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 냉동, 그리고 신선 채소

사진/Fitday

한국에 살 때 보다 프랑스에 살면서 압도적으로 더 많이 소비하는 게 있다면 통조림 채소나 냉동 채소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는 통조림이나 냉동된 채소, 과일을 먹기도 했지만, 프랑스에 비교하면 선택의 폭이 훨씬 좁아 통조림은 토마토나 옥수수, 콩 정도 냉동으로 된 것은 주로 과일류만 소비했다. 무엇보다 당일 주문-당일 배송되는 마트 서비스도 있고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재래시장도 있어 필요할 때 신선한 채소를 사 먹는 데 큰 불편이 없었다. 프랑스에서는 한국처럼 적당한 크기의 마트가 여러 군데 있기보다는 대형 마트가 주거지에서 떨어진 곳에 있다 보니 필요할 때 마다 사 먹기보다는 한 번 장을 볼 때 필요한 것을 미리 다량으로 구매하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금방 요리해서 먹지 않으면 나중에는 시들거나 물러져 버리게 되는 신선 채소보다 통조림이나 냉동 채소를 많이 구매하게 되는 것 같다. 신선 채소는 바로 요리할 계획이 있을 때, 특정 레시피에 필요한 만큼만 사고 나머지는 장기 보관이 가능한 통조림이나 냉동으로 사는 것이다. 

신선 채소와 비교했을 때 통조림이나 냉동 채소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보관 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짧게는 몇 달에서부터 몇 년까지도 보관할 수 있으므로 상하거나 시들어서 채소를 낭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렇게 낭비를 줄여서 경제적인 효과도 있지만, 같은 양의 신선 채소와 비교했을 때 통조림 채소나 냉동 채소가 더 저렴하기도 하다. 가격만 놓고 보면 통조림<냉동<신선 채소 순인 듯하다. 

통조림, 냉동 채소의 장점으로는 편리함도 있다. 채소를 깨끗이 씻어서 다듬는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요리에 사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토마토만 해도 껍질을 벗긴 통 토마토, 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 토마토, 작게 다진 토마토, 퓌레로 만든 토마토 등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손질된 토마토를 손쉽게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채소인 아티초크의 경우 잎 부분을 아페리티프로 먹기도 하지만 아티초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아티초크 하트"를 얻기 위해서는 부피 큰 아티초크 줄기 하나를 사서 손질해야 한다. 전형적으로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다. 거기다 아티초크 줄기 하나에 아티초크 하트 하나가 나오니까, 요 아티초크 하트를 요리에 사용하고 싶을 땐 아티초크 하트만 모아서 냉동한 것을 구매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다. 또 신선한 제철 채소를 구하기 힘든 겨울에는 저장용으로 나온 통조림, 냉동 채소가 고마워질 때가 많다. 꼭 겨울이 아니라도 제철이 아닌 채소를 가격 부담 없이 살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사진 속 아티초크를 전부 손질해서 삶아야 냉동 아티초크 하트 한두 봉지 정도가 나올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신선한 채소가 영양 면에서는 가장 뛰어나지 않을까. 통조림이나 냉동 채소는 왠지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여기저기 검색하고 알아본 결과, 오히려 생채소의 경우 수확 시기로부터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사이에 영양분이 소실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채소는 수확된 그 순간부터 영양분을 잃기 시작하는 데다가 판매지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채소가 완전히 익기 전, 그러니까 영양분의 수치가 최고치에 달하기 전에 수확한다고 한다. 거기다 요리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요리하느냐에 따라 신선한 채소나 과일의 영양분의 총 50% 정도가 소실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통조림이나 냉동 채소는 가장 잘 익어서 영양분이 최고조일 때 수확해서 바로 저장 용기에 담거나 급속 냉동하기 때문에 영양분이 거의 소실되지 않는다고 한다. 

통조림, 냉동 채소의 장점

1. 보관 기간이 길어 낭비를 줄일 수 있다.

2. 경제적이다. 가격에서 통조림<냉동<신선 채소 순

3. 편리하다.

