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프렌즈'의 결말은 잘못됐다? (상)

내 또래에 미드를 좋아하고 즐겨 보는 이들 중 미드 입문을 '프렌즈'로 한 사람들 많을 것이다. 나 역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오빠를 통해 일찍이 프렌즈를 접하게 된 후로 몇 년에 한 번씩은 프렌즈를 시즌1부터 10까지 정주행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어른 같아 보이던 여섯 친구의 나이에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제는 비슷한 나이 또래가 되어버렸다. 곧 나는 레이첼, 모니카, 피비, 조이, 챈들러, 로스보다 나이가 더 많아질 것이지만, 이 여섯 캐릭터는 언제나 그 나이로 머물며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프렌즈를 몇 번이고 다시 보면서 바뀐 것이 내 나이뿐만은 아니다. 같은 에피소드도 내가 몇 살일 때 어떤 상황일 때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 보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대사들이 지금 기준으로 보면 차별적인 발언이라거나 offensive 한 것이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 중 한 가지는 '로스' 캐릭터에 대한 나의 마음이다. 프렌즈를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콕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프렌즈의 캐릭터 중에서 왠지 로스를 제일 싫어했다. 많은 사람이 성가신 캐릭터로 꼽는 '오, 마이, 갓' 재니스보다도 뭔가 말할 수 없게 거슬리는 캐릭터가 로스였다. 

나이들고 보면 나름 견딜만해지는 캐릭터 재니스. 사진/Buzzfeed

그러다 지난 8월 트위터에서 한 트위터리안이 프렌즈에서 로스와 레이첼이 연결된 것은 잘못되었으며 레이첼은 조이와 연결되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을 보았다. 총 100개의 트윗으로 이루어진 이 트위터리안을 스레드를 읽고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특히 나는 이 스레드를 통해서 왜 로스라는 캐릭터가 그렇게 싫었는지 명확한 이유도 깨닫게 되었다.

※이 글은 나름 프렌즈라는 미드의 결말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록 종영한지 10년이 넘은 시트콤이지만 스포일러 당하기 싫다는 분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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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A lot of people think it was weird or that it came out of nowhere, BUT I AM HERE TO TELL YOU WHY IT SHOULD HAVE BEEN ENDGAME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많은 사람이 (조이와 레이첼의 갑작스러운 썸이) 이상하다고, 뜬금없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사실 그 두 사람이 커플로 맺어졌어야 한다고 주장하려 한다."

6/ ARGUMENT #1: Ross Never Saw Rachel As a Friend, But Joey Did.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첫번째 주장: 로스는 레이첼을 전혀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조이는 달랐다."

7/ From the moment the Friends first meet Rachel, Ross immediately sees her as a romantic prospect. He's never gotten over his crush on her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레이첼과 처음 만나는 그 순간부터, 로스는 바로 레이첼을 연애 상대로서 본다. 로스는 그때 이후로 레이첼에 대한 짝사랑을 접은 적이 없다."

11/ But Joey's relationship with Rachel is platonic almost right away. They have a genuine friendship.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하지만 조이와 레이첼의 관계는 거의 바로 플라토닉한 관계로 시작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진정한 우정이 있다."

→근거: 조이는 가끔 이상한 조언을 하기는 하지만 좋은 의도로 레이첼에게 연애 상담을 해 준다. 레이첼이 좋아할 만한 사람으로 소개팅을 시켜주기도 한다. 조이의 촬영장에 레이첼이 놀러 와서 다른 배우랑 썸을 타도 조이는 오케이. 조이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여사친들이 항상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다른 남자를 질투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조이는 레이첼을 웃게 함.

17/ Okay, now contrast this with Ross, who from minute one has labeled Rachel as "his."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이와는 대조적으로 로스는 처음부터 레이첼을 '자기 것'으로 찜한다."

18/ We're always told that Ross/Rachel was a "friends to lovers" ship but WHAT IS THAT BASED ON??? WHAT FUCKING FRIENDSHIP??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로스와 레이첼 커플이 친구에서 연인사이로 발전했다고들 하지만, 무슨 근거로??? 무슨 썩을 놈의 우정??"

19/ He had a crush on her in high school, so he "claimed" her first, and long after they've broken up he resents every man in her life.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로스는 고등학교 때부터 레이첼을 짝사랑했고 레이첼을 자기 것으로 먼저 '찜'했다. 두 사람이 헤어지고 한참 뒤에도 레이첼이 남자를 만날 때마다 로스는 그 남자들을 싫어했다."

