트. 그는 자신이 죽기 몇 시간 전에 백업된 자신의 의식을 불러와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그래서 자신이 왜 죽었는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경찰에서는 자살로 결론을 내린 사건이지만, 뱅크로프트 자신은 살해당했다고 믿고 사건의 경위를 파헤치기 위해서 타케시 코박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소재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불필요한 여성 혐오적 묘사가 많아서 시즌2까지 이어서 볼지는 모르겠다. 닥터후의 '재생성'개념처럼 사실 배우를 마음대로 갈아치우면서 새로운 몸에 타케시의 정신을 로딩했다고 하면 쉽게 설명이 되기 때문에, 인기만 있다면 배우를 바꿔가면서 장수할 수도 있을 시리즈인듯하다.

시즌 수: 1 
다음 시즌 예정: 시즌2 확정 (아마도 2020년 업로드)
추천지수: ★★★☆☆

 

4. 아웃랜더 Outlander

아니, 아웃랜더는 역사물 아닌가? 하실 수도 있겠지만 엄연히 아웃랜더는 주인공이 시간 여행자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타임슬립'물의 설정을 안고 간다. 사실 역사물, 아니 로맨스물의 비중이 팔할이 넘는다고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길티 플레저라 굳이 굳이 SF 글에 끼워 넣어본다. 나처럼 아웃랜더 새 에피소드만 손꼽아 기다리는 여성 팬들이 많은지, 이미 성황리에(!) 시즌4까지 제작되었고, 이후 두 개의 추가 시즌 역시 확정되어있다.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영국인 간호사, 클레어는 종전 후 역사학자인 남편 프랭크와 스코틀랜드의 한 동네로 여행을 간다. 약재로 쓸 수 있는 허브에 관심이 많았던 클레어는 남편 없이 혼자 크레그 나 둔이라는 언덕에 갔다가 영문도 모른 채 200여 년을 거슬러 1743년에 떨어진다. 그곳에서 위험에 빠질 뻔한 클레어를 스코틀랜드 하이랜더 제이미와 그의 클랜이 구해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뭐 너무나 당연하지만, 클레어와 제이미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케미스트리와 전기가 흐르고, 그로 인해 여러 핫하고 스티미한 장면들이 많이 연출된다. 아웃랜더를 좋아하는 남성 팬도 없지는 않겠으나 여성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철저히 여성 시청자를 타겟으로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시즌 수: 4
다음 시즌 예정: 시즌 5, 6 제작 확정
추천지수: ★★★★☆ (헤테로 여성분들 꼭 보세요. 저도 역사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봐지더라고요)

 

5. 버드 박스 Bird Box

2018년 넷플릭스에서 발표한 오리지널 영화 중에 체감상 로마와 더불어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 같은 버드 박스. 할리우드 실제 부부 존 크라신키와 에밀리 블런트가 감독하고 주연한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소리를 낼 수 없는 음소거된 세계였다면, 버드 박스는 눈을 뜰 수 없는 깜깜한 세계다. 어느 날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눈으로 본 사람들은 끔찍하게 자살로 목숨을 잃어버리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게 자신의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사랑하는 가족이 자살하는 모습을 보게 된 주인공 맬로리는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때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혼란스러운 세상에도 나름 익숙해져 가며 아이도 낳고 그럭저럭 살고 있던 어느 날, 모두에게 열려있는 안전한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곳으로 아이를 데리고 떠나기로 한 맬로리와 그의 동거인 탐. 목적지는 많은 사람이 이미 목숨을 잃은 위험한 강을 건너고 숲을 지나야 갈 수 있는 곳이다. 두 눈을 가리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로 과연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수 있을까. 사실 영화 버드 박스는 넷플릭스 공포물에 넣을까, 여기에 넣을까 고민했는데, 개인적으로 긴장감으로 조여오는 서스펜스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에 포함하게 되었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풀기 힘든, 다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쥐고 있던 주먹에 손바닥이 땀과 손톱자국으로 가득한 그런 영화다.

시즌 수: 해당 사항 없음
다음 시즌 예정: 해당 사항 없음
추천지수: ★★★★☆ (조금만 공포스러워도 못 보는 사람들에게는 추천 X - 피 터지고 징그러운 공포 X 쪼여오는 공포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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