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내가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한 일 feat. 프로변덕러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며 다음 해에는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 혹은 이렇게 살아야지 다짐하게 되는 12월. 항상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미약한 프로변덕러로서 2017년에 꼭 하겠다고 다짐한 것 중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한 일 네 가지를 뽑아보았다. 2016년에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서 고생했던 관계로, 2017년에는 그만큼 여러 가지 건강에 관련된 것들을 많이도 시도하고 많이도 포기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과연 어떤 것들을 시작했는지, 왜 시작했지만 끝내지 못했는지 구구절절 구차한 변명 포스팅을 시작해보자.

---

1. 드라이 브러싱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약간 빳빳한 재질의 모로 만든 브러쉬를 물에 적시지 않고 마른 피부 위에 쓸어주는 것을 드라이 브러싱이라고 한다. 브러쉬는 주로 합성 모 보다는 동물의 털이나 식물성 재료로 만든 것을 쓴다. 나는 피부가 항상 건조하고 혈액 순환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알아보다가 시작하게 되었다. 약간 가격대가 있는 브러쉬라도 3만 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으므로 초기 시작 비용은 크게 들지 않는 편. 드라이 브러싱의 효과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죽은 각질을 제거해서 피부를 부드럽게 한다. 

2. 림프절을 자극하여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

3. 혈액 순환을 좋게 한다.

4. 일각에서는 셀룰라이트 제거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구차한 실패 원인: 옷을 입지 않은 채로 전신에 하는 것이 좋은 드라이 브러싱. 주로 샤워 전에 욕실에서 하게 되는데, 겨울에 시작했다가 욕실이 너무 추워 실패. 처음 몇 번은 5분씩 버티고 해 봤지만, 얼른 샤워하고 따뜻한 방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커지다 보니 드라이 브러싱을 건너뛰게 되고, 그러다 보니 멀어지게 된 드라이 브러싱.

2018년에 재도전 의사: 이 글을 쓰면서 드라이 브러싱의 장점에 대해서 다시 떠 올려보니 2018년을 맞아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약간 생김. 꼭 샤워 전에 할 필요 없이, 샤워 후에 브러시에 바디 오일을 약간 묻혀 수분 공급을 하면서 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니 그 방법으로 재도전해 볼 의사 약 70%

드라이 브러싱 방법. 말단에서 몸의 중심 방향으로 쓸어준다. 사진/goop

2. 오일 풀링

코코넛 오일이나 참기름 등 식물성 오일을 약 15분에서 20분 정도 입에 머금고 가글 하듯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오일 풀링이라고 한다. 더 나은 효과를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오일 두 스푼 정도를 입에 머금고 약 20분 정도 가글한 뒤 뱉어주는 것을 일주일에 3~5회 정도 해야 한다. 오일 풀링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기보다는 구전설화처럼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의 간증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강 건강과 치아 미백 효과, 그리고 입을 통해서 몸속에서 배출되는 노폐물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피부가 좋아지고, 관절염, 천식, 두통, 호르몬 불균형, 간 건강 등에도 좋다고 한다.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 

구차한 실패 원인: 우선 오일 풀링을 직접 해 보면 오일을 입에 머금고 20분 동안 가글하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잘 못 하면 목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입에 머금고 있는 것 자체가 힘듦. 그리고 나는 유기농 코코넛 오일로 시작했는데, 더운 여름이 아닌 이상 상온에서 고체로 굳어있는 코코넛 오일을 그 아침 공복에 액체로 녹인 다음 20분씩이나 가글을 하는 게 아주 귀찮았다. 오일 풀링 하려고 아이허브에서 샀던 코코넛 오일은 몸에 바르고, 요리하는데 쓰고 은근히 알뜰살뜰 다 사용하기는 함.

2018년 재도전 의사: 없음. 굳이 녹일 필요없는 다른 종류의 오일로 한다고 해도 매일 공복에 20분씩 오일로 가글하는게 썩 내키지 않는다.

3. 실내자전거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자기 성찰을 통해 '그래, 나는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 운동이라면 절대 오래 하지 못할 거야.'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실내 자전거였다. TV보면서도 음악 들으면서도 다리만 움직이면 되니 이 보다 더 좋은 운동이 있을까 싶었다. 나름 강도를 조절하면서 할 수 있으므로 몸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전부 다 맞는 얘기지만 그 공식에 프로변덕러인 나를 대입하니 성립되지 않았다.

구차한 실패 원인: 귀차니즘. 한 마디 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대신 집 안에 운동 기구는 들이는 게 아니라는 귀한 깨달음은 얻었다.

2018년 재도전 의사: 없음. 실내 자전거 대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음.

4. 건강보조식품

종합비타민, 슈퍼푸드 스피룰리나, 오메가3 등 건강 보조 식품을 꾸준히 챙겨 먹고 건강도 챙겨보겠다는 계획으로 연초에 약 석 달 분을 아이허브에서 구매했다. 종합비타민의 경우는 몇 번 먹다가 이상하게 심장이 벌렁벌렁해서 봤더니, 카페인이 포함된 것으로 잘 못 주문했다는 걸 알게 돼서 먹다 말았다. 나머지 보조 식품도 한두 달 정도는 어찌어찌 열심히 먹어보려 노력했지만 2017년이 끝나가는 지금에도 한 달 분 정도는 끝내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있다.

구차한 실패 원인: 건강 보조 식품은 말 그대로 치료 목적이라기보다 불균형한 식단이나 부족한 영양소를 '보조'하기 위해 먹는 것이다 보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주 까먹게 된다. 출근할 때 가져가는 걸 깜빡해서, 밖에 외출했다가 때를 놓쳐서, 등등 때에 맞춰 먹는 습관이 들지 않아 실패하게 됨.

2018년 재도전 의사: 이미 새 종합비타민 주문함. (역시나 역사는 반복된다...) 그래도 이번에는 최대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가짓수를 파격적으로 줄이고 하루 한 알만 먹으면 되는 종합비타민으로 주문했다. 부디 꾸준히 잘 먹을 수 있기를.

---

변명도 이유도 많은 프로변덕러지만, 아마 새해에는 또 새로운 계획들을 세우게 될 것이다. 또 많은 일을 시작했다가 중도에 포기하기도 할 것이고, 간혹 그중 몇 가지는 끝까지 해내는 것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KBS 영수증에 권혁수가 출연해서 "달을 보고 화살을 쏴야 소나무에라도 가서 맞지 않을까요"라는 말을 하더라. 그 말처럼 계획한 모든 일을 다 해내지는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일을 기대하고 시도하다 보면 점점 성취하는 것들도 늘어나는 한 해가 되지 않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