→근거: 두 사람이 같이 살았을 때 다른 남자에게서 온 메시지를 레이첼이 못 보도록 숨김. 레이첼이 데이트하는 남자들에게 항상 위협을 느낌. 특히 마크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레이첼의 커리어를 망칠 뻔까지 함. 로스는 자기가 레이첼과 "그냥 사람 친구"가 될 수 없으므로 레이첼과 다른 남자들이 그냥 친구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함.

시즌3 12화 The One with All the Jealousy 편에 나온 장면들. 마크와 한 사무실을 쓰는 레이첼이 불안하고 질투 나서 온갖 선물 공세를 펼친 로스. 믿기 힘들겠지만 이때가 레이첼 "첫 출근" 날임. 출근 첫날부터 4인조 중창단이 와서 사랑하는 남자친구 로스가~ 어쩌고 하는 노래까지 불러대는 그 광경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상상되시는지. 개가 여기저기 영역표시 하려고 오줌싸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로스만의 요상한 기 싸움.

23/ And you'll note that throughout the series it's often Joey telling Ross he doesn't OWN Rachel, while Chandler and Monica enable him.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프렌즈를 보다보면 대부분 조이가 로스에게 레이첼은 로스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반면 챈들러나 모니카는 로스를 응원한다."

24/ Joey is the person who most often tells Ross "dude she's not interested" when she's clearly not. The one who notices what RACHEL wants.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레이첼이 명백히 로스에게 관심 없을 때 로스에게 '야, 레이첼은 관심 없어'라고 말하는 이가 조이다. 조이는 레이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채는 사람이기도 하다." 

25/ He doesn't have all this "but he's loved her FOREVER" false nostalgia that makes them all feel like Ross has EARNED Rachel by waiting.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조이는 '그치만 로스는 레이첼을 언제나 사랑해왔는걸' 같은 가짜 향수에 젖어 들지 않는다. 이 가짜 노스탤지어 때문에 다른 친구들은 마치 로스가 기다림으로 레이첼을 쟁취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26/ This is why "nice guys" are often so much shadier than openly, unapologetically promiscuous guys like Joey.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이것이 '착한 남자들'이 많은 경우 조이처럼 대놓고 플레이보이인 사람보다 훨씬 더 음침한 이유다."

27/ Joey's feelings for Rachel were born out of genuine friendship. They were roommates. SHE WAS PREGNANT.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레이첼을 향한 조이의 마음은 진심 어린 우정으로부터 비롯됐다. 두 사람은 룸메이트였고, 레이첼은 임신 중이었다."

28/ We honestly don't talk enough about how big a deal it is that Joey, the "shallow" one, falls in love with Rachel while she's pregnant.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우리는 '가벼운' 캐릭터인 조이가 레이첼이 임신 중일 때 사랑에 빠졌다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충분히 얘기하지 않는다."

29/ It happens the way realistically healthy relationships do: they just start spending a lot more time together.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두 사람의 관계는 현실적으로 건강한 관계가 시작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그냥 두 사람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30/ He has to LEARN to see Rachel as a romantic prospect because she's always been a friend first. Which was NEVER true for Ross.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조이는 말 그대로 레이첼을 연애 상대로 보는 법을 '배워야' 했다. 레이첼은 언제나 친구였기 때문이다. 로스에게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33/ He never blames her and he doesn't let it impact the rest of the group. The friendship stays intact. ROSS GELLER WHAT'S GOOD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레이첼이 조이의 마음을 거절했을 때도) 조이는 레이첼을 탓하거나 나머지 친구들과의 관계에 지장이 가게 하지 않았다. 둘 사이의 우정은 여전했다. 로스 보고 있나?"

35/ If the writers had cared enough to try, there was potential there for a fantastic and genre-defying surprise twist to the show.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작가들이 조금만 더 신경써서 노력했더라면 환상적이고 장르를 뒤엎는 놀라운 반전을 쓸 만한 가능성이 있었다."

한 마디로 타성에 젖은 작가들의 노오력 부족이라는 것.

36/ ARGUMENT #2: Rachel Deserved Someone Who Understood Why Her Career Was Important to Her.

(MY DUDES I AM JUST! GETTING! STARTED!)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두 번째 주장: 레이첼은 자신의 커리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었다."

37/ Y'all. Y'all. It was 13 fucking years ago and I am still furious AT LEAST WEEKLY that Rachel got off that goddamn plane.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레이첼이 그 망할 비행기에서 내렸다는 걸 생각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은 열이 받는다."