4. 영양분 소실이 적다.

이런 식으로 보면 신선 채소를 먹을 이유가 별로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신선 채소가 가격도 더 비싸고 영양분 소실도 더 크다면 말이다. 통조림 채소의 경우 채소 자체의 영양분은 잘 유지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영양소 중에서도 비타민 B나 C 같은 수용성 영양분의 경우는 저장을 위해 첨가된 수분 때문에 소실될 수 있다. 또 이렇게 물에 담겨있기 때문에 신선한 채소 특유의 좋은 식감을 기대할 수 없다. 대부분의 통조림 채소는 물컹한 식감이다. 신선 채소와는 향이나 맛 자체가 다른 예도 있다.

내가 원치 않는 다른 성분들이 추가되었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단점이다. 예를 들어 건강상의 이유로 저염식을 하는 사람이나 혹은 설탕을 피하는 사람의 경우 통조림에 적혀있는 성분 표시를 잘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 통조림이 소금이나 설탕을 추가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소금이나 설탕이 추가되지 않거나 적게 포함된 통조림이 따로 나오기도 하니, 이런 부분이 걱정되는 경우 성분표를 잘 확인한 뒤 구매하거나,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요리 전 내용물을 물에 헹구는 방법으로 소금을 조금 덜어낼 수 있다.

이 외에도 보존료, 산화 방지 목적으로 통조림에 첨가하는 아황산염의 경우 일일섭취 허용량 이내로 섭취 시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분류되어있기는 하지만, 100명 중 1명은 아황산염에 민감한 체질이라고 한다. 이런 체질인 사람이 아황산염을 섭취하는 경우 섭취 후 15~30분 뒤 숨이 가빠지는 등 과민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황산염의 경우 메타중아황산칼륨, 무수아황산, 산성아황산나트륨, 아황산나트륨, 차아황산나트륨, 메타중아황산나트륨 등 다양한 이름으로 첨가물 목록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캔으로 된 통조림의 경우 비스페놀A (BPA) 가 포함되어있을 수 있다. BPA는 인체에 흡수됐을 때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거나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사려고 하는 캔 통조림에 BPA가 포함되지 않았을지 불안하다면 가능하면 통조림은 유리병에 담긴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통조림, 냉동 채소의 단점

1. 통조림의 경우 수용성 영양분 소실 가능성이 있다.

2. 식감, 향, 맛 등이 신선 채소보다 별로다. (개인 취향에 따라)

3. 소듐이나 설탕이 추가된 경우가 많다.

4.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추가되었을 수 있다.

캔으로 된 통조림의 경우 BPA가 포함되었을 수도 있고 불안한 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유리병으로 된 통조림 중에서 소듐이나 설탕, 보존제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면 구매해도 괜찮을 것 같다. 여러모로 통조림은 불안하다면 냉동 채소를 장기 보관용 대안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내가 직접 건강하게 가꾼 농작물을 바로 수확해서 바로 먹는 것이겠지만 도시 생활자들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다. 신선한 채소를 구매했다면 영양분이 많이 소실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요리해서 먹는 것, 요리시에는 최대한 수용성 영양분의 소실을 줄이기 위해 저수분으로 요리하는 것이 다음 대안이 될 것 같다. 

1. BPA를 피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캔보다는 유리 용기 통조림을 선택

2. 천식이 있거나 알레르기에 예민한 사람은 아황산염이 포함된 통조림은 피할 것

3. 저염, 무설탕, No added sugar, No added salt, No Sodium 등 최대한 소금과 설탕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선택

4. 통조림에 포함된 소금이나 설탕을 덜어내기 위해서 내용물 물에 한 번 헹구기

5. 통조림이 개인 취향에 맞지 않거나, 여러모로 불안한 사람은 냉동 채소나 과일을 시도해보자.

6. 신선 채소는 구매해서 최대한 빨리 섭취하기

7. 영양분 소실을 줄이기 위해서 저수분으로 요리. 채소는 찌는 것이 가장 영양분을 유지하기 좋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