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닝의 매력 Spooning FTW

2013년 영국인들이 What is... 로 시작하는 문장 중 구글에 가장 많이 검색한 것은 "What is spooning?"이었다고 한다. 스푸닝은 숟가락이 포개진 모양처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뒤에서 포개 안은 모양 혹은 그 행위 자체를 말한다. 혹자는 섹스 포지션 중 하나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보통 "스푸닝"이라고 하면 커플 간에 굳이 섹슈얼한 의미 없이 친근하게 하는 자세를 말한다. 같은 방향을 보고 신체의 대부분을 맞대고 눕는 스푸닝 자세에서 포개 안는 쪽을 "큰 스푼" 안기는 쪽을 "작은 스푼"이라고 부른다. 

아마 스푸닝이라는 용어로 부르지 않아도, 같은 자세를 많은 커플이 즐겨 하고 있을 것이다. 친근감, 편안함의 표시로든 혹은 감각적이고 성적인 의미로든 말이다. 나의 반려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새빨갛게 달아오른 철근 마냥 열을 방사하는 타입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기꺼이 작은 스푼 혹은 큰 스푼이 되는 걸 좋아한다. 요즘처럼 날이 추울 때는 나름 방한 기구(?)로서의 메리트도 있다.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 Ron Mueck의 2005년 작 Spooning Couple / 사진: Tate

한 온라인 미디어 매체의 디지털 에디터가 인스타그램으로 사람들에게 그들의 "스푸닝" 선호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그 결과를 가지고 쓴 재밌는 기사를 통해 스푸닝에 대해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은 이러하다. 

1. 많은 이성애자 여성이 "큰 스푼"이 되는 걸 선호한다.

2. 많은 이성애자 남성은 "작은 스푼"이 되는 걸 선호한다.

3. 어떤 커플들은 누가 작은 스푼이 될 건지를 놓고 싸우기도 한다

Everyone like being the little spoon!

또한, 보통 큰 스푼을 보호하는 쪽, 작은 스푼을 보호 받는 쪽으로 연상 짓기 때문에 남성의 경우 성 고정관념으로 인해 작은 스푼을 선호해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의견도 볼 수 있었다. (움짤은 미국 코미디 시트콤 브루클린 나인-나인에 나온 장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이 자세를 숟가락에 빗대어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고도 말한다. 

"나는 큰 스푼을 선호하는데 남자친구가 너무 커서 나무에 매달린 나무늘보가 된 기분이에요." 

"저는 나한테서 등을 돌리고 자면 밤새도록 등에 코알라 한 마리가 붙어있게 될 거라고 말해요." 

남편과 키 차이가 크게 나는 나 역시 큰 스푼일 때면 두 개의 숟가락보다는 고목에 붙은 매미가 된 기분이긴 하다. 

코알라, 나무늘보, 고목 나무에 붙은 매미. 어떤 비유가 가장 와 닿나요?

― Why Spoon?

스푸닝을 비롯한 포옹, 껴안는 행위에는 단순히 커플 사이 친밀감을 높여주는 것 외에도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 

1. 포옹은 혈압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푸닝은 몇 시간이고 할 수 있는 포옹이나 다름없다.

2. 스푸닝을 하면 기분을 좋게 해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 분비가 높아진다. 

3. 파트너와 스푸닝을 하는 자세에서 싱크를 맞추어 호흡하는 것이 심장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정신 건강, 신체 건강에도 좋고 추운 겨울에는 방한 효과까지 있는 스푸닝. 모두들 하고 계시는지. 스푸닝을 할 파트너가 없다 해도 실망하지 마시길. 반려동물이나 부드러운 쿠션 등을 안는 것, 혹은 담요 등으로 몸을 둘러싼 둥지 형태를 만드는 것으로도 스푸닝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마무리는 스푸닝 비유의 한계를 보여주는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하려고 한다. 이전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글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호주 드라마 플리즈 라이크 미 Please Like Me에 나온 장면이다.

"큰 스푼이 좋아 아니면 작은 스푼이 좋아?"

"나는 그 큰 스푼, 작은 스푼 하는 거 이해가 안 되더라."

"당연히 다 같은 크기 스푼이겠지."

"크기가 다른 스푼은 그렇게 딱 맞지 않잖아."