38/ Ross sabotaged her career at every turn. He was "tired of having a relationship with her answering machine."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로스는 시도 때도 없이 레이첼의 커리어를 방해했다. '그녀의 자동응답기와 사귀는 데 지쳤다'라면서 말이다."

→근거: 로스는 거의 항상 레이첼의 남자 동료들을 질투했다. 자기가 데려가 달라고 해서 레이첼의 회사 행사에 데리고 가줬더니 잠들기나 하고. 로스는 계속해서 레이첼의 열정을 별거 아닌 듯 취급했다. 평생 직접 일해서 돈을 벌어본 적이라고는 없던 버릇없는 부잣집 딸래미가 미친 듯이 경쟁이 엄청나기로 유명한 패션업계에서 똑똑하고 당당하고 능력 있는 간부이자 싱글맘으로 거듭나는 그런 엄청난 스토리라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48/ Hey does anyone remember who gives Rachel her first big break to get out of Central Perk and into the fashion industry? JOEY DID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레이첼이 센트럴 퍼크 카페에서 벗어나 패션 업계로 갈 수 있도록 큰 기회를 줬던 사람이 누군지 기억하는가? 바로 조이였다."

아빠가 배관공으로 일하는 패션 회사에 자리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레이첼에게 이야기 해 준 조이. 레이첼은 면접을 보고 합격한다. 물론 이 후에 블루밍데일로 바로 이직하기는 하지만, 웨이트리스 외에 다른 경력이 없던 레이첼에게 패션 업계 쪽으로 첫 물꼬를 터준 사람이 바로 조이.

49/ Joey knows what it feels like to be grasping for your big break. But name ONE THING Ross ever did to unselfishly help Rachel's career.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조이는 그런 큰 기회를 잡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로스가 레이첼의 커리어를 돕기 위해서 한 일 딱 한 가지라도 말해보라."

52/ Every step up the ladder towards career success that Rachel takes is interpreted as a step AWAY from him. It's SO. FUCKED. UP.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레이첼이 성공을 향해서 한 걸음씩 올라갈 때마다, 로스는 레이첼이 자신에게서 한 걸음씩 멀어져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조이는 외모에만 신경 쓰는 가벼운 배우 캐릭터인 것을 고려하면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패션업계에서 잘 나가는 레이첼이나, 센트럴 퍼크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레이첼이나 조이에게는 또이또이)

53/ No one in the FUCKING WORLD loves Rachel Green more than Monica Geller and yet Monica still wanted her to get on that plane for Paris.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그 누구보다도 레이첼 그린을 사랑하는 모니카 갤러 조차도 레이첼이 파리행 비행기에 올라타기를 바랐다."

54/ They ALL did. They GOT it. Rachel was maxed out at her old job. She'd gone as high as she could. She said so REPEATEDLY. She needed more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모두 레이첼이 파리에 가기를 바랐고 이해했다. 레이첼은 이전 직장에는 이미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올라갔다. 레이첼은 그 얘기를 반복해서 해왔다. 레이첼은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뉴욕에서는 더 경력 면에서 남은 게 없었고 제안받은 파리에서의 포지션은 레이첼에게는 꿈 같은 기회였다. 모든 친구가 레이첼이 가기를 바랐다.)

56/ GUESS WHO DIDN'T. FUCKING ROSS. BECAUSE IT'S ALWAYS ABOUT HIM.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그걸 원하지 않은 한 사람이 누굴까. 바로 망할 로스다. 왜냐고? 모든 것이 항상 자기중심이니까."

58/ AM I SUPPOSED TO THINK IT'S ROMANTIC THAT ROSS WENT BEHIND RACHEL'S BACK TO HER BOSS TO MAKE HIM TAKE HER BACK BECAUSE I FUCKING DON'T

— ❄️Skaiplana❄️ (@kaneandgriffin) August 8, 2017

"로스가 레이첼 몰래 레이첼의 상사를 찾아가서 다시 받아달라고 한 걸 로맨틱하다고 봐야 하는 건가? 왜냐면 난 그게 로맨틱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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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고 "다 좋은데 이건 로스가 별로인 이유지, 레이첼과 조이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원 스레드를 쓴 트위터리안 역시 그럴 줄 알고 이후로는 "왜 조이가 로스보다 더 나은 결말인지"에 대한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다. 글이 길어져서 다음 트윗부터 마지막 100번 트윗까지는 다른 다음 글에서 다뤄야 할 것 같다. 60번 트윗까지 따라온 분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나처럼 설득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럼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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